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국가가 방치하는 농촌여성의 건강권박옥임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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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1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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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여성들이 의료혜택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해방이후 대한민국의 정책에 있어서 농업·농촌은 중심에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농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에도 여전히 농촌은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래 없는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은 텅 빈 둥우리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한 농촌 공동화로 사람도 마을도 활기를 잃었지만 그나마 농촌을 붙들고 지키고 있는 장본인은 농촌여성들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낸 참 주인공은 누구인가. 국가 산업화의 절대적인 전문인력인 자녀 교육을 위해 허리띠 졸라맨 농촌여성의 희생과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나라에서 추진하는 생활개선사업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었기에 이 만큼이나마 한숨 놓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나고 보니 마음 가득히 뿌듯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웠던 일인가.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이제는 농촌여성의 건강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 아파도 근처에 병원도 없고 돌보아 줄 사람도 없다. 그동안 고질적인 여성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왔었다.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나 아닌 가족이 건강하고 이웃이 잘되고 나라가 잘 살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몸은 전혀 돌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다.

항상 젊을 것이라는 착각에 온갖 억척을 부리며 몸을 아끼지 않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근골격계질환은 물론이고 만성질환까지 겹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갈만한 병원은 너무 멀고 가봤자 이미 늦었으니 대도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한다.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치료조차도 불가능하고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조차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농촌의 독거노인 비율이 도시보다 3배나 높으니 의료복지에 대한 수요는 도시보다 훨씬 많다. 그야말로 농촌여성들이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농촌여성에게는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은 물론이고 이웃의 어려움과 고통도 모른 채 하지 않고 항상 돌보는 역할이 생활화돼 있다. 그런데 이제는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듯이 위험에 처한 농촌여성을 누군가가 돌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의 중요한 책임과 의무다.
국가란 국민의 공공복강리와 행복증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존립의 가치가 있다. 농촌여성의 건강권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인권의 첫째 조건은 생존권이고 생존의 으뜸은 바로 건강권과 직결된다. 이제라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농촌여성의 건강권을 국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21세기가 시작될 때 여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치켜세웠으나 농촌여성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여성들이 의료혜택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에 일정 수준의 민간 의료시설은 기대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개입하는 공공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해답이 아니겠는가. 그것만이 농업이 지속되고 농촌을 지켜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농촌여성들에게 보상해주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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