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3주년 특집 - 의료인프라 열악한 농촌, 여성이 위험하다 정책토론회

▲ 지난 23일 본사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의료인프라 열악한 농촌, 여성이 위험하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주제발표 : 의료인프라 열악한 농촌, 여성이 위험하다
    ▶ 여성농업인 건강관리 필요성과 대책
       - 박기수 교수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 지정토론
    ▶ 좌   장: 김영란 목포대 교수
    ▶ 토론자 : 김귀숙 곡성군 보건의료원 방문보건팀장
                  유연숙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신미석  강원농업안전보건센터 운영지원팀장
                  김경란  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보건팀 연구관
                  김재학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


제기된 개선책, 정책으로 이어지게 뜻 모으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김인련 회장,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개회사와 축사를 맡았다.

▲ 김인련 회장

김인련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의료인프라가 열악해 여성농업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농가인구 중 여성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여성농업인CEO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이들의 활약이 계속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시급한 의료인프라 개선에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그래서 얼마 전 출범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여성정책팀과 농촌진흥청의 여성농업인 연구전담부서, 그리고 지역에서 생활개선회와 함께 농작업 안전과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농업안전보건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도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농촌여성신문이 큰 병원은 갈 엄두를 못내 근본적인 치료는 못하고 가까운 보건소나 의원에서 통증만 완화하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없어지는데 적극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일반검진과 의료인프라 수준으로는 여성농업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조기발견에 한계가 있다. 의료시설도 부족해 대다수의 여성농업인들이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 때 제기된 개선방안들이 정책으로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이가 협력한다면 여성농업인이 새로운 농촌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황 의원은 또 “이들의 활약이 계속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시급한 의료인프라 개선에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토론회가 농촌여성의 건강실태와 열악한 의료인프라의 실질적인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고령화가 심화되는 농촌에서 농업인구의 절반이 넘는 여성농업인들은 반복된 수작업과 가사노동, 육체노동 등으로 고통이 누적됐다. 또 도시와 다르게 농촌에서의 보건·의료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일반검진으로 여성농업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조기발견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국회에서 ‘사람중심 농정개혁’이라는 농정목표 실현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우리 여성농업인에 대한 의료복지 증진 등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축전을 통해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해 대외적인 농업개방의 파고에 농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로 이제는 농촌마을에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로 농촌의 정주 여건은 더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농촌에서 가장 취약한 의료 인프라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갖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이어 “농촌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를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 해결을 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농촌의 의료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좋은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제발표 
   박기수 교수(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여성농업인 위한 구체적·지속적인 건강프로그램 마련돼야”

여성농업인의 경우 근육골격계통과 결합조직의 질환 유병률이 70%이상으로 일반인구에 비해 2012~2015년 12.8~17.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접 몸을 움직여 이용하는 농작업에 대한 참여비중이 높고 여성농업인의 특성상 농사일과 가사 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업노동이 힘들다’, ‘농업 소득이 적다’는 공통적인 농업 어려움 이외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으로는 ‘농사일에 체력부족’(32.8%)이 농사활동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 박기수 교수(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는 “농촌 고령화에 따라 여성농업인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의료기관이 멀다보니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없고 그에 따라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 수검률도 일반여성의 경우에 비해 12.3% 낮게 나타나 여성농업인들이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며 “의료비 지출 역시 대부분의 질환에서 농업인의 의료비용 지출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척주병증과 기타 병증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5.08배 많고 관절질환의 경우는 4.94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여성농업인의 88.5%가 자연환경이 좋아서, 도시보다 여유가 있어서, 생활비가 적게 들고 이웃과 가깝고 친구가 많아서 등 물리적 환경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이유로 계속 농촌에 거주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8.4%의 여성농업인은 ‘농사일이 힘들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어서’, ‘교육여건이 취약해서’ 등의 불만으로 향후 농촌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의료복지의 부재’를 농촌생활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는데 ‘2018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결과(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는 이런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과감없이 보여주는 자료다.
박 교수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70% 이상이고, 30분 내로 병원에 갈 수 없는 지역을 ‘의료취약지’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군단위 농촌은 의료취약지로 분류되고 있다. 내, 외과는 물론이고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내과의 경우는 개인 병원이라도 찾을 수 있지만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는 개업소식이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라며 “특히 외상이나 심장정지, 뇌출혈 등의 위급상황을 다루는 응급의료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 군단위 지역과 군을 끼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응급시설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농촌지역의 의료시설 미비와 부재 현상은 자연스럽게 농업인들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농촌과 도시는 소득뿐만이 아니라 건강도 불평등한 상태인데 자료에 따르면 경남 남해와 경기 분당의 경우는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최대 10년 정도가 난다. 같은 수명을 살더라도 농업인들은 실제로 몸이 더 아픈 채 ‘유병장수’ 해야 하는 신세다.

