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맛집 탐방 -전북 부안‘슬지제빵소’

부친이 개발한 우리밀 찐빵…대를 잇는 건강 먹거리
전국서 입소문 듣고 찾는 곰소 명소로 자리 잡아

우리밀로 만드는 빵은 맛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적어 찰기가 없고 촉촉하지 않아 빵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고자 계속 연구·개발해 맛좋은 빵을 파는 국산밀 빵집들이 있다. 우리밀, 우리팥을 고집하며 찐빵을 만드는 전북 부안군 곰소의 ‘슬지제빵소’도 그 중 하나다.

염전 옆에 위치한 이곳은 널찍한 앞마당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드넓게 펼쳐진 염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와 함께 운영 중이다. 대표메뉴는 단호박, 흑미, 오디 등으로 색을 낸 우리밀오색찐빵. 이외에도 발아팥 오곡미숫가루, 발아팥 빙수같은 슬지제빵소만의 색다르고 맛좋은 메뉴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생크림찐빵, 크림치즈찐빵도 개발해 판매 중이다.

# 우리밀을 쓰기 위해 기울인 노력
“다른 찐빵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 우리에겐 칭찬이에요” 슬지제빵소 대표 김슬지씨가 말했다. 그만큼 우리밀로는 수입밀 빵의 찰기와 부드러움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밀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 뜻이요. 아버지가 열심히 연구해 맛을 냈는데 그 기술 이어 받아야죠.”
‘슬지네찐빵’은 김슬지씨의 아버지 김갑철씨가 만든 찐빵브랜드다. 그는 2001년부터 부안 읍내에서 딸의 이름을 걸고 찐빵 가게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수입밀, 수입팥을 이용해 만든 일반 찐빵을 판매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느끼고 우리밀을 고집했다고 한다.

“높은 가격 때문에 처음에는 판매가 잘 안됐어요. 찐빵 먹는 사람들이 건강 생각하면서 먹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수입찐빵과 우리밀찐빵 두 가지를 함께 판매했는데 몇 년 사이에 좋은 먹거리가 부각되면서 우리밀 찐빵도 점차 그 판매가 늘었지요.”
이후 팥소도 국산 팥을 사용했다. “저희는 발아팥을 이용하는데 팥을 발아하면 이러한 성분이 배가돼요. 영양분도 배가되고요. 그러다 보니 팥소를 따로 찾는 고객들이 생겼고 발아팥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찐빵이 나왔다. 조그만한 찐빵통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난다. 침이 고여 뜨거운 찐빵을 베어 무니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느껴진다. 다소 담백한 팥소는 그 뒷맛이 깔끔했다. 함께 나온 발아팥 오곡미숫가루 또한 일품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팥 아이스크림 맛이 나면서도 개운하고 건강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맛의 뒤에는 평생 고객들에게 좋은 찐빵을 대접하려는 마음으로 노력한 장인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 변화하는 고객들
수입밀 찐빵과 우리밀 찐빵을 함께 판매하던 슬지네찐빵은 우리밀 찐빵으로 정체성을 잡아가면서 수입밀 찐빵을 계속 판매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점점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에 우리밀을 고집했다고.
“예전엔 천원에 몇 개인지 묻던 고객들이 이제는 재료에 관심이 더 많아요. 이러한 변화에 감사하죠. 좋은 재료를 쓰려는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뻐요.” 그녀에게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6년 전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져 고향으로 돌아온 슬지씨는 제빵기술을 잘 이어받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 꿈은 슬지네찐빵을 식품회사로 키우는 거에요. 부안지역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하고 우리 농산물도 쓰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슬지제빵소를 만든 힘이죠. 하하”
그녀는 장난스레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농산물을 쓴다는 자부심, 오랜 세월 더 좋은 찐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정성이 만들어낸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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