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제종자박람회장을 고향 마을 분들과 찾았다. 전시장은 각종 식물 품종의 각축장이었다. 마을 분들은 곧 고민에 빠졌다. 다 좋아 보이는데 품종이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고추, 오이 등 품목마다 수십 개 품종이 전시되다보니 정작 농민들은 고르고 선택하는 일에 엄두를 못 냈다. 우리나라의 식물유전자원은 25만여 건에 달한다. 그중 고추의 유전자원만 해도 1600여 품종에 이른다고 한다.

유전자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농민 스스로 품종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마을 이장이 경작하니 이웃도 따라하고, 농업기관에서 추천하니 너도나도 재배를 하는 실상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마을별로 자치단체별로 특정 품종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병해충이나 쓰러짐 등의 발생 때마다 같은 피해를 입는 농가가 많은 이유다.

올해만 해도 전북 정읍에서는 양파 쓰러짐이, 전남 무안은 잎담배 병해충, 전북 고창은 무 꽃줄기 피해 등이 많은 농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지금도 농가와 종자업체간의 분쟁은 진행 중이다. 품종이 많다는 것은, 선택에서 그만큼 불확실과 위험성도 많다는 의미다. 종자박람회를 보면서 농업관련 당국의 종자에 대한 검증 강화는 물론 농가의 품종 이해를 돕는 교육의 다양화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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