아픈 채로 오래 살아야 하는 현실...
도시 vs 농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 10년이나

여성농업인들은 활발하지 못한 사회활동으로 우울감이 높았으며 교육·문화 활동에서도 소외되어 객관적인 건강수준 뿐 만 아니라 주관적 건강수준도 도시지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의 농업인 보건안전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농업인들의 건강 예방과 보상을 ‘농업인사회보험공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EU 국가는 농업관련 종사 근로자의 산재보상을 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근로자건강보험과 별도로 농업근로자보험을 운영하고, 호주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민건강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덴마크의 ‘안전교육과 농가현장 안전진단’, 아일랜드의 ‘재해예방의 법적의무 규정과 안전교육확대’, 핀란드의 ‘농업인 연가(휴일)제공’ 등은 참고할 만한 의료복지 제도들이다. 

농어업인안전보험의 강제가입
커뮤니티 케어를 통한 대책 제안

박기수 교수는 “농촌에서는 아파도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 의료뿐만 아니라 삶도 같이 보살펴야 한다고 본다. 당장은 허리가 아프니 치료를 해주는 것이 급선무지만 넓게 본다면 근본적으로 아프지 않게 농작업 위해요소를 제거해 주고, 여성농업인을 위한 보조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정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라며 “농촌지역의 특이적인 커뮤니티케어 특히 보건복지의료 외에 농업이 포함된 커뮤니티케어가 만들어져야 한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공동주거화해 함께 모여 운동과 식사를 하고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열악한 의료인프라 속에서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해서 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 마을 별 건강지도자를 육성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운동과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지속적인 약물관리가 필요한 고령농업인의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매우 현실적이 제안이라 여겨진다.

“특히 요즘 여성농업인들이 도시 여성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새로이 느끼는 점이다”라고 주장한 박기수 교수는 “앞으로 농촌에서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건강정보 이해력이 뒤지는 농업인을 위해서는 그림이나 동영상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라며 생활개선회원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적 접근의 의료현실 개선을 제안했다. 농촌에 위치한 의료기관들이 동네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마을마다 건강과 안전교육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 상담인력이 배치돼 여성농업인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기대해 본다.

 

■ 지정토론

여성농업인 활약 계속되려면 의료인프라 개선이 0순위

김귀숙  “농업인재활센터,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
유연숙  “여성농업인 농작업 후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이중고 겪어”
신미석  “농업인 건강 연구뿐 아니라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에 노력해야”
김경란  “여성농업인 안전 위해서는 작업환경부터 개선돼야”
김재학  “농촌여성정책팀 정책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것”
김영란  “오랜 시간 끌어온 문제들, 이제는 해결될 때”

 

농업인 위한 의료시설 확대돼야…

▲ 김귀숙 팀장

김귀숙 팀장= 곡성군은 3만여 명의 인구 중 80%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부증인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군에서 대응책을 고민하다 2016년 8월에 농업인재활센터를 개설했다.
곡성군에는 종합병원이 없어 전문적인 의료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광주나 남원으로 가야한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농업인재활센터는 이와 같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근골격계 질환만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재활과 서비스를 받으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다보니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재활센터는 2층으로 돼있다. 1층은 재활운동실로 재활의학과 전문의, 물리치료사, 간호사가 상주한다. 재활운동에 도움 되는 근골격계 초음파 진단기, 슬링 등 23종의 기구가 비치돼 있고 각자의 진단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며 운동 전·후 비교평가가 이뤄진다.
2층은 재활교육실이다.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속적인 이용객들과는 나들이를 나가 유대감을 높이기도 한다.

