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에 조고(趙高)라는 간신이 있었다. 시황제가 죽자 거짓 유서를 꾸며 진시황의 아들 부소(扶蘇)를 죽이고 후궁 소생인 호해(胡亥)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다. 조고는 황제 호해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경쟁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해 많은 신하를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앉아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조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황제의 자리마저 노렸다. 그러나 막상 거사를 도모하려니 조정 대신들이 자기를 얼마나 따라줄지 궁금해서 확인해보려 했다.

어느 날 조고가 2세 황제 호해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폐하께 말(馬)을 헌상하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제는 웃으며 “승상은 농담이 좀 심하구려. 사슴(鹿)을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라면서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조고를 두려워하는 대신들은 “말(馬)이 맞다”고 했고, 몇몇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곧 ‘사슴을 말이라’ 하는 것처럼 억지로 우겨서 남을 속이려 할 때 쓰는 말로 윗사람을 속이고 권세를 휘두르는 자들을 비판할 때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조고와 그리고 향락을 즐겼던 황제가 스스로 무덤을 파는 모습과 온갖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린 지금의 우리사회는 기원전 진나라의 지록위마의 정치현실을 보는 것 같다.
거짓, 허위, 조작, 궤변이 가져온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용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우리나라의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지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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