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71)

여러 겹 껴입을수록
멋․개성을 살리는 게
레이어드 룩의 묘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온이 급강하하는 계절이다. 소설(小雪) 즈음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져서,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을 하기도 하고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과거에는 목화를 따고 볏짚을 모아 겨우내 먹일 소여물도 마련했다. 양력으로는 11월22일 또는 23일 무렵이지만 음력으로는 대개 10월 하순 경이어서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갑자기 추위가 닥친다.

예나 지금이나 추위는 옷으로 막아야 한다. 때문에 따뜻하면서도 멋있는 옷차림이 겨울 패션의 핵심이다. 그 답이 있다. 바로 레이어드 룩(layered look)이다. 레이어드(layered)란 ‘층이 있는’ ‘층을 이룬’ 등의 뜻을 가진 말과 룩(스타일)이 합성된 단어다. 여러 단을 연결하거나, 여러 옷들을 층이 나게 겹쳐 입는 스타일을 ‘레이어드 룩’이라 한다.
레이어드 룩을 구사하는 법은 여러 가지다. 옷 길이를 다르게 하고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법, 각기 다른 소재를 조합하는 법, 다양한 무늬들을 섞는 등 다양하다.

과학적으로 두꺼운 옷 한 겹보다도 얇은 옷 여러 겹을 껴입는 게 보온성이 더 뛰어난다. 인체와 옷 사이에 정지 공기층이 형성돼 보온효과가 생기는데, 얇게 여러 겹 껴입으면 옷과 옷 사이에 더 많은 공기가 모아진다. 공기는 보온성이 가장 큰 물질이어서, 공기의 함량이 많아질수록 보온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온성뿐만 아니라 겹쳐 입으면 겹쳐 입을수록 멋과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게 레이어드 룩의 묘미이다. 안팎으로 차곡차곡 겹쳐 입는 레이어드 코디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고 어떻게 겹쳐 입느냐에 따라 새롭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많이 겹쳐 입을 수 있는 겨울에는 더더욱 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레이어드의 매력이다.

예를 들어 딱 붙는 청바지나 레깅스 위에 면이나 울로 된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적당한 두께의 카디건을 걸치고 또 그 위에 짧은 조끼를 입고 마지막으로 풍성한 코트를 앞의 단추를 잠그지 않은 채로 입으면 훌륭한 레이어드 룩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을 좀 더 활용하면, 겹쳐 입은 옷들의 색깔을 동일계통으로 해 고상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열한 색채 대비로 활력 있고 강한 포인트를 살릴 수도 있다. 또한 겨울에 잘 생기는 정전기 방지를 위해 사이사이 면 같은 자연섬유를 끼워 입으면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옷이 흔한 때가 별로 없었다. 그러함에도 계절이 바뀔 때면 ‘작년엔 뭘 입었지?’ 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뒤져보면 이것저것 너무 많다. 더구나 요즈음의 유행은 옷의 종류나 계절, 크기에 아무 제약이 없이 마음 가는대로 입으면 된다. 레이어드 코디가 무한 빛을 발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안 입으면 버릴 수도 있는 옷, 여기저기 쌓아놓지 말고, 쓰레기 늘려 지구 괴롭히지 말고, 귀한 돈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이 겨울 레이어드 룩으로 나만의 독특한 개성을 펼칠 수도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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