곡성군농업인재활센터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지역의 내적, 외적자원과 연계하고 있는데,전남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연계해 물리치료사, 간호사가 함께 주민건강에 힘쓰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조선대학교농업안전보건센터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농업인재활센터 이용료는 거의 무료다. 하루에 50~60명의 주민들이 다녀간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농업인재활센터는 읍내에 위치해 면 단위 주민들의 접근이 어렵다. 원거리 주민들의 이용률 저조 문제와 지역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천원에 이용 가능한 효도택시를 22개 마을에서 운영 중이며, 셔틀버스를 1일 2회 운영하고 있다. 또한 농번기에는 이용률이 많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센터에 내원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의사, 물리치료사들이 마을과 가정에 방문을 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농업인재활센터는 언론매체에 10회 이상 보도되고 15개 기관에서 견학을 오는 등 전문치료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공의 요인에는 먼저 군민들의 의견을 파악하고 지자체의 높은 관심으로 전문인력과 장비, 시설 인프라 구축이 잘된 점에 있다. 우수 재활센터인 만큼 우수사례 기관으로 모델을 개발하고 군민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센터가 전국의 많은 농어촌에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서도 협조해주길 바란다.

▲ 김영란 교수

김영란 교수=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귀숙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질환을 위해 곡성군 마을 전체가 촘촘하게 노력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업인재활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의 건강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 같다.

 

 

 

35년 농업인 인생, 내 경험으로는…

▲ 유연숙 정책부회장

유연숙 정책부회장= 농촌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농민이 건강해야 국민이 건강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농촌사회 발전에 기여할 농촌여성 건강에 대해 토론회를 갖게돼 기쁘다. 35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내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 농촌현실에 비춰 여성농업인 건강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나는 수도작과 축산업을 한다. 둘 다 70%는 기계를 쓰지만 나머지 작업은 수작업을 필요로 한다. 밭농사도 짓고 있는데 밭농사의 경우, 손이 더 많이 간다. 50%는 기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작업이다. 농작업을 하다 보면 농기계를 사용하는 일은 대부분 남편의 일이다. 내가 하는 작업은 쭈그리고 앉아서 하거나 반복적으로 허리를 구부렸다 피고 손목을 써야 하는 일이다. 이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농부병, 여성 농업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농업인은 들에서 노동을 하고 집에 가면 빨래 청소와 같은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바쁜 농번기에는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다 보니 더욱 잦은 위험에 노출된다. 나 같은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과 허리, 어깨 통증이 있고, 손목이 저리는 손목터널 증후군까지 왔다. 여기에 계신 여성농업인들도 근골격계 질환 한 두개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는 동네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것이 전부다. 전문병원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작은 고통은 참고 견디는 게 우리 여성농업인들의 일상이다.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로 지역별 농업인안전보건센터가 설립돼야 한다.
둘째, 농작업 편이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 고추농사를 할 때는 장시간동안 뜨거운 태양 밑에서 종일 허리를 구부렸다 펴야했다. 그러나 농작업 편이장비 중 하나인 고추수확 도우미의자를 사용하니 허리통증도 완화되고 햇빛도 차단돼 열사병 예방효과도 있다. 이로 인해 생산성 또한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편이장비가 많이 부족하고 작업환경은 열악하다.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고 농업의 부담을 줄여 작업의 능률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농작업 편이장비지원확대를 요청한다.

셋째, 농번기 농촌마을 공동급식 사업이다. 농촌은 현재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현상이 심각하다. 농촌마을 공동급식 사업을 시행하면 바쁜 농사철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농업인의 이중고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영농에 집중할 수 있어 생산성이 증대되고 고령농업인들에게도 균형 있는 식사를 제공해 건강증대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여성농업인 삶의 질도 향상된다. 그러나 기존의 예산과 조례를 어느 마을에나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실정에 맞는 매뉴얼을 개발해 맞춤형 사회보장 속에서 건강한 농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청한다.

