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향후 농업․농촌정책은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담고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산어촌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발굴․추진하려면
다양한 부서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

올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조직과 인력이 보강된 농촌여성정책팀이 새출발했다. 여성농업인 정책의 추진체계가 마련됐다는 것은 기관차가 작동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제 기관차가 힘차게 달리기 위해서는 연료 확보가 필요하다. 연료는 무엇일까? 예산과 정책의 발굴, 추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2020년은 제5차 여성농업인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더 현재 상황을 명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여성농업인정책은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위한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포괄돼 있다. 삶의 질에는 물리적인 것도 있겠지만 생태친화적, 정서적, 문화적인 것 등 비물질적인 요인에 대한 접근성 역시 중요하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삶의 질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생애주기적 정책과 양성평등이라는 또 다른 정책 접근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여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함께 지역 모두가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여성농업인정책은 농어촌 보육여건 개선, 분만 취약지역 지원, 여성농업인 특화건강검진, 농번기 급식 등 크게 4개 영역이다. 생애주기적 특성이 반영된 정책이라는 점과 고령여성이 많고 노동 강도도 높아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농업인들의 삶과 노동 특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농업의 미래세대를 확충하고, 농업·농촌에서 여성이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지원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다. 또한 노동여건과 삶의 여건의 성별 차이를 반영한 정책과제인 여성의 참여와 성장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농업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포함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행복과 평등은 뜬 구름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과 평등이 체감되기 위해서는 여성농업인들이 힘든 노동을 경감시키고, 일한 만큼 소득이 보장되고, 가족이나 마을, 지역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만큼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 의료건강, 소득, 경영활동, 인정과 존중의 지역사회 문화 조성 등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향후 농업·농촌정책은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담고, 여성농업인들과 함께 미래의 지속가능한 농산어촌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부서를 설득하고 공감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필요하며, 이를 실천하는 일이 농촌여성정책팀의 숙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양성평등 농정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둘째, 농업의 미래세대로서 여성농업인 인력의 확보, 셋째, 형평성과 세대특성이 반영된 체감형 복지, 문화정책을 반영한 체감형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가구중심 농정이 아닌 개별 농업인(여성, 노인, 청년 포함)을 위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농촌여성팀 혼자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체 농업정책, 농업조직, 여성농업인 등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는 누군가의 글이 떠오른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한 고비 한 고비 넘다 보면 한 송이씩 꽃이 피듯이 여성농업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직업적 자부심이 높아진다면 농업의 미래가 살아나지 않을까? 아마도 여성이 살고 싶을 정도의 농산어촌이면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2020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발칙함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쁨이 함께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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