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품 국가대표를 만나다 - ④경기 포천 성진식품 이인숙 대표

우리 전통식품은 한류의 또 다른 중요한 콘텐츠다. 밥상을 채우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고 경쟁력 있는 산업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는 전통식품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통식품 국가대표들을 만나본다. 네 번째는 경기 포천 ‘성진식품’의 이인숙 대표다.

▲ 이인숙 대표는 한과명인으로서의 자부심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약속했다.

백년초·쑥·치자·깨·호박·찹쌀 등 국산 원재료 고집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전통식품 명맥 잇다

“5000원으로 시작했어요.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였죠.”
1984년 서울 제기동에서 이인숙 대표가 떡장사를 시작했을 당시 창업자금은 5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어머니가 집에서 떡과 한과를 만들던 솜씨를 이어받은 이 대표는 떡집을 차리게 됐고, 1996년 지금의 성진식품을 창업하게 됐다.

트렌드 놓치지 않아요
지금은 유과, 강정, 다식, 약과, 매작과, 정과 등의 단품과 10여 개의 세트상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제품군도 다양하지만 재료는 더 다양하다. 쑥, 백년초, 깨, 치자, 파래, 녹차, 노란콩에 소비자 주문에 따라 우리밀만 쓰는 제품도 있다고. 전통식품의 대명사인 한과지만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정과류의 경우 오렌지정과, 도라지정과, 호두정과, 그리고 키위당절임과 대추당절임 등은 한과업체에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제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전통식품이라고 예전 그대로 방식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맞춰 발전할 때 새로운 맛이 창조된다고 믿기 때문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약식동원·식즉약이란 말이 있듯이 국산 원재료만을 쓴 전통한과는 건강한 먹거리라고 자신해요.”

그런 노력 덕분이었일까. 매출이 좋을 땐 50억 원을 훌쩍 넘겼었다. 안전한 먹거리를 상징하는 HACCP 인증과 전통식품 품질인증, 거기에 경기도 G마크 등을 획득함으로써 40여 년 이 대표의 한과에 대한 노하우와 안전한 제품 생산 노력을 인정받게 됐다. 맑은 맛이 있는 곳이란 의미의 ‘담미정 한과’라는 브랜드로 인지도를 구축한 건 물론이고 군납과 학교급식, 자체 홈페이지와 네이버쇼핑, 쿠팡, 11번가 등 유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 대표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해외진출에도 힘써 미국의 뉴욕, LA 등 한인들을 대상으로 적잖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업은 우여곡절일 수밖에
사업이란 게 그렇듯이 탄탄대로만 있었던 건 아니다. 큰 화재로 공장 전체가 잿더미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세 들어 있었는데 부동산 보험만 들어놓고, 동산 보험은 가입하지 않아 명절 대목을 앞두고 잔뜩 생산해놓은 제품 15억 원의 피해는 돈 한 푼 보상받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옆 공장 피해 보험 구상권 청구 때문에 길고 긴 송사로 어려움도 겪었다.

“우여곡절일 수밖에 없는 게 사업이라지만 화재로 인한 금전피해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거기에 인건비는 자꾸 오르는데 가격은 그만큼 올릴 수 없어 50억 원이 넘었던 매출이 지금은 30억 원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어요. 100% 국산 원재료를 쓰는 전통식품업체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특히 한과는 원재료 비중이 너무 커요. 그래서 군납과 학교급식도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어 지금은 잠시 중단했어요.”

기름도 콩기름 대신 몇 배나 비싼 채종유를 쓰고 있다. 조청도 마찬가지다. 값싼 재료를 쓰게 되면 소비자들이 바로바로 알아서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무너뜨릴 수 없어 좋은 국산 원재료 고집은 꺾지 않고 있다고.

다만 아쉬운 건 전통식품 품질인증 인지도다. HACCP만 해도 그 자체로 소비자든 유통업체든 다 인정을 해주지만 전통식품 품질인증은 인지도가 낮아 판로 개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 전 경기 부천의 한과업체도 도움은 안 되면서 규제는 많아 인증을 반납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명절 때면 대형마트의 요구로 한과세트를 제작하는데 팔리지 않는 제품은 전량 반품처리하고, 수수료가 30%를 넘는 경우가 많아 큰 부담이다. 그래서 고안한 게 미니약과다. 이 대표의 아이디어로 무궁화 모양의 미니약과는 식사대용으로 안성맞춤이라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전국 대형마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수많은 표창과 궁중음식 대상, 한식대가, 한과명인 등 내로라하는 명성을 쌓아온 이 대표의 뿌리에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제가 어렸을 때 떡과 한과를 자주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셈이에요. 어머니는 줄곧 나랏돈 함부로 쓰지 마라, 정직해라, 세금 잘 내라 등의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전통식품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라도 원칙은 꺾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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