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조은기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장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 4월 민선 7기 농정 핵심공약인 ‘제값 받고 판매 걱정 없는 농업’ 실현을 위해 설립됐다. 진흥원은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하도록 판로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2021년에는 경북도청 신도시에 신청사 건립도 가지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총괄본부장, 안동대학교 4차산업혁명혁신센터장 등 농업R&D, 유통과 창업, 학계 등을 두루 거친 진흥원 초대 조은기 원장의 비전은 무엇일까.

▲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 초대 조은기 원장은 농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통의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경북 유통취약계층 무려 80%…시장도매인 거래 비중↑
K마크 인증·유통민원 119·농산업 고도화 교육 등 추진
2021년 신청사 건립…‘농산물유통 종합비즈니스센터’가 목표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하셨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쉽지가 않을텐데.
진흥원은 기존 농민사관학교에 유통사업본부가 합쳐져 경상북도 농식품 홍보와 마케팅, 판로 개척, 우수농산물 인증, 6차산업과 가공, 농업 CEO와 청년리더 양성 등을 맡게 된다. 지금은 설립 초기라 인원이 다 확보되진 못했지만 53명의 ‘강소기관’으로 농업유통 혁신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고자 한다.

경북 농업인 중 농가판매 연간 실적이 2000만 원에 못 미치는 비중이 무려 80%에 달하는 유통취약계층의 개선이 시급하다. 본인이나 가족이 소비해서 실적이 전혀 없는 비중이 무려 10.6%에 달한다. 500만 원 미만은 4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전통시장에서 팔거나 덤핑 수준으로 농산물이 팔려 전체 가격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도 끼친다. 이들의 실적을 100만~200만 원이라도 높이는데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서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은 매수와 수탁을 직접 함으로써 유통단계를 줄이는 역할의 비중이 약 7000억 원에 달하는데, 농업인은 가격을 30% 더 받을 수 있고, 소비자도 보다 신선한 농산물을 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650억 원 수준인 시장도매인과 작목반의 유통채널 매출 비중은 임기 내 20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것이야말로 ‘Big 비즈니스’라 보고 있다.

-진흥원은 농민사관학교를 확대·개편한 기관이다. 앞으로 육성 방향은?
농업소득을 높이려면 교육이 필수다.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한 6차산업과 가공교육 강화는 물론이고, 졸업생은 농산업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멘토 역할도 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농업이 농산업으로 올라서려면 최소 5인 이상 기업형태가 바람직하다. 그래야 농업법인이나 농업회사로 설립돼 유통 활성화도 가능하다. 3년 단위로 농산업 고도화 과정을 통해 경쟁력 가진 농기업인으로 육성하는 게 진흥원의 역할이다.

교육시스템을 확충해 농식품부·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자격증제를 도입했고, 교육부의 학점은행제도 준비돼 있다. 물론 농업인만 혜택을 받는 곳은 아니다. 소비자와 사회지도층, 비농업인도 교육받을 수 있는 아카데미형 학교로 발전시켜 명실상부 농식품 유통분야 교육의 메카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교육장소도 진흥원만 한정하지 않고 현장실습 위주로 재편해 교육의 질도 높일 것이다.

-진흥원의 핵심 캐치프레이즈가 ‘팔아야 산다’, ‘변해야 산다’로 대단히 간결하면서 직접적이다.
말 그대로다. 경쟁력 갖춘 산업이 되려면 팔아야 살고, 변해야 산다. 즉, 돈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경상북도 자체 인증제인 ‘K마크’를 내년 도입하고, 사이소 등 경북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과천 경마장에서 운영하는 바로마켓처럼 경북 농산물을 소비자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도 수도권과 대구, 울산 등지에 확대할 것이며, 유통취약계층을 위한 콜센터 ‘유통민원 119’도 운영할 것이다. 로컬푸드직매장과 지자체의 푸드플랜, 공공급식센터와도 연계해 경북 농산물이 유통될 수 있는 곳을 다양하게 개척하겠다. 수출이 살 길이라는 기조 아래 온라인 개척 사업도 착실히 준비할 것이다.

-2021년에는 신청사를 건립한다고 알고 있다.
신청사는 2021년 하반기 도청 신도시 제2행정타운에 9989㎡에 153억 원이 투입된다. 물론 예산과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게 있다.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다. 신청사는 진흥원의 공간은 1/5정도만 구상하고 있다. 나머지는 시장도매인과 작목반, 가공기업, 농업인단체 등 농산물유통에 관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아마존,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온라인기업의 한국지사, 경북지사가 신청사에 입주할 수도 있다. 그곳에만 가면 농산물을 팔 수도, 살 수도 있고, 국내로 나갈 수도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다. 즉 아무런 제약도 조건도 없는 농산물유통 종합비즈니스센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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