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참여 낮은 이유…‘불리한 공천제’ 가장 많이 꼽아

성평등 사회 구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다. 그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여성 50% 할당제, 국고보조금 등의 제도가 마련됐지만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192개국 중 120위에 머물렀다. 내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6개월 앞둔 지난 22일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대토론회가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주최로 열렸다.

▲ 21세기 여성정치연합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정치인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토론회를 지난 22일 개최했다.

지역구 여성후보 30% 공천…의무조항 개정 필요
내년 21대 총선, 女風 불려면 제도개선 서둘러야
민주당·한국당, 여성대표성 강화한다지만 실현은 미지수

여성후보자 선호도 크게 높아져
주제발표에 나선 경희대학교 송희재 교수에 의하면 2014년과 2018년 지방선거는 4년 만에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인식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선거 직후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70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여론조사를 보면 2014년에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낮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성이 정치를 더 잘할 것 같아서’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 2018년에는 ‘여성에게 불리한 공천제도’가 가장 높았다”면서 “정당 경선제도나 선거제도가 여성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거나 또는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유권자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수는 “사회적 지위나 경력이 비슷할 경우 성별 선호도를 묻는 질문엔 남성 선호도가 41.4%에서 27.2%로 하락한 반면, 여성 선호도는 29.1%에서 35.8%로 상승했다”면서 “제도를 개선한다면 여성의 정치참여가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를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매년 목표치를 설정해 이행토록 하고 있다. 2022년까지 국가 고위공무원단은 10%, 공공기관 임원 20%, 군인 간부 8.8% 등의 목표치를 정했다. 송 교수는 “숫자와 구색 맞추기에 그쳐 비인기 직종이나 위원회에 여성 숫자를 늘리는 건 큰 의미가 없고, 질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대표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선거제도는 지역구 30% 여성후보 공천할당제를 권고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난 3월 3당 원내대표는 여성 공천 30%를 지키지 못하면 국고보조금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현재 여성추천보조금은 한 정당이 여성 30%를 공천하면 최대 42억 원까지 주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법 개정 가장 시급해
서울시립대학교 김민정 교수는 “2000년 정당법 개정으로 비례대표에 여성을 30% 이상 추천하도록 한 ‘여성공천할당제’가 도입되면서 16대 국회는 여성의원이 5.9% 증가했고, 2002년 선거법 개정으로 50%까지 늘리면서 17대 국회에선 13%까지 늘어나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물꼬를 텄다”고 분석했다.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여성후보자 현황을 보면 15대 1.5%. 16대 3.2%, 17대 5.6%, 18대 11.9%, 19대 7%, 20대 26.5%로 증가하는 등 지역구 여성할당제가 여성후보자 확대에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완할 점은 분명하다.

김 교수는 “하지만 지역구 여성할당제가 권고조항에 머물면서 도입 효과를 반감시켰다”면서 “지방의원은 30% 여성할당제를 의무화했고, 지키지 않으면 등록 자체를 무효로 하는 규정을 뒀지만, 국회의원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지난 10년간 개정이 1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희정 前 여성가족부 장관은 자유한국당의 여성대표성 확대 방안을 소개했다. 김 前 장관은 “지역구 여성공천 30% 할당을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이를 어길 시 경상보조금 30%를 감액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면서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에서 정치신인 50%, 청년 40%, 여성·장애인·국가유공자 30% 가산점을 부여하고, 여성이면서 정치신인일 경우 최대 50%까지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김은경 소장은 “올해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발족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에 여성이 38% 입성하는 결과를 달성했다”며 “지역구 여성 30%를 지키지 못하면 등록 무효나 10% 미만 시 보조금 40%, 10% 이상~20% 미만 시 30%, 20% 이상~20% 미만 시 20% 보조금을 줄이도록 법을 개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의 발표대로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양금희 회장은 “여성 정치참여를 확대하려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바꾸는 것이며, 나아가 성평등 조항을 헌법에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남녀동수(男女同數) 민주주의를 위해선 시민단체의 여론 형성과정이 필요하다”며 “제도를 고치면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공정을 바꿀 수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이음재 공동대표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이음재 공동대표는 “차세대 여성정치인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다 많은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역량 있는 여성후보자를 발굴하고, 여성유권자 교육을 펼쳐 남녀의 동등한 정치참여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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