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3주년 특별기획 - ‘21세기 효의 의미를 찾는다’ 특별좌담회

노인공경과 부모효도는 인류 공통의 기본적인 인륜(人倫)가치이자 부모와 자녀 간 사랑을 증진시킬 기본 덕목이다. 이에 본사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날로 퇴색되어 가고 있는 ‘효’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 사회 전반에 효문화 확산과 건전하고 활력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자 ‘21세기 효의의미를 찾는다’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 지난 3일 농촌여성신문 회의실에서 ‘21세기 효의 의미를 찾는다’ 특별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 참석자>
*좌  장 :  본지  채희걸 고문
*참석자 :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김 인 련 회장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김 훈 동 회장
            한국효행청소년단  서 성 해 총재
            한국여성중앙총연합회  곽 은 영 회장
            청년농업인연합회  강 선 아 회장

 

김인련     “시대에 따라 효의 개념이 달라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원하는 것 말해야”

김훈동     “구태의연한 효 교육은 안 통해...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 이용해야”

서성해     “다양한 효행사례 모아 시상식 개최할 터
              손편지와 효행사례 모으면 훌륭한 효도교본 될 것”

곽은영     “효의 중심엔 여성이 있다.
              가정의 중심에서 꿋꿋이 효문화 지킬 것”

강선아     “효를 실행하는 데 남녀 차별 없어야
             양성평등한 효문화 확산되길 바라”

채희걸     “사랑과 감사가 깃든 손편지를 나누면
              가족간 유대 강화 될 것이다”

▲ 채희걸 고문

채희걸= 사라져 가는 ‘효’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게 돼 기쁘다. 우선 10만 생활개선회원들과 효문화 재건운동을 함께 하기로 한 서성해 총재에게 이 시대 효의 실태와 앞으로 실천방향에 대해 묻는다.

서성해= 지금 젊은이들에겐 효가 단절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아직 농촌에는 효의 뿌리가 살아있다고 본다. 6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농가에선 3대의 가족이 한 가정에서 살면서 조상에 대한 효행을 철저히 시행했었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로 인해서 1인 가구로 분화되면서 효행이 쇠락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효행의 틀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틀어선 절대 안된다. 효는 만고의 가치고, 변함없는 덕목이다. 패륜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더욱 더 크게 강조해야 하는 덕목이 ‘효’다. 물론 주변에선 다 사라져가는 이념을 붙들고  왜 그 어려운 운동을 하느냐며 만류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려서 서당을 다니며 고전을 많이 읽어서인지 효의 가치에 대해 평소에 많이 생각해 왔다. 효는 미래 세계적 사상이 되어야 할 이념이다. 새로운 농업혁명의 시대는 ‘효’가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다.
 

효의 뿌리는 농촌… 
사라져 가는 ‘효문화’ 다시 되살려야
‘효’는 미래 세계적 사상으로 손색없어

 

채희걸= 효의 근거지가 농촌이라고 보는 데 동의 한다. 생활개선회원들은 오래전부터 효의 주체가 돼 가정의 화합을 이뤄왔다. 김인련 회장이 이끄는 생활개선회는 어떻게 효문화를 확산해 나갈 것인지 기대가 된다.

▲ 김인련 회장

김인련= 우리 단체는 농촌에서 생활하는 주부들의 모임이다. 우리 회원들이야말로 효의 본보기라고 자부한다. 아직도 농촌에는 대가족이 많다. 도 단위의 활동뿐 아니라 시·군 단위 단체 활동을 통해서도 어르신들을 잘 보살펴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 세대와는 효의 개념이 현저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들은 ‘효도’라고 하면 부모님 마음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 맛난 것 드시게 하는 것, 편히 쉴 수 있게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이와 달리 효를 부모와 즐거이 대화하는 것,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효를 ‘반대’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들의 마음을 모를 뿐 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에게 다가가야 한다. 가만히 앉아 대접받고 공경해 주기를 바라면 안된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젊은 층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 대화를 나누나 보면 서로 소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 ‘효’의 덕목을 자연스럽게 실천 할 수 있게 된다.

