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조합 만들어 '착한가격'으로 회원 농산물 유통

▲ 영농조합법인 회원 4명과 이영희 회장이(오른쪽 맨 앞)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 근교에 위치한 경북 청도군은 열차에서 내리면 소 모형이 반겨줄 정도로 소싸움축제가 유명하다. 조금 더 읍·면 쪽으로 이동하니 때깔 좋은 녹색이 펼쳐진다. 각남면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대추나무와 밝게 웃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청도군연합회 이영희 회장이 반겨준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 회장의 고향은 본래 청도가 아니다. 포항에서 보험회사에 근무하면서 남편을 만나 청도로 내려오고 생활개선회에 가입하게 됐다. 가입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농사를 짓는 남편, 그리고 농부의 아내였기에 자연스럽게 생활개선회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9년 동안 미나리 농사를 했는데, 2017년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렸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저녁만 되면 목이 안 좋아져요. 그래서 힘이 들어 지금은 미나리 농사는 못 하고 양돈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미나리를 다른 작물보다 잘 알기 때문에 유통쪽에 손댈 계획이에요.”

이 회장은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생활개선회 활동을 했다. 군연합회 임원을 차례로 지내고 회장이 되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청도군생활개선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도에 축제가 있으면 생활개선이 남들이 제공할 수 없는 가격으로 음식을 만들어 2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거죠. 얼마 전에는 각 읍면 임원진들과 부부단합대회를 열어 부부협동에 대한 강의을 들었어요. 여성단체가 부부와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인상 깊었던 활동이에요”

이 회장은 최근에는 생활개선회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면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제가 도와줘야죠.”

올 3월부터 이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6명의 임원들과 양파, 대추 농사를 짓고 판매를 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판매장과 직거래를 통해 서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이런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제가 아파서 힘으로 하는 건 회원들이 해주고 머리 쓰거나 영업하는 건 제가 하고 있어요. 손발이 척척 맞아 회원들과 찰떡궁합이죠.”

이 회장은 영농조합법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내 욕심이 없어야 하고 서로 신뢰가 바탕이 돼야지 가능해요.”

이 회장은 주위에 도움이 있었기에 영농조합법인도, 회장도 맡을 수 있게 된 거라 말한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없으면 농업인들은 힘들어요. 지역사회에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도군을 위하는 마음으로 생활개선회를 이끌어 가고 있어요.”

“생활개선회 지탱하는 소나무 될터...”

이 회장은 딱 1년만 회장직을 수행하고 후배회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한다. 또 앞이 아닌, 뒤에서 생활개선회를 지탱해주는 소나무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무 욕심 없이 뒤에서 우리 농산물 많이 유통해주고 도와줄거에요. 또 제가 아프다가 살아나니 하루가 즐겁고 행복해요. 이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생활개선회를 열심히 이끌어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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