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3주년 특집-대구 월배지구생활개선회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 조사에 의하면 ‘개인 생활을 하고 싶어서’, ‘원래 살던 집이 좋아서’ 등의 이유로 본인이 원해서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자녀가 따로 살길 원해서’, ‘자녀 형편이 어려워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듯 자발적으로 홀로 지내길 원하는 노인들의 비율은 계속 증가세로 전통적인 노후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식사를 비롯한 일상적 생활의 어려움은 어르신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런 어르신들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리고자 밥 한 끼 식사에 정을 나눠드리는 대구광역시 월배지구생활개선회원들이 있다.

▲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의 실버식당은 하루 평균 700명의 어르신이 찾는다. 이곳에서 월배지구생활개선회는 한달에 한번씩 배식봉사를 2010년부터 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서 배식봉사
2010년부터 시작…땀 흘려 봉사할 수 있어 행복은 두배

2010년부터 배식봉사 꾸준히 펼쳐
“돈이 아닌 직접 몸으로 땀 흘리는 봉사가 성취감이 더 커요.”
매월 셋째 주 수요일이면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대구광역시 달서구 학산로 140)에서 배식봉사를 하는 대구광역시 월배지구생활개선회(회장 정윤옥) 회원들의 이구동성 외침이다. 어르신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이들의 봉사활동은 지난 2010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된 셈이다. 지난 18일에도 회원 26명이 어김없이 이곳 복지관을 찾아 봉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월배지구생활개선회처럼 전국 10만 회원들의 봉사활동을 보면 ‘무재칠시(無財七施)’ 즉, 돈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가 떠오른다.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 무슨 이유입니까?”라고 물었다. 석가모니께서는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셨다. 이어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털이인데 뭘 준단 말입니까?”라고 되묻자 “가진 것이 없더라도 줄 수 있는 것은 7가지가 있느니라”는 이야기가 바로 무재칠시다. 그 중 온화한 얼굴로, 따듯하며 진심 어린 말로 상대를 대하며, 몸으로 베푸는 일, 바로 월배지구생활개선회원들의 배식봉사를 보고 있자면 7가지 보시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는 60세 이상 어르신이 약 7만8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중 65세 이상 홀로어르신이 1만300여 명으로 13% 수준이다.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5년 문을 열었고, 그 당시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복지관’이란 슬로건 아래 하루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주목받았다.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은 달서구의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곳으로 지금은 약 1만여 명이 등록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건강한 백세인생의 행복한 동반자가 되고자 어르신들에게 인생의 후반기가 쇠퇴나 퇴보의 시기가 아닌 충만한 황금기임을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건강한 신체와 마음의 평화를 바탕으로 본인의 후반기를 경영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어르신 봉사단체 ‘깨친멋 노인자원봉사회’, 생활·법률부터 고민상담으로 마음의 쉼터를 제공하기 위한 ‘윈윈상담실’, 일상적 생활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장기·바둑실, 당구장, 노래방, 서예실, 탁구장, 컴퓨터실, 스크린 게이트볼실 등의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효터건강상감실, 노인문화교실, 실버식당 등도 어르신들의 건강한 인생황금기를 돕고 있다.

1500원에 맛보는 진수성찬

▲ ‘뜨듯한 밥 드시고 모두 행복하이소’ 밥 한 끼에 정을 나눠드린다는 마음으로 월배지구생활개선회는 꾸준하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 실버식당은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 누구나 1500원만 부담하면 영양소가 골고루 있으면서 깔끔한 식사가 제공된다. 취재 당일에는 자장밥, 계란파국, 단무지무침, 새알, 김치와 후식 등이 제공됐다. 평소에는 7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식당을 꽉 채우는데 이날은 다른 종교시설에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이 그쪽으로 가는 바람에 500명 남짓이 실버식당을 찾았다.

회원들은 여느 때처럼 아침 9시 복지관에 모여 오후 1시까지 재료 손질부터, 식판 닦기, 배식, 그리고 뒷정리까지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는 단체는 줄잡아 20개가 훌쩍 넘지만 생활개선회처럼 10년 가까이 꾸준하게 하는 단체는 흔치 않다고.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이곳을 이용하시는 어르신 중 90세 이상만 9분이나 될 정도로 고연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면서 “물론 고연령의 어르신들은 식사만 하시는 경우가 많으시고, 그 아래 연령의 어르신들은 다양한 운동시설과 취미·특기반, 소모임 등이 있어서 다른 어떤 복지관보다 활성화돼 있고, 특히 생활개선회처럼 봉사하는 단체들이 진심으로 대해주니 그것 때문에라도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 최고령자 공긍표 옹

이날도 실버식당에 올해 98살로 이 복지관의 최고령자인 공긍표 옹이 11시부터 줄을 서 계셨다. 워낙 연세가 많으셔서 의사소통이 잘 되진 않았지만 다른 건 힘들어서 못해도 식사는 이곳에서 꼭 챙겨드신다고 한다. 이날도 자장밥 두 그릇을 거뜬히 해치운 공 옹은 진수성찬이라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다. 공 옹처럼 연세가 많으셔서 직접 식판을 옮기기 힘든 어르신들은 회원들이 직접 가져다 드리고 잔반도 직접 치워드린다고 한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회원 모두는 비록 밥 한 끼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이 봉사를 꾸준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니인터뷰-월배지구생활개선회 정윤옥 회장

밥 한 끼가 아닌 情을 나눠드린다는 마음으로~

우리 월배지구생활개선회원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그 중 꾸준히 배식봉사에 힘을 보태는 회원은 30명 정도다.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이지만 식당을 찾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70대가 넘으셨다. 특히 식사를 직접 챙기기 어려운 남자 어르신들이 많으시다. 저를 비롯해 회원들은 오빠나 언니,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작은 불편도 없이 편히 식사 한 끼 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봉사하고 있다. 여기 밥은 그냥 밥이 아니라 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밥 한 끼가 아니라 정을 나눠드린다는 마음으로 한다. 그건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복지관 이외에도 3~4곳의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29살부터 시작했으니 30여 년 정도 된 것 같다. 자원봉사센터에 올라가 있는 봉사시간만 4000시간이 넘을 정도로 봉사는 내게 삶 그 자체다. 다만 아쉬운 건, 몸으로 땀 흘려가며 하는 봉사를 하려는 여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 점이다. 아마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주변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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