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ASF 등으로 과수․축산 충격

태풍에 울고 개도국 포기에 성난 농민들

희망을 품고 시작했던 황금돼지해 2019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행복하겠지.. 돈을 많이 벌겠지... 각자 장밋빛 꿈을 안고 힘차게 출발한 2019년이었는데 올해도 역시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되레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해부터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로 인해 농가들의 혼선과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비교적 연착륙했다. 그럼에도 아직 소규모 면적 작물에 대한 농약등록이 더디고, 농약 비산문제 등에 대한 농민 간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는 특히 외래전염병이 창궐해 농가들을 힘들게 했다. 1월 경기 안성과 충북 충주 등지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우제류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들을 긴장케 했다. 9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양돈농가들은 물론 양돈산업 전반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경기 파주에서 시작된 ASF는 연천, 김포, 인천 강화지역으로 확산되며 지역 양돈산업을 초토화시켰다. ASF 전파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다행히 10월9일 이후에는 사육돼지에서 더 이상 ASF가 발생하지 않아 농가들과 방역당국이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ASF 감염된 야생멧돼지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5~8월에는 경기와 충북, 충남, 강원지역의 과수농가 177곳 123.8㏊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폐원하는 사과·배 농가들이 속출했다.

봄철 기상호조로 마늘·양파가 풍작을 이뤄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부가 긴급수매에 나서 급한 불은 껐지만 농산물 수급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았다.
농작물이 한창 익어갈 시기에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올해는 특히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태풍과 잦은 강우로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과일 낙과는 물론 배추 등이 제대로 생육하지 못해 김장철 배춧값이 들썩였으며, 쌀농사에도 영향을 미쳐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12만 톤 감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연재해와 외래병해충, 가축질병으로 홍역을 앓고 있던 농업계에 메가톤급 충격이 더해졌다. 우리 정부가 차기 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우리 농업 보호를 위해 개도국 지위를 택하고 외국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매겨 국산 농산물을 보호해왔던 방어막을 스스로 걷어낸 것이다. 이에 성난 1만여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를 규탄하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처럼 2019년 한 해도 우리 농업·농촌은 암울한 뉴스로 점철됐다. 황금돼지의 복된 기운으로 성공농사의 희망을 품었던 농민들은 역시나 정부와 하늘의 버림을 받고 말았다. 고령화의 그늘 속에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농촌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농민들은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을 가꾸는 천직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새롭게 밝아올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도 우리 농민들은 다시 희망의 밭을 간다. 땀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이 정부가,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이해하고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펴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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