 

김영란 교수= 여성농업인의 질환 뿐 아니라 농기계문제, 급식문제에 따른 농작업의 영향,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여성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총체적인 이야기를 삶 속에서 느낀 대로 전달해준 것 같다. 

 

남성농업인에 비해 허리질환 취약

▲ 신미석 팀장

신미석 팀장= 강원농업안전보건센터는 2013년 3월 지정돼 농업인의 직업성 허리질환을 위한 의학 검진, 현장조사, 실험실 실험 등의 연구 사업을 진행했다. 연구 사업결과를 토대로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농업인을 위한 안전보건 서비스 사업을 운영 중이다.
강원농업안전보건센터는 연구를 통해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허리질환에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허리를 보호하는 허리 근력이 약하고 허리 근육량이 적으며 생리, 임신, 폐경 등의 신체 변화에 민감하고 농작업 외에도 가사·육아 노동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강원농업안전보건센터와 강원도농업기술원, 한국생활개선강원도연합회는 여성농업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보건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예방교육부터 여성농업인 특화 허리건강 예방관리 사업까지 추진 중이다.
예방교육은 허리통증과 척추에 대한 이해, 허리 부담이 큰 자세와 농작업,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등의 내용이다. 이후 허리신전 근력과 허리 통증정도를 확인하고 근력부족, 보통, 양호 단계로 분류해서 평가해 개인에게 맞는 상담과 운동지도가 이뤄진다.
올해 농업안전보건센터는 강원도 18개 시군의 생활개선회를 모두 방문했다. 서비스 만족 여부, 시간, 건강관리 영향력 등의 문항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94점의 성과를 보였다.

현재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연구 사업 중심에서 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으나 수행인력이 연구, 통계에 최적화 돼 있어 서비스 사업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있다. 서비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인력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규모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올해 여성농업인형 사업 외에도 마을형 안전보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근직 인원 5명으로 넓은 면적의 강원도 마을에 주당 3~4회 출장을 소화하기 매우 힘들었다.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서비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원과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농업안전보건센터, 농식품부, 농진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모두 입장이 다르겠지만 여성농업인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차이를 이해하고 견해를 좁혀야 한다. 이를 위해 간담회, 협의회 등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와 방향을 세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농업안전보건센터만으로 전국의 농업인들에게 예방사업을 펼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현장을 조사하고 농업인을 수시로 접할 수 있는 예방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 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 개발된 프로그램 보급을 예방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예방전문가는 농업인을 직접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김영란 교수= 여성농업인 질환의 특징이나 내용과 더불어 의료기관의 접근성까지 고려하면 농업안전보건센터의 기능이나 여건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농업인에 특화된 예방안 필요

▲ 김경란 연구관

김경란 연구관= 여성농업인의 가장 큰 문제는 농사일이 힘들다는 것과 그로 인해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 두 가지다. 그런데 농업인들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여러 농업인의 건강, 안전문제를 업무상 재해로 보고한 ‘2018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조사’를 실시했다. 여성농업인에게 가장 많은 업무상 질병은 역시나 근골격계질환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쉬운 것은 2017년에 농업인 편이장비 시범사업이 종료됐다는 점이다. 섬세한 수작업 비율이 높은 농작업의 경우는 다양한 편이 장비를 필요로 한다. 농업인이 이를 전부 구매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있으니 국가에서 지원을 통해 보급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농업인 특화편이장비 지원사업’을 전국사업으로 확대해 여성농업인의 노동 부담을 줄여야 한다.

기존의 농기계에 여성농업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조절장치도 필요하다. 최근 여성농업인들이 농기계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여성의 농기계 사고율이 증가하고 있다.
비교적 체구가 아담한 농촌여성들에 비해 농기계는 거대하다. 핸들과 운전석 사이 조절장치같은 것이 추가돼 농기계를 여성들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기계 교육이 이뤄질 때에는 현장에서 직접 시연교육, 체험교육 등 실질화된 교육 위주로 해야 한다.

