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연구결과, 홍잠 섭취한 쥐 치매증상 거의 없어

실험쥐, 호기심↑ 공격성↓ 공감기억력․자세조절능력↑

▲ 숙잠 형태의 누에. 견사단백질로 가득 차 맑게 보인다. 이 숙잠을 수증기에 쪄서 동결건조한 ‘익힌 숙잠’을 ‘홍잠’이라고 부른다.

누에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한림대학교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고영호 교수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홍잠’(弘蠶)의 이 같은 효과를 밝혀냈다.

‘홍잠’은 누에가 완전히 자라 고치를 짓기 직전의 ‘익은 누에’(숙잠)를 수증기로 쪄서 동결건조한 ‘익힌 숙잠’을 뜻하는데, 농진청이 대국민 공모를 통해 명명한 애칭이다. 홍잠은 단백질과 아미노산,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다양한 기능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는 75만 명에 달하며, 65세 이상 고령자(738만 명)가 10% 정도다. 이중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70% 이상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고령화로 뇌의 신경연접이 줄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알츠하이머 치매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단백질이 쌓이면서 발병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이나 사회성이 낮아지고 공격성은 커지며, 수명도 줄어들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예방법이나 치료 방법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를 가진 쥐에 홍잠을 50주 동안 먹인 뒤 베타-아밀로이드의 뇌 축적량을 확인했다. 실험결과, 홍잠을 먹지 않은 쥐의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이 축적됐으나, 홍잠을 먹은 쥐는 정상 쥐와 마찬가지로 전혀 축적되지 않았다.

또 홍잠 미섭취 쥐는 새로운 이웃이나 물건에 관심이 적고 새로운 길을 잘 찾지 못했다. 치매에 걸린 쥐는 공격적으로 변해 싸움이 심하며 불편한 조건에서 자세조절능력이 떨어지는 등 치매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났다.

반면, 홍잠을 먹은 쥐는 새로운 이웃이나 물건에 호기심이 왕성하고 새로운 길을 잘 찾는 등 공간기억력이 높았다. 다른 쥐와 다툼 없이 원만하게 지내며, 자세조절능력이 우수해 치매 관련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기억상실제를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에서도 홍잠 미섭취 쥐는 직전에 일어난 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으나 홍잠 섭취 쥐는 직전에 일어났던 일을 잘 기억해 대처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를 가진 초파리로 작용 기전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도 진행됐다. 홍잠을 섭취한 경우, 미토콘드리아(세포 호흡이 일어나는 소기관) 활성이 크게 증가해 ATP(세포 에너지 저장소) 생성량이 40% 늘었고, 뇌의 신경연접은 50% 내외로 늘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도 15% 내외로 증가했다.

홍잠을 꾸준히 섭취하면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증가해 ATP 생성량이 늘고 신경세포가 보호되는데, 이로 인해 신경연접이 증가하고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지 않아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가 좋은 홍잠 생산용 누에 품종을 선정하기 위해 누에 품종별로 비교한 결과, ‘백옥잠’과 ‘골든실크’로 만든 홍잠이 신경연접 개선 효과가 좋았다. 단기기억력 개선, 신경세포보호 등은 ‘골든실크’로 만든 홍잠이 더 우수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쳤으며, 현재 홍잠을 이용한 치매 예방용 건강기능식품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진청 조남준 잠사양봉소재과장은 “이번 연구결과, 꾸준히 홍잠을 섭취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많은 국민이 홍잠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홍잠 생산기술을 농가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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