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

"농민이 경제력은 떨어졌어도
사회력마저 잃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다기능성에 입각해
농민이 돌봄의 주체로서
낮은 농업 경제력을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 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10월에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사회적 농업 육성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김정섭 박사는 사회적 농업을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통합하는데 기여하는 농업 실천”이라고 정의했다. 누가 우리 사회에서 배제됐는가? 김정섭 박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회의 통상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스스로 그런 활동에 참여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일부의 노인, 여성, 외국인, 장애인, 범법자 등, 그리고 대부분의 지적 장애, 자폐 장애, 정신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교육·경제·사회의 제반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회적 농업은 이런 사람들이 농업활동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 마을의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그로 인해 농촌 마을을 ‘포용’의 공간으로 만드는 ‘사회 혁신적’실천이다.

그런데 왜 꼭 농촌이고 농업이어야 하는가?
한편으론 농촌에 살고 있는,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곡식과 자연을 돌보는 것처럼 사람을 돌보는 일을 태생적으로 농민이 잘 할 수 있고, 이웃을 챙기는 일도 농촌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업은 폐쇄된 공간에서 기계적인 동작으로 사람을 옥죄는 일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서 생명을 키우는 마음으로 사람에게 얼마간의 여유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짓는 일의 경제성은 날로 떨어져서 농민의 삶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농민이야말로 사회적으로 배제됐다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농민이 경제력은 떨어졌어도 사회력마저 잃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다기능성에 입각해 농민이 돌봄의 주체로서 낮은 농업 경제력을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농사를 짓듯이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지어서 더 안온한 마을, 더 배제 없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나아가 이런 농민이 이 시대와 다음 세대의 ‘새로운 농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새로운 농민이 여성이어야 한다거나 남성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불필요하기도 하고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류의 유전자에는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장점이 박혀 있는 듯하다. 쓰임에 따라 자르고, 각 집의 처지에 맞게 나누는 일은 마을 여성들의 몫이었다. 그러니 적절하고 공평한 분배는 여성의 마음과 머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농업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성과 더 궁합이 맞다.

앞으로 사회적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 제정되면 그 법에 근거해서 농업의 다기능적 역할의 하나로 사회적 농업이 수용될 것이고, 사회적 농업은 사라질지도 모를 농촌마을을 공동체의 요람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 농업은 어쩌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배제된 농민이 그 보다 더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해서 더 나은 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농민’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농업의 보조자로만 인식됐던 여성 농민은 자기 유전자에 박힌 적절한 돌봄과 공평한 나눔의 특기를 살려 새로운 농민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혼자 농사짓기 어려운 여성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농장, 결혼이주여성이나 귀농·귀촌한 여성 같은 농촌의 이방인들과 함께 하는 농장 등 여성의 자매애로 이루어진 사회적 농업의 길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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