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 - 강원 원주 토토미누룽지 조재숙 대표
갓 도정한 5분도 현미 사용, 한 장씩 수작업으로 정성껏 생산
>> 전통의 맛에 건강까지 잡은 뽕잎누룽지로 인생 2막
>> 2018년 한해 20톤 쌀 사용 쌀 소비촉진에 기여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치는 강원도 원주의 브랜드 쌀인 토토미를 이용해 누룽지를 만드는 조재숙 대표는 특산물 판매 행사가 열리는 직거래장터마다 직접 참여해 토토미누룽지를 알리는 맹렬 CEO다. 유통과 홍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남편과 함께 1979년부터 농업을 시작해 돼지도 키우고, 소도 키웠다. 1986년에 여성후계자로 선정되며 누구보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축산을 끝으로 몇 년 전 농사를 접고 누룽지 가공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소를 튼튼히 키우기 위해 사료에 섞어 먹이려 심었던 뽕잎이 그냥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까워서 뽕잎 떡을 만든 게 가공을 시작한 계기죠.”
농협마다 넘쳐나는 쌀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인 2016년, 조 대표는 쌀 소비도 촉진하고 무료함도 덜까싶어 뽕잎을 이용한 떡을 만들어 판매하며 농산물 가공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좋은 쌀로 건강까지 생각해 만든 떡이지만 유통기간이 짧고 보관도 쉽지 않아 유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쌀 소비에도 도움되고, 제품의 유통 기간을 늘린 것이 바로 누룽지였다. 간단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트렌드와 맞았고, 조재숙 대표가 가정에서 늘 해오던 일이라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 벤처농업대 3번씩 다니며 마케팅·가공 교육 이수
조 대표는 벤처농업대학을 3차례나 다녔다. 2011년에 식문화스쿨에서 요리교육, 2013년엔 뽕잎 먹인 한우를 잘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교육을 받았다. 2018년엔 다시 가공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의 누룽지 제조와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시 식품 제조엔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배웠기에 누룽지 공장을 지을 때도 처음부터 HACCP 시설로 설계했다. 현재 조재숙 대표는 상품개발과 유통판매 부분을, 남편인 한근조씨는 누룽지 제조를 담당하며 일을 나누고 있다.
“현미가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도정한 현미는 빨리 상하고 보관이 쉽지 않았죠. 하지만 현미로 누룽지를 만들면 영양은 고스란히 보존되고 보관 기간도 늘어납니다.”
갓 도정한 5분도 현미만을 사용한 누룽지를 옛 방식을 고수해 만들고 있는 토토미누룽지는 쌀눈이 살아있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 지난해는 토토미 20kg 1000포대인 20톤의 쌀을 소비했다.
“누룽지 1kg 만들려면 쌀은 그보다 6배~8배가 사용되니 밥 보다 누룽지가 오히려 쌀 소비촉진에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제품 종류도 다양하게 개발했다. 현미누룽지, 현미뽕잎누룽지, 현미귀리누룽지, 현미쥐눈이콩누룽지, 현미좁쌀누룽지가 있다. 기본은 모두 바로 도정한 5분도 현미다. 좁쌀누룽지는 환자 회복식으로, 현미귀리누룽지는 다이어트식으로 반응이 좋다. 현미뽕잎누룽지에 들어가는 뽕잎은 조 대표가 직접 키운 뽕잎을 찌고 잘 말렸다가 물에 불려서 사용한다.
“현미누룽지는 바삭바삭해 과자처럼 그냥 먹어도 좋지만, 잘게 부셔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리면 부드러운 누룽지가 되죠. 또 어르신들은 물에 끓여서 숭늉처럼 부드럽게 먹는 걸 좋아하세요.”
조 대표의 누룽지는 한 장 한 장 사람 손으로 구워내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수작업이라 인건비가 좀 들어가도 누룽지는 옛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조재숙 대표의 소신이다.
조 대표의 토토미누룽지는 올해 농식품부 6차산업인증업체로 선정돼 아이들에게 누룽지로 하는 우리 전통 먹거리 체험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시장도 조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개척해 홍콩 수출을 위한 선적을 앞두고 있다.
“저 혼자선 힘들었겠지만 원주시농업기술센터와 원주시 로컬푸드과에서 많이 지원해 주셨어요. 농협의 도움도 컸어요. 판매와 홍보 기회가 마련돼 잘 할 수 있었어요.”
토토미누룽지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비롯해 강남 지역 여러 곳의 하나로마트에 납품해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아서 직거래판매장에 나오는 것도 무척 즐겁다고 얘기하는 조재숙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열정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도 하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