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서 잇달아 발생…당국․농가 긴장

조속한 원인 파악과 방역으로 확산 막아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SF가 발생해 충격을 주더니 이튿날 이 농장에서 50㎞ 정도 떨어진 연천의 돼지농장에서도 ASF가 발생해 ASF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확산될 경우, 국내 양돈산업 기반 붕괴가 우려된다.

ASF로 인해 1960년대 스페인은 양돈산업이 궤멸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돼지고기 최대 소비국이자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서도 ASF가 발생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확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어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와 얼마 전 북한에서도 ASF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검역제도를 개선하는 등 한층 강화된 대책을 수립하고 바이러스 국내 유입 방지에 총력을 펴왔다. 농가들도 방역수칙에 따라 ASF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번에 파주와 연천 등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농가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ASF 발생으로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발령돼 돼지 출하가 지연됨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ASF가 발생한 17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전날보다 32.4%나 폭등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이동중지명령에 따른 단기간 물량 부족을 우려한 중도매인들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돼지 사육두수가 평년보다 13% 많고 육가공업체들이 재고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돼지고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ASF가 확산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2010년 대유행한 구제역의 충격보다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파주·연천지역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이 지역을 포함해 포천, 동두천, 김포, 철원 등 경기·강원 북부지역 6개 시군을 ASF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지역 밖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애쓰고 있다. 또 이 지역 내 양돈농가의 돼지반출을 최대 3주간 금지하고, 축산관계자들의 출입도 제한했다. 또한 정부와 대한한돈협회 등은 각 언론사에 ASF와 관련해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영상이나 사진,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들의 불안감 가중과 부정적인 인식 확산으로 자칫 돼지고기 소비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SF는 돼지에게만 감염되고, ASF 등 가축전염병에 걸린 가축은 전량 살처분 돼 유통되지 않기에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돼지고기를 먹어도 된다. 지금 정부와 축산농가들은 ASF라는 치명적인 가축질병과 전쟁에 돌입했다. 방역당국은 신속한 감염원인 파악과 한층 강화된 방역·검역으로 조기에 ASF를 종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도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적극적인 소비로 이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국난극복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