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 국립여성사전시관

▲ 시대존은 디지털장비를 활용해 시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디지털미디어 활용한 다양한 유물 전시
시대별·주제별 전시로 여성 역할 조명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빛나는 업적을 이뤘다. 그렇지만 그동안 남성중심적인 역사 속에서 부각되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교과서 기준 독립운동가 수록현황’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에 실린 독립운동사와 근현대사 인물 208명 중 여성은 7.7.%인 16명에 불과하다. 여성 독립운동가 이름을 대보라 하면 유관순 열사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서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다양한 전시로 재현하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사 재현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여성가족부 산하의 박물관으로서 2002년에 설립됐다. 역사 속 여성의 삶과 역할을 조명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역사에 기여한 여성들을 발굴하기 위해 설립된 여성사전시관은 처음에 서울여성플라자에 개관했다가 2014년 고양시로 이전했다.
여성사전시관은 협소한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첨단 디지털 장치와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여성사의 큰 흐름을 재현하고 있다. 2층은 상설전시실과 수장고 등 부대시설이 있고, 1층은 기획전시실로 1년에 1~2회 특정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2층 상설전시장에는 시대존, 테마존, 기림존, 평화존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다. 시대존은 고대부터 1950년 한국전쟁까지 전반적으로 다루며, 시대존은 디지털장비를 활용해 고대부터 6.25전쟁까지 시대를 조망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또한 테마존은 ▲지역사회의 여성활동 ▲직업활동에 나선 여성들 ▲20세기 여성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전시돼 있다.

▲여성, 세상을 그리다(고대~조선시대)
먼 옛날에도 여성들은 의식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토기를 만들어 곡식을 저장하거나 방추차로 실을 뽑아 의복을 만들었다. 남성들은 사냥이 일이었다면 여성들의 몫은 의식주를 챙기는 일이었다. 고대국가 수립 이후에는 여왕들이 등장해 정치뿐만 아니라 불사건축에도 참여했다.
고려시대의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위치에서 결혼문화를 유지했으며 남성이 오히려 여자 집안으로 장가를 왔다. 특히 여성은 재산상속권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했다. 조선 초기까지는 여성으로서 위치를 누렸지만, 조선 후기 유교 윤리의 영향으로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가정을 운영하는 역할로 축소됐다.
한편, 조선시대 여성들은 편지글에 한글을 사용하거나 소설 등을 쓰면서 한글문화를 지켜나갔다. 18세기 이후에는 ‘규합총서’나 ‘음식디미방’ 등의 책이 저술되기도 했고, 임윤지당과 같은 여성 성리학자도 나왔다. 전시관에는 이들 여성의 역사와 유물이 한 눈에 보기 쉽게 잘 정리돼 있다.

▲근현대 여성, 세상을 바꾸다(근현대~해방 이후)
근현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건 1898년 9월 한국 최초의 여성권리 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이다. 개화기 신문화의 도입에 따른 변화 속에서 여성들은 여권통문을 시작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여성들은 정치참여보다 독립운동에 주력했다. 1919년 북간도의 애국부인회는 ‘대한독립여자선언서’를 발표하고 남성과 똑같이 항일운동에 참여했다.

이런 일제강점기 속에서 ‘신여성’이 등장했다. 그들은 구두, 모자, 양산 등을 애용하고 구습타파와 여성해방의 가치를 내세우며 봉건 사회의 균열을 꾀했다. 해방 이후에는 항일투쟁의 경험과 저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방 직후부터 ‘건국부녀동맹’ 등을 결성해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전시관에서는 여권통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신여성들이 사용한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낸 여성들
테마존에서는 전쟁이후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산업화, 민주화, 여성운동 등에 적극 참여한 역사 속 여성들을 다룬다. 첫 번째로 만날 내용은 지역사회 여성 활동이다. 6·25전쟁 후 가난함과 피해 복구를 위해 새마을 운동에 여성들이 적극 참여해 농촌과 마을 개선에 힘썼다.

▲ 새마을운동 관련 전시물

두 번째는 직업활동에 나선 여성들이다. 경제개발 시기에 농촌 소녀들은 집을 떠나 도시로 경공업의 발전과 가정경제의 주역이 됐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운동도 전개했고 이는 이후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으로 확대됐다.
해외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돋보이는데, ‘파독 간호사’란 이름으로 먼 타국에서 일하며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테마존에서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된 여성들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20세기 여성운동을 다루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여성들은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호주제 폐지 등 여성들의 권익 증진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마련에 기여했다. 이런 다양한 시도와 사회변화상을 20세기 여성운동 활동에서 다뤘다.
한편. 기림존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뤘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이런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생존자’들을 위로하며 고통 속에서 스러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고자 추모공간으로 전시했다.

 

■ 나도 한마디 - 국립여성사전시관 기계형 관장

“농촌사회 변화 이끈 여성 역할 기억해야”

“국립여성사전시관은 설립된 지 18년이 됐지만 독립적인 부지와 건물이 없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국립 1종 전문박물관으로서 여성사전시관은 이태영변호사 등 중요한 족적을 남긴 여성들의 소장품을 비롯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의미있는 유물이 적지 않지만 수장고가 부족하고 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다.

국립박물관인데 이름은 왜 전시관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먼 시대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당장 한 세기 전의 할머니,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기록되지 못하고 잊혀지며 여성관련 유물이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조속히 새로운 부지와 박물관공간을 마련해 여성사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도록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여성사전시관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여성들이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냈던 적극적인 역할을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농촌계몽운동에서 1960~1970년대 지역의 새마을운동,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해 산업역군으로 참여했던 한국여성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활기를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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