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식품과 사료·태풍·동물 전파 등으로 추정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지 약 100일이 지나고 있지만 감염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ASF 대응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정원화 생물안전연구팀장은 발생국에서 들어온 식품과 오염된 사료, 태풍 링링으로 인한 유입, 멧돼지와 너구리 등 동물들에 의한 감염 등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아직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3년간 50개 국가에서 발생한 ASF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후 현재 사육돼지에서는 발병하지 않았지만 접경지역 내 야생멧돼지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폐사체 수색과 울타리와 포획틀 등을 추진하며 ASF 남하를 막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한의 발생상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고, 멧돼지 이외에도 새와 너구리 등 다양한 매개체로 인한 전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ASF가 종식된 스페인과 체코의 사례를 공유한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 최근 3년간 50개 국가에서 발생한 ASF는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 각국의 대응책 공유를 통해 우라나라 상황에 맞는 대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심포지엄서 체코·중국·스페인 등 사례 공유
정부, ASF 광범위한 지역 발생 가능성 낮게 봐
야생멧돼지 관리 위해 울타리·포획틀·수렵 대책 시행

ASF 종식국가의 교훈은?
스페인 카스틸라만차대학교 크리스티안 고타자르 교수는 “ASF 종식을 위해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기에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빠른 대응이 있어야만 파급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스페인의 교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살처분 과정에서 감염이 전파될 수 있는 만큼 위생적이면서 확실한 처리와 야생동물들이 감염된 돼지 사체에 접근하거나 오염된 지역의 작물 접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체코 수의청 페트르 사트란 동물보건복지국장은 “체코는 ASF 바이러스 발병은 가축돼지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멧돼지 사체에서 212건, 수렵멧돼지에서 18건이 발견됐다”며 “수렵과 멧돼지 급여를 금지하는 대책이 실시됐고, ASF 위험지역에 냄새 기피제와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지방정부 허가 없이 이곳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체코정부는 고위험지역의 모든 돼지 이동을 확인하고, 조기 감지 시스템, 수의사의 정기방문과 검진, 가축돼지 중 아프거나 사망했을 경우 검사, 멧돼지 사체발견 시 보상 등을 통해 ASF 최소화에 기여했다고 사트란 국장은 밝혔다.

▲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소 실비아 크렌델 동아시아지역 담당관

중국과 몽골, 홍콩 등을 담당하는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소 실비아 크렌델 동아시아지역 담당관은 “중국은 구정물과 오염된 사료를 통한 ASF 감염이 많았으며, 인공수정 기술자, 농장 방문자, 폐사체에 접촉하는 모든 사람을 통해서도 전파됐다”면서 “ASF가 발생한 북한도 계속 연구 중에 있으나 정보의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정부는 도살장과 살처분 처리장 등에서 동물검역인증서 발급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이 관건
정원화 팀장은 “현재 사육돼지는 10월26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야생멧돼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사육돼지와 야생멧돼지는 ‘Sus scrofa’라는 종에서 출발해 동일한 면역체계를 갖기 때문에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북한 산림상황과 야생멧돼지 서식 양상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야생멧돼지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1.5m 높이의 펜스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광범위하게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서 시작된 많은 하천, 특히 사미천을 4차례에 걸쳐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 팀장은 “공항만에서 23건의 감염된 식품이 적발돼 유전자만 검출됐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확실하진 않다”면서 “ASF 발생이 태풍 링링 직후 시작됐지만 경기도와 강원도 전체가 아닌 접경지역에서만 발생해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멧돼지보다 작은 크기의 동물에 의한 유입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하며 확실한 감염경로는 확답하지 못했다.

▲ 중국과학원 홍쑤안 흐어 박사

중국과학원 홍쑤안 흐어 박사는 “중국의 ASF는 랴오닝성에서 최초 발생했는데 러시아 등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까지 33개 성(省)에서 160건 발생했다”면서 “최초 발생지역인 랴오닝성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며, 현재 윈난성을 제외한 32개 성은 차단지역에서 해제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히말라야 산맥의 존재와 서북부지역은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으로부터 ASF 유입 가능성을 낮게 봤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펼치고 있다.

끝으로 흐어 박사는 "한국은 국경간 통제가 삼엄한데도 ASF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처럼 발생지를 권역별로 나눠 관리하되 예방방역을 철처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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