 

채희걸= 나의 효개념 역시 자녀에게 베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특히 어머니가 자녀에게 사명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신의 대행자라고도 하지 않던가.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곽은영 회장

곽은영= 우리 땐 부모님 모시는 게 너무너무 어려웠다. 부모님이 먹기 전에 수저를 들 수 없었고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 먼저 잘 수도 없었다. 무조건적인 순종이 있을 뿐이었다. 여성이 가정을 지키는 뿌리다. 어머니가 봉사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자동으로 보고 배울 수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양육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 여성이 특히 어머니가 행복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주부들은 살림을 하고 사는 데에 자부심이 결여 돼 있는 것 같다. 주부도 명함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정경영 행복 CEO' 란 명함을 가지고 가정기업을 바로 세워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여성이 흔들리면 가정은 뿌리째 흔들린다. 효는 인위적인 교육이 아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성이 바로 효를 실천하면 남편이, 아이들이 효를 배우게 될 것이다.

 

다양한 효 사례 발굴했으면 ...
봉사점수처럼 효행활동도 점수화 하자
손편지 주고받으면 쇠락해 가는 효문화 재건 될 터

 

채희걸= 오랫동안 적십자 활동을 해 온 김훈동 회장은 효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 김훈동 회장

김훈동= 전국적인 조직이 이렇게 연대해서 효문화 운동을 펼쳐나간다고 하니 요즘 같이 정신이 빈곤해 지는 시절에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버려야 할 가치가 있고 이어나가야 할 가치가 있다. 효의 가치는 버려야 할 것이 하나도 없는 가치다. 윗 세대와 아랫세대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효 문화는 가정을 지키는 근본가치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요즘 사람들은 무척 바쁘다.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쓸데없이 바쁜 것 같다. 머리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가치관이 없어서 바쁘게 움직이더라도 허무한 것이다.
이런 허무함을 효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옛날의 효를 가지고 현대에 적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효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청소년이 이해하는 효, 장년층이 이해하는 효, 그리고 노년층이 이해하는 효의 정의는 분명 다를 것이다. 효에 대해서 하도 들어 거슬려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대에 맞게 효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희걸= 청년농업인을 대표하는 강선아 회장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환경농업운동을 하셨고 아무래도 농촌에서 함께 부모님과 거주하다 보니 효를 바라보는 시선도 독특할 것 같다.

▲ 강선아 회장

강선아= 내가 27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사회활동은 열심히 하셨지만 가정엔 상대적으로 좀 소홀하신 편이었다. 그래서 늘 어머니만 안쓰러워했고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공경하는 마음이 적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죄송하다.
그러나 요즘은 세대가 많이 달라져서 농촌의 어머니들도 사회생활을 많이 하신다. 지역 활동도 많이 하시고 농촌사회의 활동주체가 이제는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점점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우리세대는 ‘효’라고 하는 단어 자체가 너무 멀다. 차라리 ‘어머니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기’정도로만 풀이 됐으면 효를 좀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효에 대한 정의도 도시와 농촌, 여성과 남성의 구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농촌에선 농사짓고 있는 미혼의 나를  불효녀라고 인식하지만 도시에선 활발히 활동하는 나를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양성평등한 효문화 확산을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효’도 강제성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봉사점수처럼 효행활동도 점수화 해 대학입시에 반영을 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강제적으로 효를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
친구들은 효를 행해야 하는 주체이지만 아예 효 자체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김인련 회장의 말씀대로 어른들이 원하는 효를 말해주시면 충분히 응할 의사가 있다.

 

채희걸= UN은 2006년 6월 15일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제정하고 있다.우리 나라도 매년 8백건의 부모유기가 있고, 정서적 구박, 언어폭력, 신체폭력 등 부모와 자식 간의 송사가 7천 건 이나 된다. 패륜범죄가 만연한 시대라 걱정이 앞선다.

