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여행
과거․현재․미래가 관통하는 근대문화도시로 시간여행~■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전북 군산
류미월 객원기자  |  rhyu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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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7  11: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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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과
아담하고 예쁜 이국적 건물
빵냄새 커피냄새에 녹아들다"

세상이 온통 혼탁하다. 문득, 모함과 부조리로 얽힌 사회상을 풍자와 냉소로 엮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濁流)’가 떠오른다. 식민지시대의 대표작가인 채만식은 1902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금강 하굿둑에 있는 채만식 문학관에 가서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만나고 시내를 걷다 근대의 건축물들과 만나는 곳, 새만금방조제와 육로로 연결된 고군산군도의 57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해상관광공원을 이루고 손짓하는 곳이 군산이다.

   
▲ 금강하굿둑

군산 제대로 즐기려면 1박 코스를…
군산은 기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갈 경우, 군산역까지 직행이든 환승이든 편도 3시간은 잡아야 한다. 고군산군도의 비경을 보고 은파호수공원, 금강철새조망대를 보고 시내를 두루 넉넉히 돌아보려면 1박 코스가 좋다. 당일코스라면 미리 예약하고 군산역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고 좋다.
섬 여행이 좋다면 군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비응항 환승장에서 99번 2층 버스를 타면 고군산 연결도로를 따라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구간을 볼 수 있다. 
기차여행이 좋아서 수원역에서 3시간여를 달려 군산역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당일치기로 군산 시내 포인트만 돌아보려고 해도 마음이 급해진다.

   
▲ 채만식 동상

채만식 따라잡기 ‘탁류길’
첫 코스로 채만식 문학관으로 갔다. 문학관 뜰에 들어서자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근사하다. 충남과 전북을 잇는 교량역할을 하는 방조제, 금강하굿둑이 늠름하게 서 있다. 선박이 정박한 모양을 한 문학관을 돌아보고 2층에서 내려올 때는 배에서 하선하는 느낌이 든다. 외관이 이채롭다.
채만식은 ‘불란서 백작’이라 불렸는데, 돈은 없었지만 평소에 감색 상의에 회색바지를 깨끗이 입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다작(多作)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장·단편 소설만 해도 200여 편에 이르며 동화나 수필 등 다양한 장르까지 포함하면 1천여 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레디메이드 인생>과 <태평천하>, <탁류>를 꼽을 수 있다. 1937년 10월부터 1938년 5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탁류>는 모함과 사기, 살인 등 부조리로 얽힌 1930년대 식민지사회의 사회상을 고발한 풍자와 냉소로 엮은 작자의 대표작이다. 우리 민족의 사회적 현실을 다각적으로 반영하면서 일제 치하 검열시대에 풍자와 역설 등 기법으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탁류>는 지금의 증권과 같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미두장(米豆場: 현물 없이 미곡을 거래하는 미두꾼들이 모여 거래 하는 곳)에 뛰어들어 몰락한 정주사의 가족사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그 시대의 아픔이 잘 녹아있다. 지금도 군산에는 ‘탁류길’이 있을 정도로 소설 속의 배경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도 재밌는 코스가 될 것이다.

   
▲ 근대역사박물관

여행재미를 더하는 근대건축물
문학관을 돌아보고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는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서해 물류 유통의 천년 세계로 뻗어가는 국제 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물관 근처에는 예쁜 건축물들이 많다.
‘장미갤러리’는 현재는 보수해서 예술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구)미즈상사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로, 1층은 카페로 2층은 북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걸어서 가까운 거리에 이색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근대 건축관과 근대미술관, (구)군산 세관은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근대 일본 건축의 특징을 지닌 아담하고 예쁜 건물이다.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한 유현준 건축가의 쓸모 있는 입담으로 건축물에 관심이 많아졌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던가.
유럽에 가면 고딕·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 양식들로 지어진 성당과 음악당 건축물들로 도시전체가 건축미를 뽐내지만, 국내에선 이국적인 건물 한 채만 있어도 거리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항구에 있는 진포해양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과 손잡고 나들이 온 가족들이 공원 주변에 전시된 전차와 비행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공원에는 전투기와 장갑차, 자주포, 탱크 등이 전시돼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흥미롭고 교육이 되는 곳이다. 주 전시관인 ‘위봉함’은 미국에서 건조돼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이 상륙작전에 참전한 군함이다. 공원 앞에는 군산항 뜬 다리인 부관교가 있다. 진포대첩은 고려시대 최무선이 발명한 화포를 사용해 왜선 500척 모두를 불살라 크게 승리한 해전이다.

갓 구운 빵과 커피 한 잔에 쉼표를...
지도를 보고 확인하며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더니 배가 출출해진다. 야채빵과 팥빵으로 잘 알려진 ‘이성당’ 빵집에 갔다. 갓 나온 빵 냄새가 고소하게 몸에 스며든다. 커피 한 잔을 곁들여 가벼운 점심을 했다. 안 보면 섭섭할 곳 초원사진관도 찾았다. 배우 한석규와 심은하가 출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인증 사진을 찍고 비 오는 거리를 호젓하게 걷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도착했다. 2층 가옥의 규모가 크고 넓다. 정원에는 석탑과 고목이 있고 다다미방이 즐비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지주의 생활상과 이들의 농촌 수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이 가옥은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활짝 핀 진분홍 배롱화가 비를 머금은 사찰은 운치를 더한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란다. 위안부 소녀상과 참사문(참회와 사죄의 글)비가 경내에 있어서 인상적이다.

깨알같이 적었던 곳을 체크하며 두루 둘러봤더니 손발에 땀이 난다. 예매했던 기차시간이 빠듯해서 택시를 탔다. 기사분이 한숨을 쉰다. GM대우가 떠난 군산 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되면 좋겠다.
군산은 바쁠 때 일수록 커피 한 잔을 들고 경암동 철길마을을 호젓하게 걸어도 좋을 것이다. 자전거를 대여해서 철새전망대 인근과 금강 하굿둑 주변을 느리게 달려보고 싶은 아쉬움을 남겨놓고 기차는 상행선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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