■ 인터뷰 - 농촌진흥청 방혜선 곤충산업과장

세계식량농업기구인 FAO는 2013년 곤충이 미래식량 1순위라며 ‘작은 가축’이라고 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7월25일 곤충 14종을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의 지위를 주기로 했다. 이에 한국의 곤충산업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방혜선 곤충산업과장을 만나 한국의 곤충산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알아봤다.

곤충 식용화엔 아직 걸림돌...
노인․환자식 개발로 문턱 낮춰
판로확대 위한 안전평가연구 주력

-곤충을 가축으로 지정한 배경은?
곤충은 지구상에서 성장과 번식이 가장 왕성한 생물군입니다. 지구상 생물 중 2/3가 곤충입니다. 기록된 것만 해도 100만여 종이 되는데, 이번에 정부가 가축화시킨 곤충은 14종입니다. 이들 14종의 곤충을 식용, 사료, 약용, 학습, 애완, 화분매개 등의 용도로 나눠 가축으로 지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식용곤충으로 지정된 곤충은 갈색거저리 애벌레, 장수풍뎅이 애벌레,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누에 등입니다. 1㎏의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소는 10㎏, 돼지는 5㎏, 닭은 2.5㎏의 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곤충은 단 1.7㎏의 사료만 먹어도 일반 가축과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또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약 30~40%인데, 곤충은 50~60%, 많게는 70%까지 됩니다.

게다가 곤충은 작은 공간에서도 사육이 가능하고, 사료나 물 소비량도 적지만 번식력은 압도적으로 높죠. 생육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배출량이 적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환경오염 피해도 최소화할 수가 있어 UN에서는 기후 스마트농업(식량안보와 기후변화를 결합한 개념)의 일환으로 식용곤충과 사료곤충을 꼽고 있는 것이죠.

-곤충 식용화는 혐오감 때문에 확산이 어렵지 않을까?
먹거리가 풍부한 상황에서 곤충을 식용화 하는 데는 아직도 한계가 많습니다. 그러나 곤충에 고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무기질 등이 많음을 감안해 농촌진흥청은 수년 전부터 식품관련 교수들과 곤충요리 레시피 개발을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해왔고, 그 성과로 환자용 메뉴 52종을 개발해 놓은 상태입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수술 환자들에게 갈색거저리 분말을 물에 타 먹게 했는데 거부감이 없이 섭취했습니다. 특히 갈색거저리 분말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어린이나 노인, 환자의 경우에 흡수력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용곤충이 동물사료로도 많이 쓰고 있는데.
국내 양어사료의 원료인 어분을 80% 이상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입 어분의 가격 등락이 심하고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있어 양식업자들이 단백질 대체사료로 곤충의 유충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래종이지만 아메리카 동애등에는 천연항생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양어사료나 가축사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인구 1천만시대로, 4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반려동물 사료 중 7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계사료로도 곤충사료를 많이 씁니다. 특히 동애등에는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주기에 인간에게 아주 고마운 곤충입니다. 따라서 식용곤충과 동물사료로 쓸 사료곤충 산업 육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감귤 가공 후 나오는 부산물을 동애등에을 활용해 처리하고, 유충은 사료화하고 분변토는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동애등에 사업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곤충이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은?
약대교수들이 이제까지는 인간에 이로운 천연물질을 식물에서 많이 찾아 연구해 왔는데, 최근에는 곤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곤충은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환경 적응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기방어 물질 즉, 강력한 천연항생물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방어물질이 인간한테도 좋은 항생제가 될 것으로 여겨 관심을 갖고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식용․약용곤충 사육에 농민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국내 곤충 사육농가는 2017년보다 8.5%정도 증가한 2318농가입니다. 이처럼 곤충 사육농가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 농진청은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곤충가공과 약재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 확보를 통한 곤충제품 구입 욕구를 촉진시킬 사육농가용 HACCP 매뉴얼 개발, 안전평가기준 마련 등의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울러 곤충사육농가가 늘어나는 만큼 곤충제품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시장 개척에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외국 신문기자와 방송인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을 계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식용곤충 연구와 제품 생산부분의 선두주자입니다. 이 점을 세계에 널리 홍보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홍보채널을 통해 우리의 기술을 소개한다면 우리가 상상 못할 의외의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곤충사육 전업농가 수와 그들의 소득은 얼마나 되는지?
국내 곤충 사육농가 2318곳 중 전업농은 약 35.8%이고 부업농은 39.8%로 부업농가가 더 많습니다. 지난 7월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5년간 추진해 온 임상연구 결과를 공동브리핑을 했는데, 갈색거저리 애벌레의 암환자 면역개선 효과가 알려지면서 곤충 사육농가 증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농가소득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연간 5천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약 160농가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전북 장수군의 경우, 사육농가들이 법인형태로 협업해 브랜드화를 통한 공동판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충북 일부 농가에서도 공동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북 장수군이 곤충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 ‘미래축산팀(곤충팀)’을 만들고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장수군과 같이 행정에서 적극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합니다.

-곤충사업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의 성공비결은 뭔지요?
어느 농업분야든 다 같다고 봅니다. 소득을 많이 내는 농민들은 마인드와 자세부터 다릅니다. 경북 성주에서 갈색거저리를 사육하는 농민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에는 고소한 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새우과자와 비슷한 고소한 맛을 내요. 그래서 갈색거저리를 사육하면서 농장이름을 ‘고소애농장’이라고 지었답니다. 귀농한 이 농장주는 70대인데, 330㎡(100평)의 농장에서 월 400만~500만 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엔 쉴 수 있어 일하면서 건강도 되찾고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끝으로 방혜선 과장은 앞으로 항암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등 식용곤충의 기능성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한편, 농가에 도움을 주는 연구와 사료곤충 연구에 주력하는 등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농가소득을 올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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