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수급조절·농가 경영안정대책 도입 필요성 커져

한우 사육두수가 9월 기준으로 308만 두에 이르면서 가격폭락에 대비해 선제적인 수급조절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도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과 송아지생산 안정제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경산우 비육은 송아지를 생산한 경험이 없는 암소인데 사육기간은 길지만 지방도가 높은 고급육을 일컫는 것인데 한우협회는 저능력의 미경산우 비육 1만 두를 목표로 출하하는 농가에 30만 원을 지급한다.

지난 16일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주최 한우지도자대회에서 김홍길 회장은 “한우산업 안정화 첫 걸음은 한우가격 안정화로 그래서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사업으로 선제적 수급조절에 나설 것”이라면서 “농가 스스로 수급조절에 나선 사업 이외에도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도 함께 추진해 한우산업이 민족산업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아지생산 안정제, 발동기준 까다로워 실효성↓
한우協,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 1만두 출하 목표
관세 철폐·개도국 지위 포기…피해산업 안전망 확충돼야

▲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한우지도자대회를 지난 16일 개최하면서 한우산업 안정을 위해 송아지생산 안정제와 저능력 미경산우 출하, 비육우경영안정지원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효성 떨어진 송아지생산 안정제
먼저 경상대학교 전상곤 교수는 한우농가 경영안정화 방안에 관해 발표했다. 전 교수는 “작금의 한우산업은 송아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큰소와의 가격격차가 줄면서 수익이 줄고 있는데 근본적 원인은 가격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으로 송아지생산안정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아지생산안정제는 2000년 송아지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재원은 국가와 지자체, 농가가 각각 부담하는 구조다. 초기 안정기준가격은 165만 원이었지만 2011년 3차 한우파동 이후 가격이 185만 원으로 늘어나고, 발동기준이 가임암소 110만 두 이상으로 정해지면서 가입률이 지난해 14.7%까지 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 생겼다.

박 교수도 “농가들은 기준가격이 낮고 보전금이 최대 40만 원에 불과해 실제론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현실적인 기준가격 설정과 암·수송아지 지원도 차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송아지만을 생산하는 농가와 혈통이 좋은 경우도 지원을 차등해야 하고, 계약기간도 1년에서 늘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암소 90만 두 미만은 40만 원, 90만~100만 두 미만은 30만 원, 100만~110만 두 미만은 10만 원을 지급하되 110만 두 이상일 경우 지급하지 않는 게 현재 송아지생산안정제다.

농협 한우경영전략팀 박철진 단장도 송아지생산안정제는 번식농가 경영안정과 수급조절을 위해 발동조건을 수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 단장은 “안정기준가격은 185만 원으로 경영비에도 못 미쳐 농가에 큰 도움이 못 된다”면서 “가임암소 제한과 가입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우농가들은 지난 16일 한우지도자대회에서 송아지생산 안정제 개선을 요구했다.

한우 사육두수 증가세 계속될 듯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내년 한우 사육두수는 314만 두로 올해보다 3.1% 증가했고, 2021년 320만 두, 2022년 322만 두로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가격조정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다 시장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수입쇠고기 수입은 지난해 41만6000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대형유통업체의 수입육 매장 확대, 수입육 취급 프랜차이즈 증가, 가정간편식과 식자재 등 가공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수입쇠고기의 55.8% 점유로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은 소 사육이 늘고 있어 수입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우정책연구소 계재철 소장은 “안정기준가격은 2012년 이후 물가상승분조차 전혀 반영 안된 만큼 송아지 생산비와 경영비를 합한 280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 “일본은 경영안정책이 6개나 되는 반면, 우리는 1개도 없기 때문에 6~24개월 비육우 사육농가에게 분기별로 비육우 두당 평균 조수익이 3년 평균생산비 90% 이하로 하락 시 차액을 보전하는 ‘비육우경영안정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사육의 규모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소규모 번식농가 맞춤정책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한우협동조합 이종헌 사무국장은 “소규모 농가는 수십 년 동안 한우를 사육하면서 부산물 활용, 마을공동체 유지, 지역자원 활용 등의 순기능이 있다”면서 “사육비를 2개월만 단축해도 42만4000원의 소득향상 효과가 있는데, 10~29두 소규모 농가는 69만8000원의 효과가 생기는 만큼 정부의 한우개량 목표에 초산월령과 분만간격 등의 형질을 포함시키는 것과 30두 미만 농가의 가임암소의 보전액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농장과 식탁 김재민 정책연구실장은 “송아지생산안정제 도입은 많은 농가 폐업으로 한우산업 존폐위기에서 정부가 송아지가격 하락분을 보전해 줄 테니 사육에 전념해 달라는 차원이었다”면서 “하지만 공급과잉과 가격폭락 시 많은 세금 투입을 우려하는 정부 판단으로 2012년 개정되면서 경영안정과 수급조절 모두에 도움이 안 되는 이도저도 아닌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5~6년 뒤엔 수입쇠고기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는데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피해산업에 대한 안전망을 갖추는 일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조재성 사무관은 “송아지생산안정제의 가임암소 110만 두 발동기준을 상향 또는 폐지를 포함해 개정을 검토하겠다”면서 “비육우경영안정사업은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다만 일본 화우와 우리 한우는 산업구조에서 차이가 있으며, 도입 시 가격이 떨어졌을 때 공급량이 증가해 소득감소가 장기화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는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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