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우리 농업의 보호막이 사라지게 됐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우리 정부는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와 농업기반시설 낙후, 농가소득 저하 등을 이유로 농업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택하고, 이를 통해 수입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매겨 국내 농업을 보호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 우리 농업이 풍전등화에 놓이게 되자 농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농업인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농업을 챙기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허울뿐인 공약(空約)이었고, 가격 폭락과 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피를 토하는 농민을 위로하고 보듬기는커녕 무참히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농협조합장들도 개도국 지위 포기 대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해 국회에 전달했다.

정말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만큼 우리 농업의 문제가 해결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식량자급률은 턱없이 낮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농업인력은 고령화되고, 매년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은 재배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과수화상병,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각종 전염병과 자연재해 등으로 우리농업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안 없는 개도국 지위 포기는 스스로 우리 농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농업을 포기한 최악의 정부란 오명을 떠안게 됐다. 그 불명예의 멍에를 벗을 대책이 있을까? 수확의 기쁨으로 넘쳐야 할 가을들녘이 실망과 분노로 가득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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