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농촌빈집 실태와 정비 방안

▲ 방치된 농촌의 빈집은 경관 훼손·범죄 노출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대도시 집중화에 따른 빈집이 전국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5년 36만5446호에서 2017년 126만4707호로 3배 넘게 늘어났다.

특히 고즈넉한 농촌다움의 경관을 해치는 농촌 빈집 증가는 지역경제 쇠퇴, 지역매력 감소, 공동체 붕괴, 범죄의 노출 위험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지자체들도 빈집을 고쳐 갤러리, 문화공간, 창고, 주차장, 체류형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에서 빈집이 제일 많은 경기도는 도내 빈집실태조사를 마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능력만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농촌의 빈집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나서 재원을 확보하고 땜질식이 아닌 장기간의 안목으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관 보전·빈집 활용 ‘귀농인의 집’ 주목
농식품부, 농어촌민박 취지 훼손하는 개정 난색
허무는 대신 지역색 살린 공간돼야

농촌다움 지키는 빈집 활용은?
제주연구원 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 고태호 센터장은 숙박시설로 재활용하고 있는 빈집 사례를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제주형 관광숙박사업은 지역민 주도하에 농촌생활문화 체험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운영지원시스템이 완비돼 체류형 가치를 극대화해 농업인의 소득창출과 지역사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이 사업은 단기 체류뿐 아니라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와 연계해 중장기 방문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주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을 통해 품질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통 빈집 소유자는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해 한계가 있어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유와 운영주체를 분리해 소유자는 임대료 수입을, 운영자는 수익을 얻는 구조로 만들자자는 게 고 센터장의 주장이다.

고 센터장은 “협동조합이나 벤처기업이 농어촌민박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농어촌정비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 소유주로부터 관리 운영권을 받아 리모델링 후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는 2007년 ‘거주요건’이 신설된 농어촌정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스타트업은 빈집을 지역색을 살린 특색 있는 숙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안전한 숙소, 마을의 맛집을 안내하고 체험을 알리며, 농특산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농촌의 고즈넉함을 살리는 개발이 아니라 대규모 리조트나 호텔, 고급 빌라 등이 들어서 환경을 파괴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우리의 고향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급격한 중국 자본이 유입돼 해안 경관을 해치거나 오름을 허물면서까지 개발했지만 사드 여파로 자본이 끊기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몇 군데나 된다.

지난 2007년 농어촌정비법은 농어촌민박업에 거주요건을 신설했다. 운영자를 거주하는 주민으로 한정하면서 거주요건을 신설해 업체가 관리운영권을 위탁받아 리모델링 후 재생하는 경우도 법을 위반한다는 논란도 이번 토론회 때 지적됐다. 다자요 남성준 대표이사는 “1억~2억 원을 들여 빈집을 재생하는 고급 독채숙박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로 최소 10년간 장기임대를 하게 되면 소유주는 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다”면서 “지역에 어울리는 독특한 숙소가 있면 관광객이 마을에서 다양한 소비도 이뤄지는 상생도 가능해 지역재생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안전문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산화탄소와 가스감지기, CCTV, 보험, 구급함 등의 안전시설도 완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 8월28일 국회에서는 빈집 재생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농어촌민박 주거요건 이견
농림축산식품부 김신재 농촌산업과장은 “농어촌민박은 기존 주민의 소득 창출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인구이탈 문제가 심각한 농촌에 귀농·귀촌인이 들어와 정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게 취지”라면서 “농어촌정비법의 거주요건을 신설한 건 안전문제를 소유주가 책임지게 하는 것인데, 소유주가 없이 숙박을 허용하게 되면 관리인만 있는 무인텔이 난립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농촌의 경관을 해치는 대규모 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근 독립된 공간에 머물기 원하는 개인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라 농어촌민박에 별채를 따로 둬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김 과장은 덧붙였다.

수익사업을 떠나 빈집을 활용해 인구 유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충북 증평군 죽리마을은 빈집 13곳을 정비해 마을 주차장과 대나무 공원을 만들고 귀농인의 집 4개 동을 꾸몄다. 귀농인의 집은 예비 귀농인이 6~12개월 머물려 1달에 25만 원만 내면 귀농체험과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낡은 담장도 타일 벽화로 꾸며 명소가 되면서 관광객들도 몰렸다. 그 결과 50가구 117명이던 주민이 63가구 135명으로 늘어났다.

한국농어촌민박협회 오일환 사무총장은 “과거 외지인들이 수십 채 빈집을 사서 주민등록만 해놓고 장삿속만 차리면서 농민들에게 소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농어촌민박에서 발생한 사고들의 80%는 소유주가 아닌 임대자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농어촌민박의 거주요건은 소유주가 살면서 전기 흐름이나 가스 냄새를 맡는 등 안전문제는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이며 농업인들의 소득을 위해서도 필요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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