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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정이 오가는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 명예기자 통신-강원 평창 이정인 명예기자
이정인 명예기자  |  rww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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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3  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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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기처럼 화장하지 않은
농부들의 인심과 순수함을 느낀 것만으로도 삶의 원동력이 된다.

강원 원주시 평원동 둔치 주차장 일대에는 소박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정이 오가는 새벽시장이 매일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 대부분 좌판을 벌여놓고 거래를 하는 13개 읍면동 지역 426명의 회원농가가 참여하면서 매출규모가 연간 100억 원 수준으로 인지도도 높다.

로컬푸드에 대한 전국 지자체의 관심이 커지면서 유명해진 원주 둔치의 새벽시장은 매년 4월20일에 개장해 12월20일까지 열린다. 시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되는 공간이다. 예로부터 유통은 주로 공간을 위주로 전개되면서 하천 근처에 형성됐는데, 지금은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원주에선 소박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정이 오가는 새벽시장이 여전히 성황이다.

1994년부터 시작된 오래된 자생적 직거래 장터로 주차장에서 변신하는 반짝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보통 일반 5일장은 전문상인들에 의해 주도되지만 새벽시장은 농민들과 소비자 사이에 중간상인 없이 직거래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농민들은 전날이나 당일 수확해 새벽에 팔기 때문에 품질이 매우 우수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을 듯 하고 경매로 넘기면 몇 푼 안 되지만, 생산자 이름과 품명, 산지 등이 표시돼 있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싸게 구입하고 농민은 직거래로 한 푼 더 받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다.

농민들이 열심히 농사지은 신선한 각종 농산물들이 눈길을 끌며 동이 트기 전 상인들과 식당이 거래한 후 알뜰한 일반 소비자들이 온다고 한다. 원주시는 농업인들의 노력을 계기로 농업인 새벽시장 관련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고 현재 전국 최대 농산물 직거래 시장으로 발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는 소비자와 상인이 함께 새벽을 여는 시장이기에 무언가 꾸밈이 없고 아침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 같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새벽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북적북적, 시끌시끌, 활기찬 아침에 값싸고 신선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5일장이나 마트에 비해 싸고 푸짐하며 믿을 수 있는 직거래에서 푸근해진 마음에 이것저것 많이 사게 되고 덤으로 더 얹어주는 훈훈한 인심도 맛본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부려 놓고 파는 농부들이 장을 보러오신 분들과 서로 어우러져 흥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 생생한 삶의 숨결이 느껴진다. 텃밭에서 바로 뽑아 온 듯한 신선한 농산물들을 한 곁에서 파는 할머니의 소꼽장난 하듯 펼쳐놓은 세련되지 않은 모습이 정감이 간다.

산지 채소값이 떨어져 농민들은 손해를 보는데도 농산물시장의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고 경매로 넘기면 몇 푼 안 되는데 이 시장이 있어서, 그나마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장 보러 나온 단골 소비자들은 애써 키운 농산물값 하락에 위로와 안부도 물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눈다. 그래도 농사만 지어 놓으면 얼마든지 팔 수 있는 시장이 있어서 신이 나고 어우렁 더우렁 어울려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우 요걸 살려고 꼭두새벽에 왔을까 싶지만 아침공기처럼 화장하지 않은 농부들의 인심과 순수함을 느낀 것만으로도 삶의 원동력이 된다. 새벽을 열어주는 건강한 삶의 현장인 새벽시장이 20년 세월에 투박하지만 얄팍한 상술이나 얌체짓은 덜 볼거란 생각에 찾게 된다.

농산물값이 싸고 품질이 확실하니 많은 사람들이 믿고 제철 과일, 호박, 오미자, 고들빼기 등과 같은 마트에서 사기 힘들거나 할머니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나물 무치는 노하우도 들으며 무엇을 사든 인심이 좋아 덤을 듬뿍 주는 정이 깃든 모습이 사람을 푸근하게 한다. 이제는 명물로 자리 잡은 원주새벽시장이 하루를 시작하는 나이든 아르신들의 마실 장소와 훌륭한 쉼터로 이용되기도 한다. 푸근한 정이 오가는 원주 농업인 새벽시장이 많은 귀감을 주는 명소로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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