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피 열매 추출물 섭취 환자 48%, 정상혈압으로 회복

농진청, 인체․동물실험 통해 확인…국산원료 산업화 기대

▲ 오가피 열매

식품 원료이자 한약재로 사용되는 ‘오가피 열매’가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오가피는 주로 복통, 가려움증, 골절상 등에 쓰이는 약용작물이다. 열매의 경우, 각종 혈전 관련 증상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 사용한다. 본초강목에서는 오가피나무의 열매를 ‘추풍사(追風使)’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풍을 몰아내는 사자’라는 뜻이다. 오가피나무 열매가 어혈이나 풍증 등 각종 혈전 관련 증상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임을 오래 전부터 알았던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이 같은 오가피 열매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경희대학교와 양지병원, 산업체와 3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인체적용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혈압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고혈압 전 단계(평균 수축기 최고혈압 120~139mmHg, 최저혈압 80~89mmHg) 증상을 보이는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인체적용시험을 한 결과,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하루 2g씩 먹은 집단은 가짜 약(위약)을 먹은 집단보다 혈압이 유의적으로 줄어들었다. 추출물을 먹은 집단은 이상반응이나 임상병리검사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 오가피 열매 추출물이 인체에 안전함도 확인했다.

수축기 정상혈압인 120mmHg에 도달한 대상자 비율을 보면,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먹은 집단은 48%였지만, 가짜 약을 먹은 집단은 15%에 그쳤다.

동물실험과 활성성분 분석에서도 결과가 비슷했다.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4주간 먹인 고혈압 쥐는 혈압이 202mmHg에서 142mmHg로 떨어져 고혈압 처방약(캡토프릴)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오가피 열매의 이 같은 효과는 오가피에만 함유된 ‘세코-사포닌계 화합물’이 혈압을 높이는 효소(안지오텐신 전환 효소)의 활성을 억제한 결과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 고혈압 약(캡토프릴)도 이 효소를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2곳에 실렸으며, 원천기술은 국내 특허등록과 함께 국제특허 출원을 마쳤다. 또한, 오가피 열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압조절’에 대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국내 고혈압 환자가 750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작용 없는 안전한 식품소재를 활용해 기존 고혈압 치료제들을 보완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원활한 원료 수급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과 기술이전 업체 간의 계약재배 등에 협력하고 있으며, 향후 국산 원료를 이용한 제품의 시장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진청 최인명 인삼특작부장은 “많은 약용작물이 있지만 높은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인정받은 것은 오가피 열매가 유일하다”며 “약용작물을 이용한 기능성 소재 발굴과 원료 개발을 활성화해 국민건강 증진과 농가소득 증대에 보탬에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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