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생활개선회-경기 남양주 지은정 회원 가족

생활개선회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61년이란 유구한 역사, 배우고 익혀 이웃과 지역을 이롭게 한다는 목표, 농업·농촌을 지킨다는 자긍심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또 다른 원천은 가족애라는 생각이 경기 남양주 지은정 회원을 만나면서 들었다.

▲ 본인과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모두 남양주시연합회원인 지은정씨 가족은 생활개선회라는 공통분모로 격의 없이 지낸다. 인터뷰 당일에는 손자 양호열군과 함께 하며 마치 3대(代)가 생활개선회원이었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친정어머니, 호평동생활개선회 창립멤버로 회장 3년차
별내면생활개선회원인 시어머님, 지은정씨 적극 후원
호텔 조리사 남편과 식품제조가공 업체 ‘도담’ 운영 중

조리사에서 농사꾼으로 변신
1986년생인 지은정씨는 남양주에서 나고 자라 25살 젊은 나이에 결혼했고, 서울 직장생활을 접은 후 남편과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농업인이다. 경기도연합회에서 두 번째로 최연소 회원이기도 한 지 씨의 귀농 전 이력은 독특하다. 강남의 일류 호텔 조리사 생활을 하다 동료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골인했는데 남편 역시 남양주 출신이었다. 남양주라는 공통분모가 사랑의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더 기이한 인연은 바로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였다. 역시 남양주가 고향인 친정어머니 박미순씨는 호평동생활개선회의 창립멤버로 현재 3년차 회장이다.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분리된 호평동생활개선회는 회원수 30명으로 시작해 현재 66명까지 늘어난 것은 박미순 회장의 역할이 컸다. 비교적 젊은 외지인들이 많은 호평동은 생활개선회가 다른 곳에선 쉽게 배울 수 없는 교육들이 즐비한 점이 알려져 짧은 기간에 많은 회원들이 가입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신도시가 들어서며 평내동생활개선회에서 분리된 우리 호평동은 직장생활이나 다른 이유로 탈퇴한 경우도 있지만 제과제빵, 천연염색, 향토음식, 압화 등 다양한 교육들 덕분에 회원들이 많이 가입했어요. 남양주시연합회원이 13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가입하고 싶어도 바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최고예요”라고 밝혔다.

지은정씨와 함께 별내면생활개선회원인 시어머니 조기순씨는 두 손자를 양육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어 활발히 하고 있진 않지만 친정어머니와 더불어 생활개선회 가입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서울에서 호텔 조리사라는 화려함 대신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수월하게 귀농을 할 수 있었던 건 생활개선회를 통해 받은 여러 도움이 컸다고.

밝은 농업전망 보고 도전
아이들이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 도담도담에서 따온 식품제조가공업체 ‘도담’의 대표인 지은정씨는 힘든 농사일에 부모님들이 처음엔 말렸지만 농업의 전망은 밝다는 확신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월급 받으며 정해진 일을 하는 게 영 체질에 맞지 않았던 부부는 얼마가 됐든 내 능력만큼 버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물론 언제나 5분 대기조처럼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공장일을 도와주는 시어머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일들이 불가능했을 거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시아버님이 농촌에서 사시면서도 남들보다 항상 생각이 한발 앞서신 분이세요. 십몇 년 전부터 블루베리, 달팽이, 개암나무, 천마, 아스파라거스 등을 키우셨어요. 그 영향으로 우리 부부도 현재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고, 남양주의 유명한 먹골배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어요. 요즘 농업인들이라면 필수인 가공과 온라인 분야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개선회원으로서 받은 교육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미세먼지로 기관지 건강에 좋은 게 없을까 고민하다 맛 좋으면서 다른 첨가제가 일체 들어가지 않은 배 착즙을 결정했다는 지 씨. 현재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매장은 물론, 온라인 롯데몰과 네이버 스토어팜에도 입점하게 됐다. 조리사 경험을 살려 수많은 블랜딩을 거쳐 그야말로 ‘황금단맛’의 비율을 개발한 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도 점차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계획했던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건 가족들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어요. 같은 생활개선회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만나면 어색함도 없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덕분이죠. 차로 10분 거리에 살다 보니 지금은 우리 부부 없이 양가 부모님이 낚시를 가시거나 여행도 자주 가세요. 아마 다른 집에선 흔치 않은 일이죠. 사이가 좋아 제가 다 질투가 날 정도예요(웃음). 앞으로도 생활개선회원으로 받은 도움을 이웃과 지역에 배로 돌려드릴 수 있는 우리 두 어머니들과 함께 봉사하고 나눠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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