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조윤제 작가

다산 정약용은 조선시대 정조 때의 문신으로 실학자이며 철학자였으며 과학자로 500여 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 ‘여유당전서’라는 전집에 묶어 편찬해낸 저술가였다.
 다산은 개혁군주 정조대왕을 도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화성을 설계·완공시켰다. 10년 공사계획을 도르레를 원용(援用)한 거중기를 발명하고 이를 이용해 2년 5개월만에 화성을 조기 완공시킨 조선의 다빈치라는 말을 듣는 천재 학자였다. 다산은 신유사옥 정쟁에 휘말려 18년간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이때 다산은 마음다스림의 법도를 다룬 심경밀험(心經密驗)이라는 책을 쓰며 인생 마지막 공부에 정진했다.
그 학문업적과 내용을 풀이한 ‘다산의 마지막 공부’라는 책을 펴낸 조윤제 작가를 만나 다산의 가르침을 알아봤다.

“귀양을 낙담하지 않고
 바쁜 관직으로 못한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500권의 좋은 책 펴내”

다양한 학문 섭렵, 학문적 체계 이뤄낸 업적
-다산은 정조대왕과 함께 조선의 개혁시대를 이끌면서 다양한 학문섭렵 업적을 남겼는데, 다산의 인품과 업적을 알려주시죠?
다산은 500권의 책을 썼는데 그 책 어느 하나도 소홀하거나 가볍게 봐선 안될 책이지요. 글을 쓰는 저에겐 귀감이 되고 멘토가 되실 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학문적인 체계를 정립해냈다는 게 그분의 가장 큰 업적이라 봐야지요.
다산은 정조대왕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다가 40대 초반에 관직이 박탈돼 귀양을 떠나게 됩니다. 보통의 사람 같으면 밑바닥으로의 추락에 크게 낙담하고  주저앉았을 겁니다. 그러나 다산은 ‘관직에 머물 때는 바빠서 공부를 못했는데 이젠 맘껏 할 수 있겠다’며 고난을 오히려 공부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마음이 어려울 때 꼭 필독해야겠기에
다산 관련 책 쓰게 된 것

-어쩌다 다산 관련 책을 쓰게 됐나요?
전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영상사업단에서 근무를 하다 요즘은 고전을 공부하고 책을 쓰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다산 관련 책을 보다가 인생 마지막까지 ‘심경(心經)’을 공부하겠다는 다산의 말씀을 보고 심경에 대단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최고의 경지에 이른 학자가 자신의 마지막 공부로 심경을 선택했다는 것이 놀라워서 심경을 찾아서 읽게 됐지요. 하지만 고전을 공부했다는 저 자신도 읽기 어려웠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마음이 어려운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으로 심경을 쉽게 풀어서 ‘다산의 마지막 공부’라는 책을 썼습니다.

조선시대 최고 학자들이 선택한 다산의 ‘심경밀험’
-‘심경’이란 책은 어떤 책인가요?
‘심경’은 사서삼경 등 동양의 고전 여러 책에서 마음수련에 관련한 좋은 구절 37개로 구성된 책입니다. 송나라 시대에 유학자인 진덕수가 구절을 뽑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편찬한 것이지요. 그 뒤 명나라의 정민정이라는 유학자가 다시 자기의 생각과 다른 학자들의 생각을 덧붙여서 ‘심경부주’라는 이름으로 저술했어요. 다산선생 역시 심경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심경밀험(心經密驗)’이란 책을 낸 것입니다.

조 작가가 ‘심경’을 주제로 책을 편 것은 사회생활에서 삶의 흔들림이 있을 때, 길을 짚어주는 글귀로는 동양 고전에서 찾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고전서 중심으로 썼다는데, 특히 심경에 담긴 삶의 좋은 메시지를 다음 몇 가지로 간략하게 요약 소개해 줬다.
“퇴계 이황선생은 매일 새벽마다 마주했던 게 ‘심경부주’였다며 이 책에서 얻은 공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혔지요. ‘나는 심경부주를 얻은 뒤에 비로소 마음공부의 뿌리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모두를 알게 됐다. 공부에 뜻을 두고, 일어서서 분발할 수 있었던 힘은 이 책에서 나왔다’라고 말이죠. 이를 보면 다산은 물론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들이 선택한 책이 심경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어 조 작가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해줬다.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마음과 투쟁하고 화해하는 긴 여정이다.
공부는 마음을 나 다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과정이다.

-다산은 75년의 삶을 통해 산학, 철학, 과학 등 여러 부문에서 많은 책을 썼는데, 주요 저서 몇 가지만을 소개해주시죠?
다산의 3대 저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목민심서’는 목민관의 치민(治民)에 대한 요령과 백성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밝힌 책입니다. 행정수칙이 세밀한 매뉴얼을 밝힌 책으로 세월이 가도 길이 읽어야 할 책이지요. ‘흠흠신서’는 다산이 곡성부사로 재직 시 실제 수사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판결과 형벌, 치옥(治獄)에 대한 주의와 규범을 밝힌 책으로,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일을 가벼이 처리하지 않도록 유의사항을 기록한 책이지요. ‘경세유표’는 기술개발과 상공업 발전을 통한 부국강병의 지침을 밝힌 경제관련 책입니다.
서양에서 그 시대 손꼽히는 분이 많았잖아요. 그분들은 거의가 철학쪽에만 치중했는데 반해 다산선생은 상상할 수 없는 여러 분야의 학문과 기술에 통달함으로써 평범한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분 같아요.

다산은 시재도 뛰어나 좋은 시를 많이 남겨
-다산은 시재(詩才)도 뛰어나 좋은 시를 많이 남겼다고 하던데요?
독소(獨笑)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는데, 내용을 보면 삶이란 게 쉽지가 않다는 것을 독백으로 풀어낸 시입니다. 삶을 진지하게 새겨 봐야 할 여운이 담긴 시이지요.

양식이 많은 집에 자식이 귀하고 / 아들이 많은 집에는 굶주림이 있으며 / 높은 벼슬아치는 멍청하고 /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를 펼 길 없으며 / 집마다 완전한 복 갖춘 집 드물고 /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이 바보이고 / 보름달이 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분다. // 세상이란 모두 이런거야!

이 시엔 ‘귀양’이라는 나쁜 일이 반대로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뜻이 담긴 시라고 봅니다. ‘귀양’이라는 인생의 고난에서 다산이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이런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다산은 폐족이 된 죄책으로 아내와 자녀, 형제들에게 구구절절 애타는 심정이 담긴 편지를 많이 보냈지요. 이 편지들은 우리 모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요.
한편, 다산은 유배 중 많은 제자를 가르치며 책을 쓰고 원근에서 찾아오는 지인과의 차담(茶談)을 나누며 좋은 얘기를 해 주었던 참다운 어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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