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아프리카돼지열병 직격탄 맞은 인천 강화를 가다

▲ 정부의 정책에 따라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강화도의 양돈농가.

정부의 수매·살처분 정책 참여했지만 보상은 턱없이 부족
보상기준·보상액 10년 전 잣대…현실 반영한 보상 필요

강화도에는 돼지가 한 마리도 없다. 지금까지 다섯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강화도는 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해 양돈농가에 한 마리의 집돼지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당장의 생계수단이 사라진 이들이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 보기위해 강화도로 향했다.

▲ 텅 빈 강화도 축사의 돼지 사료통

강화의 양돈농가에 방문하고자 했지만 현재 경기 북부의 모든 양돈농가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 농가로 가는 모든 통로가 차단됐다. 강화 양돈농가의 농장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농장이 아닌 한돈협회 강화지부로 향해야 했다.
한돈협회에 들어서니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의 보상이 불합리하다는 내용이다. 강화도 양돈농가들은 현재 집돼지 살처분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이곳에 모인 농장주들 모두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날(10월28일)은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해 강화된 긴급대책을 발표한 다음날이었다. 정부는 먼저 멧돼지의 남하를 차단할 수 있는 울타리를 구축하고 포천, 양주, 동두천, 고양, 화천 같은 완충지역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지역 주변에 총기포획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더 이상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그 과정에는 양돈농가와의 갈등이 있었다.

강화 양돈농가의 현재 상황은…
“숨 쉴 구멍이 없어요” 아프리카돼지열병대책위원회 이상호 위원장의 말이다. 이날 자리에 모인 농장주들은 한순간에 모두 생계수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기간이 2년이 갈지, 3년이 갈지 몰라 더욱 암담하다고.
“양돈은 자동차 공장이랑 다르다. 공장처럼 멈췄다가 곧바로 재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이 위원장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돼지 한 마리가 출하하기까지는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 후보돈을 들여와 100여일 동안 임신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교배 후 임신 기간 4개월, 이후 새끼돼지가 판매 가능할 정도로 자라기까지 4개월, 여기에 비육 기간까지 합치면 1년 6개월가량의 시간이 지나 돼지를 출하할 수 있다.

“현재 어미돼지, 새끼돼지, 비육돼지를 모두 묻은 양돈농가들은 경영의 사이클이 멈춘 상태”라며 “지금 상태로서는 돼지를 다시 키우는 재입식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욱이 현재 경기 북부 농가로 오가는 통로는 모두 차단됐다. 이 지역 양돈농가의 심재진씨는 “ASF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손 놓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다. 보상문제가 조속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초기대응을 잘못해 퍼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왜 농가가 희생을 해야 하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깊은 한숨만이 사무실을 채웠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생계수단으로 앞날 막막…
양돈농가들 “정부의 무작위 살처분 문제”

 

▲ 집돼지 살처분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

시가보상 뿐 아니라 경영손실 보상도…
최근 대한한돈협회 강화지부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부의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가보상과 경영손실 보상을 함께 요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시가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살처분 돼지에 대한 정부의 평가서를 언급했다. “정부에서 돼지가격을 매기는데 사용하는 평가서는 10여 년 전에 만든 것”이라며 “계산 방식이 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제역 때도 지금도 이 평가서를 사용해 보상금을 계산하고 있다.

권 씨는 자돈(새끼돼지)에 대한 보상금을 예로 들며 “이전에는 시장에서 박피시세로 거래했기 때문에 박피시세에 지급배수 33을 곱해 보상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2017년 후반 이후 시장에서 거래하는 기준은 탕박(머리와 내장을 제외한 지육)시세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급배수 또한 이에 맞게 변경해야 하나 정부는 같은 지급배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보돼지의 종부(임신)전 사육비도 마찬가지다. “평가서에 계산된 사육비는 사육기간을 75일로 설정한 것이다. 현재 거의 모든 양돈농가가 사육기간을 100일로 두는데 이 또한 변경해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번식돈 사육비의 경우에는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침(SOP)에 따르면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비육돈의 5.5배로 사육비를 계산하도록 명시돼 있으나 그렇게 계산하면 시세와 50만~60만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농장주 조규성씨는 “일각에서는 우리가 기존보다 보상을 더 요구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시세에 맞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농민들이 직접 통계자료를 찾아 들이밀면서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SOP에 따르면 정부는 양돈농가에게 6개월간 377만 원의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생계안정자금뿐 아니라 경영 사이클이 모두 무너졌으니 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조씨는 “수매로 인해 양돈농가 경영의 모든 사이클이 무너진 상태다. 생계안정자금으로는 정말로 생계안정만 할 수 있다”며 “다시 돼지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사료, 백신, 시설 비용 등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농가의 경영이 다시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경영손실비용을 요구한다. 정부는 경영손실에 대한 메뉴얼은 존재하지 않아 지불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부는 메뉴얼 대로 했느냐”며 “메뉴얼엔 ASF발생 농가 반경 500m의 농가만 살처분 하도록 되어있음에도 국가 특단의 조치로 우리지역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 경영손실에 관한 보상은 메뉴얼에 없어서 못한다니 어이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문제는 정부의 근시안적 대책
이들은 정부의 무작위 살처분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대책은 양돈농가를 죽이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이상호 위원장이 말했다.
강화에서 예방차원 매몰 후 집돼지들 혈흔과 실효채취 검사를 한 결과 34곳의 농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이 잘못 됐다는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ASF의 감염경로는 직접 접촉이고 정부에서도 이를 인정하면서 왜 애먼 집돼지만 잡아들이는지…”그는 이어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대책은 같은 지역이라는 것 외에 기준이 없다. 농가들이 키우고 있는 시설이나 환경에 관계없이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출이 많이 된 농가, 돼지를 출하할 때 기사들이 직접 들어가는 농가, 사전예방이 철저하지 않은 농가 등을 위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 살처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의 농장들은 예방을 통해 감염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경기 북부의 모든 양돈 농가의 돼지를 합쳐봤자 우리나라 양돈의 4% 규모밖에 안된다. 그러니 정부가 더 쉽게 수매·살처분정책을 내놓는것 같다”며 “대규모 양돈농가가 많은 충청·전라·경상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면 절대 이런 식의 살처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10월27일에 정부가 발표한 긴급대책보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권미화씨는 “ASF가 잠잠해지면 다시 입식을 할 생각인데 이런 식으로 우리 지역은 배제하고 예방하면 경기북부는 언제쯤에야 입식허가가 날 수 있을지 싶다”며 “우리지역 양돈농가를 들어내는 것이다. 소수의 농가를 전부 희생해서 돼지열병의 전염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다섯명의 농장주 모두 막막한 생계에 침울해 있다가 정부의 정책을 이야기할 땐 목소리를 높였다. 잘못된 대응에 화가 난 상태였다. “환경부에서 초기대응을 잘못해 병이 퍼진 것을 몇몇 농가의 희생으로 무마하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은 터무니 없으니 화가 나고 답답할 노릇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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