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07)

도시가 새로운 동식물 진화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와 환경 파괴로 인해 빠른 속도로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들이 단기간에 진화를 통해 도시 환경에 적응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 192건을 조사 분석한 논문이 세계의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소개돼 지구생태계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시의 비둘기라는 풍부한 먹잇감을 노리고 서식지를 바닷가 절벽과 나무숲에서 도시 고가도로 난간 밑으로 옮긴 매와 황조롱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도시의 자동차를 날렵하게 피할 수 있게 진화한 제비, 가로등 불빛을 피하지 않게 된 별무늬 꼬마거미, 살기 위해 인공 조명이나 가로등 불빛을 멀리하게 된 도시 집나방, 도시의 아스팔트 환경에 적응한 민들레, 도시의 열섬현상에 적응키 위해 농촌거미보다 몸집을 크게 키운 호주의 무당거미, 인간이 버린 도시 음식물 쓰레기에 의한 식중독을 이겨내는 유전자까지 진화한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 사는 생쥐 등이다.

이중 특히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사는 삼색제비가 자동차에 부딪혀 죽는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제비의 날개 길이가 갈수록 짧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 삼색제비는 절벽에 흙으로 둥지를 짓고 사는데, 도시의 교량 밑을 서식지로 삼아 둥지를 튼 경우가 늘면서 교량 밑 도로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제비가 많았다.

미국의 털사대 연구진은 1983년부터 2012년까지 29년 동안 자동차에 치여 죽은 제비 2000여 마리를 조사한 결과, 죽은 제비들의 날개 길이가 군집의 다른 제비들보다 수 밀리미터(mm) 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날개가 긴 제비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고, 그렇지 않고 살아남은 제비들은 달려드는 자동차를 피하기 위해 급회전이 가능한 짧은 날개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실제로 차 사고로 죽는 제비 수는 조사 연구기간 동안 갈수록 줄어 2012년에는 단 4마리 밖에 안됐다.

그런가 하면, 국화과 잡초인 민들레의 일종인 ‘크레피스 상크타(Crepis sancta)’란 식물은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환경에서는 자신의 씨앗이 바람에 멀리 날아가도 뿌리를 내릴 땅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5~12세대 만에 바람에 잘 날릴 수 있는 솜털 크기를 줄이고 씨앗의 무게를 늘려 1세대 부모가 사는 땅 근처에 바로 자신의 씨앗이 떨어지도록 진화했다.

결국, 이 모든 도시의 진화는 지구 생태계 파괴를 반증하는 사례들 이라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상 800만 종의 동식물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이미 경고했다. 우리는 지금 6600만년 전 공룡을 사라지게 한 ‘제5의 대멸종기’에 이어, 인류와 지구 위 생명체 모두가 사라질 ‘제6의 대멸종기’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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