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보조금 제한 대응수단으로 공익형직불제 부각

▲ 산림자원의 공익적 가치가 약 126조 원에 이르지만 공익형 직불제 개편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10월30일 국회토론회 현장.

10월25일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했다. 농·임·수산·축산업 등 분야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당장 필요한 대책으로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업과 산촌은 농업과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 고령화, 무분별한 개발, FTA 등으로 인해 기반이 붕괴되고 있어 공익형 직불제에 임업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의하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토사유출 방지 18조1000억, 산림휴양 17조7000억, 수원함양 16조6000억, 산림경관 16조3000억, 산소생산 13조6000억, 생물다양성 11조1000억 원 등 약 126조 원, 국민 1인당 연간 249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10월30일 국회에서 황주홍 의원과 정인화 의원 주최로 열린 산림자원의 공익적 기능에 관한 토론회에서 국회 입법조사처 유제범 입법조사연구관 역시 산림분야 공익형 직불제는 WTO의 보조금 제한에 대응하고, 임업기반 유지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연구관은 “영국·일본·미국 등은 산림환경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한받는 산주의 재산권을 국가가 보상한다는 개념으로 산림경영직불제를 도입했다”면서 “77%의 산림이 보전산지로 지정돼 재산권이 제한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특히 직불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가소득이 연평균 3648만 원으로 농가소득(4207만 원)의 87%, 도시근로자의 56% 수준에 머물고 있어 소득보전 수단과 택지·공장·태양광·도로 등 비농업용 전용이 9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산지개발의 대응수단으로도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산림의 공익가치 126조, 1인당 249만 원 혜택

77% 산림이 보전산지로 지정…산주 재산권 제한
산림생태계서비스 지불제로 패러다임 전환 주장도

유제범 연구관은 “밭농업직불금에 임업도 포함돼 있지만 농지의 형상과 기능을 유지하는 밭 형상의 산지가 아니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다만 농업분야 공익형 직불제에서 다룰 것인지 별도로 산림분야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윤여창 교수는 식물의 번식과 식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벌을 위해서도 건전한 숲 보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목재생산에 유리한 육림을 포기하고, 꿀의 먹이가 되는 밀원식물을 식재할 경우, 감소되는 수익을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한다”면서 “올해 제정된 ‘양봉산업육성법’은 국공유림에 밀원식물을 확충하고, 선발·증식·보호·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일종의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양봉협회 황협주 회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과 사료작물 생산량이 매년 50%씩 감소할 정도로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농·귀촌의 최고 인기품목으로 각광받으면서 양봉가구는 매년 5%씩 늘어나고 있지만, 채밀을 위해 국유림 출입이 필요한데도 산림청으로부터 제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봉산물의 경제적 가치에만 초점을 맞추는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들은 화분매개를 우선순위로 여기고 있는데, 국내 꿀벌의 화분매개 경제적 가치는 6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황 회장은 “매년 150ha에 불과한 산림청의 밀원수 식재를 늘리고, 국유림 내 밀원 채취를 위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밀원수종 다양화, 벌꿀 등급제와 통일된 브랜드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산림생태계서비스로 평가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연환경국민신탁 황은주 실장은 “깨끗한 물과 공기, 임산물 등 자연이 베푸는 다양한 혜택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 그 일부를 기부하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에코증권’을 등록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와 여당은 기존의 쌀 중심 직불제에서 탈피해 9개 농업분야 직불제를 ‘기본형 공익직불’(쌀직불·밭직불), ‘선택형 공익직불’(경관보전·친환경농업·친환경축산물·전략작목육성), 소농을 위한 ‘소농직불금’ 등 3개로 통합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생태와 환경보전의 첨병역할을 하면서도 저소득에 시달리는 임업인들이 직불제 도입 당시 대상에서 제외된 우를 이번 직불제 개편에선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산림분야 공익형 직불제 도입의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