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불리지 않고 제분…공정간소화로 비용 절감

농진청 “내병성에 생육기간 짧아 돌려짓기도 가능”

농촌진흥청이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를 만들 수 있는 벼 품종인 ‘가루미’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고 밝혔다.
쌀을 빵이나 떡의 원료로 쓰려면 먼저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데, 단단한 멥쌀은 물에 불려 제분하기 때문에 밀보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2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2017년 기준으로,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한 쌀 58만6천 톤 가운데 쌀가루는 3만3천 톤(5.6%)에 그치는 등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이 쌀가루 산업화에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농진청은 최근 쌀을 불리지 않은 상태로도 빻아서 사용(건식제분)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 ‘가루미’를 개발했다.
‘가루미’ 쌀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 제분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병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농가에 큰 메리트다. 또한 일반 미곡종합처리장의 마찰식정미기를 이용한 백미 가공에도 무리가 없어 쌀가루 생산에 소규모 업체가 보유한 다양한 제분기를 활용할 수 있다.

주정제조업을 제외한 사업체들의 쌀 소비량은 2011년 40만2천 톤에서 2018년 56만8천 톤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라 ‘가루미’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쌀가루를 보다 편하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쌀가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루미’는 질 좋은 쌀가루를 건식제분으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가공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 가루미 식물체와 종자 특성

지난해 열린 ‘우리쌀빵 경진대회’에서 ‘가루미’ 쌀가루로 만든 빵의 맛과 식감이 기존에 유통되는 쌀가루보다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쌀맥주와 떡의 원료곡으로 사용했을 때도 전분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되는 분질배유 특성으로 가공공정이 간소화된 것도 확인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건식제분으로 쌀가루 제분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지만 쌀가루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인 원료곡 가격이 최근 상승해 가공용 쌀의 경쟁력이 하락했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재배농가와 가공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리빙랩’에 참여하는 생산·가공업체는 11곳으로 이들 업체는 ▲타 작물과의 돌려짓기 가능 ▲햅쌀 가공품 판매업체 생산비 절감 ▲우리밀 사용 제과점들의 쌀빵에 대한 관심 ▲가공제품 생산공정 간소화 등 ‘가루미’가 지닌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농진청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은 “‘가루미’는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쌀가루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개발한 쌀가루 전용 벼 품종”이라며 “이번에 특허 출원한 품종은 농가와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로 보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진청은 현재 수행 중인 ‘최대 안정생산 기술 개발’과 ‘분질미 활용연구’ 등의 연구과제를 통해 가루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법을 확립하고, 원료곡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초다수성 분질미 육성에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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