김인련= 나는 결혼하고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고, 시어머니는 집에서 돌아가셨다. 그때만 해도 병든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다고 하면 패륜취급을 받았다. 농촌에선 마땅히 가족이라면 부모의 임종을 집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 세대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집에서 병든 부모를 모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효를 행하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든 이 시기에 효행상을 널리 퍼뜨려 효를 실천하는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효행상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세대는 가족이니까 마땅히 효를 실행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이전에 당연했던 효가 지금은 너무 어렵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효를 실천하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우리세대는 아마 젊은 세대들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되지 않을까.
다방면에서 효의 사례를 발굴하고, 방법을 전해준다면 좀 더 효 사상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대도시와는 달리 농촌에는 효를 몸소 실천하는 생활개선회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사례도 널리 발굴해서 알리고 싶다.

 

채희걸= 효행상도 좋지만 부모 자식 간의 손편지 주고받기도 쇠락해 가는 효문화 재건에 효과적일 듯싶다. 부모님의 절절한 ‘손편지’가 자녀를 효의 길로 이끌지 않을까.

김훈동= 나도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에게 기념일마다 A4용지에 손편지를 쓴다. 효는 지식이 아니다.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느낌으로 효가 전해지는 것이지 지식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서는 행동하는 효가 가능했었다. 서로 담 넘어 부침개 주고받고, 품앗이 하면서 서로 돌보는 문화가 효로 발전했었다. 농촌여성들이 이를 살려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농촌여성신문사와 생활개선회가 손편지 주고받기 운동을 펼쳐나가고 이런 손편지를 잘 모으면 훌륭한 효도교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효행상이나 편지 주고받기로 그쳐서는 안된다. 좀 더 시대에 맞게 자유롭게 해 나간다면 적십자사도 적극 동참하겠다.
요즘은 유튜브 세대다. 젊은 층에게 호소하려면 유튜브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접근해 나가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효도교본을 잘 만들어 놓더라도 재미있지 않으면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다.


 
채희걸= 내 딸이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할머니 그곳에선 안녕하신지, 할머니가 이불 덮어주던 게 생각나요, 재밌는 얘기 들려주고 내복 갈아입혀 준 것도 그리워요...’라고 쓴 손편지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감동은 여전하다. 그만큼 손편지가 주는 감동은 크다.

곽은영= 한국여성중앙총연합회에서도 이미 엽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했었고, 그 효과가 컸다. 손편지 쓰기에서 그치지 말고 서로 편지 릴레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칭찬의 말을 담아 부모 자식 간에 편지를 나누다 보면 효의 감정이 점점 깊어질 듯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이런 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효, 한옥, 정문화’ 이 세 가지는 세계에 없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가치다.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
음식교육을 통해 인성 교육이 되고 효도교육을 통해서 성품이 바뀌게 된다. 농촌여성 특유의 정문화를 가지고 오래 묵은 발효음식처럼 꾸준히 효 문화를 실천해 나갔으면 한다. 어릴 적 받았던 인성교육이나 효에 대한 교육이 평생을 가기 때문에 특히 가정을 유지하는 어머니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훈동=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난 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28살 꽃다운 나이에 혼자되신 어머니가 우리 형제를 키웠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만약 어머니가 가정의 중심을 지키지 않고 우리 형제를 팽개쳤다면 지금의 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수고로움에 보답하고자 우리 형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까지 모셔주면 내가 평생 당신을 업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아내도 나도 그 약속을 지켰다. 이렇듯 효는 누가 누구를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터득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한다.