여성농업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전도’사고다. 전도사고가 발생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지기 쉽고 회복도 더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끄럼방지 작업화 착용, 작업장 정리정돈 등 예방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
농협에서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사고와 질병에 대한 보장을 위해 ‘농업인안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엔 71만 명의 농업인이 가입해 보장받고 있는데, 보험가입자 중 여성은 21만 명으로 전체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농가 인구 50세 이상부터는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고 여성농업인의 대부분이 농업노동의 주요 인력으로 활동하는데 여성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이 남성보다 적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성농업인 안전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8월부터 농촌진흥청에서 농작업안전보건기사 자격증 제도를 시행했다. 농업인 건강과 안전문제가 심각하니 이를 지도할 인력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전문기사 자격증을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농업기술센터에도 건강·안전 전문지도를 할 수 있는 전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 지도 교육,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농업인안전재해예방센터가 설립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

 

김영란 교수= 정부가 농촌여성의 건강 보건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농식품부 김재학 사무관에게 들어보겠다.

 

농촌의료시설, 정부계획은…

▲ 김재학 사무관

김재학 사무관= 앞에 발표한 내용들을 잘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 또한 잘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정책에 반영토록 최선을 다하겠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이 여성농업인단체들이 꾸준한 응원 속에서 6월27일에 새로 출범했다. 농촌여성정책팀장은 여성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으로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지역은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아 의료취약 대상자가 많으나 전국 대다수 응급의료 취약지, 분만 취약지는 농촌지역에 위치한다. 낮은 의료접근성으로 많은 농업인들 또한 병을 키워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의료비용 지출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농식품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노력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방향은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권역별 외상센터, 지역거점 병원 등 공적 의료영역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먼저 의료, 분만취약지역의 거점의료기관 시설과 장비비, 의료이용의 지원을 확대했다. 지역거점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해 낙후된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의 환경을 개선하고 파견의료인력을 위해 인건비도 지원 중이다.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을 위해선 외상센터 의료진 처우개선을 하고 의료인력을 증원한다. 이를 위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을 전북 남원에 설치 계획 중이다. 또한 1977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한 공중보건장학제도사업도 다시 실시해 공공보건 의료에 종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식품부는 현재 농촌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농촌에 특화된 보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13년도부터 5개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5천여 명에게 무료건강검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농업인 행복버스를 통해 의료관련 서비스가 90개 지역에서 이뤄진다. 농촌 분만환경 개선방안으로 분만취약지 지정기준을 완화해 13개 군지역을 추가했고, 농촌지역 임산부에 대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부에 이를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인 질환 예방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 특수건강진단 제도 도입과 보건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먼저 여성농업인 특수 건강검진을 우선으로 실시해 검진항목, 비용,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2021년엔 5곳에서 시행 중인 사업을 7곳으로 늘려 성별 구분 없이 농업인 전체에 대한 특수건강검진 지원 제도로 확대할 것이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농업안전보건센터 무료건강검진, 농업인 행복버스 건강검진, 농촌 재능나눔건강검진의 혜택인원도 늘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가장 많이 언급됐던 농업인 안전보건센터를 각 도별로 설치하고 이를 활용해 농업인 직업성 질환에 대한 예방, 교육프로그램 전문가를 양성·교육을 실시토록 하겠다.

 

김영란 교수=  농촌으로 조사를 나가면 어머님들이 진통제를 많이 드신다. 진통제로 아픈 걸 참아가며 일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또 농촌여성들을 위해서는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수영장이나 요가와 같은 기초체력시설, 농기계 운임 문제 등 작은 배려들이 필요하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은 이미 오랜 시간 문제가 제기된 것들이다. 농촌여성정책팀이 출범했고 팀장으로 여성 전문가가 선발된 만큼 기대가 크다. 활발한 의견교류가 이뤄져 이제는 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시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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