 

채희걸= 그렇다. 효문화 실천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사명감을 심어주는 것도 어머니의 역할이다. 나의 효개념은 부모가 자식에게 먼저 베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머니가 사명감을 가지고 자녀에게 원하는 바를 계속 말하다 보면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자식을 품에 안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사형집행을 앞에 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보자.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자식에게 사명감을 심어주고 또 굳건히 실천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어머니다. 그래서 특히 효문화를 계승하는데는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 서성해 총재

서성해= 요즘 효도계약서를 쓰고 부모로부터 재산을 먼저 받아내고선 부모 모시기를 기피하는 자녀들도 많이 있다. 자식 세대들은 효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부모님의 어렵고 험난한 삶을 살아오신 헌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효행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부모님께 용돈을 챙겨드리고 늙어 정신력이 쇠퇴하는 부모님의 일을 잘 살펴 도와주는 실천적 효를 행해야 한다.
이번 농촌여성신문과의 협약을 통해 시대에 맞는 ‘효행실천요강’을 다시 만들어 보겠다. 효는 조상님이 가르쳐 주신 가장 가치 있는 가족사랑 사상이다. 효사상이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화운동으로 확산돼 전 인류가 행복과 평화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생활개선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바란다.

김인련= 농촌에는 아직도 효를 행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다. 농촌의 특수성을 살려 생활개선회원들이 효의 불씨를 지피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무겁게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같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소통하는 가운데 효의 기운을 북돋우고 싶다. 생활개선회원들은 실제 자신의 부모 뿐만아니라 마을의 홀로 사시는 어른들을 찾아뵙고 말벗도 해드리고, 과제교육에서 배운 이·미용 기술을 이용해 미용봉사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효를 실천하고 있다. 각자의 개인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면서 마을 공동체를 이뤄 함께 효를 생활화 해 나간다면 좀 더 확장된 개념의 농촌 특유의 효문화를 확립해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곽은영= 효교육은 밥상머리 교육과 연결된다. 어려서부터 밥상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은 심성이 곱다.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효를 행할 확률이 크다.
특히 현장에서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발효’교육이다. 음식과 효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발효의 효(酵)와 효도의 효(孝)가 한자(漢子)는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음식도 잘 익으면 발효이고 잘못 익으면 부패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고유의 ‘효’도 잘 숙성된 가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희걸= 청년농업인 대표인 강선아 회장은 너무 기성세대들의 요구 사항만 이야기 해 지루할 수 있었겠다.(웃음) ‘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자리가 어색하지 않았나.

강선아= 오늘 모처럼 다양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됐다. 나도 어려서 부모님의 권유로 서당에 다녔었다. 어릴 때 서당에 다니며 들었던 효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는 걸 보면 역시 조기 교육이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친구들은 이미 효에 대한 교육이 단절된 상태여서 ‘효’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 아쉽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효의 주체는 청소년이라고 본다. 청소년들이 먼저 어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효의 한 가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과 같이 먹거리를 나누다 보면 효에 대한 마음이 자연히 우러날 것 같은데, 요즘은 같이 밥 먹기도 힘든 현실이어서 그 점이 아쉽다. 우리 젊은세대들이 SNS가 아닌 직접 밥상머리에서 어른들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그들의 생각을 쉽게 읽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좌담회 내내 들었다.
손편지쓰기, 효행상 발굴, 음식교육을 통한 정 나눔까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농촌을 지키는 젊은 여성으로서 나도 효문화 확산에 적극 동참하겠다.

 

채희걸= 다들 적극적으로 효문화 확산에 동참한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다. 우리 앞으로 힘을 합쳐 이 땅에 사라져 가는 효의 불씨를 한번 활활 타오르게 해 보자. 특히 서성해 총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서성해= 다행히 이번 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의 결연을 통해 농촌에서 성행했던 효문화를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생활개선회와 손편지 주고받기 운동을 펴 효문화 재건의 불꽃을 다시 한번 피우겠다. 자녀들이 힘을 모아 부모님이 살아오신 역정을 더듬어 자서전을 펴내고, 손편지를 잘 모으면 5천만 국민의 훌륭한 효도교본이 될 것이다.
이번 달 말일까지 전국에서 모인 효행사례를 선별해서 11월 2일 대대적인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상 상금이 2천만 원이다. 라이온스클럽과 재향군인회, 교원시니어 단체가 연합해서 만든 ‘대한효충의연합회’에선 이 사례들을 전국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농촌여성들의 사례도 많이 기다리고 있겠다.

 

■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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