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양성평등 지역거점을 가다/(3)인천 양성평등센터

올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지역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실현할 거점기관인 양성평등센터 4곳을 선정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인천여성가족재단, 전남여성가족재단 등 4곳은 지역의 특색을 고려한 성평등 교육과 문화 확산을 위한 양성평등센터로서 역할을 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인천 양성평등센터의 에꼴제 프로젝트는 학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으로 중학교 1학년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이은 인천 ‘스쿨 미투’…양성평등 교육 중요성 커져
성 고정관념 부수기 위한 서포터즈단·정책모니터링단 구성
양성평등센터 법적 근거 마련돼야 지속 활동 확보할 수 있어

학교에서 성인지 감수성 높이다
“미투는 여자가 예뻐서 당하는 거다”, “남자친구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느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이 충격적 발언은 바로 지난해 인천의 모 여고 당시 교장과 교사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학생들의 용기 있는 스쿨 미투 폭로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인천의 여중과 여고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교육청은 교사 50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의 합당한 처벌과 함께 중요성이 부각된 게 학교에서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천 양성평등센터(이하 센터)는 인천지역 80개 학급 중학생 1학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성평등 교육 ‘에꼴제(Ecole-Ge)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학교를 뜻하는 불어(Ecole)와 젠더(Gender)의 합성어인 에꼴제는 인권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목적이다. 마침 시험부담 없이 참여형 수업과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자유학년제’의 교육과정으로 에꼴제 프로젝트가 주목받았고,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콘텐츠도 다른 기관이 만든 걸 활용하는 대신 학교에서 성평등 교육을 맡는 보건교사와 이 분야 전문가들이 6번의 토론을 거쳐 학생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참신하면서 재밌는 내용의 콘텐츠는 1~2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센터 박혜리 연구원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신청한 학교들의 경쟁률이 3:1을 넘어 놀랐다”면서 “그만큼 인천지역 학교들이 성평등 교육에 목말라 있었던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중학생들은 유튜브나 1인 방송을 통해 무분별하게 혐오표현을 접하게 되고, 마치 놀이하듯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면서 “말은 곧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게 되고, 어느새 고정된 성관념이 성인이 되도 잘 바뀌지 않게 되므로 그 시기에 성평등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들어봤거나 말해본 혐오표현을 직접 써보고, 우리 반의 성평등 약속을 통해 다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한다. 센터는 교육 이전과 이후에 설문조사를 통해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연말에 공개할 계획이다.

성 고정관념 틀 부수자
센터는 이외에도 성평등 교육을 위해 활동하는 모임을 지원하는 ‘인천에 성평등을 THE(+)하다’와 20~30대 청년들로 구성된 ‘성평등 서포터즈단 U&I’를 통해 성평등 의식과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하철, 라디오, 거리에서 성평등 광고와 캠페인을 인천시민에게 알리는데 이들 서포터즈단이 주축이 됐다. 특히 성평등 광고를 만들 땐 아이디어부터 시작해 모든 제작과정에 참여했고, 서포터즈단의 목소리로 녹음하기도 했다.

가을철 많이 열리는 지역축제에서 잘못된 성차별 표현을 모니터하는 것도 서포터즈단의 역할이다. 모니터링으로 그치면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개선사항은 시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년도 정책과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인천의 정책을 점검하는 ‘체크-IN 정책모니터링단’은 거대담론보다 실생활에서 접하는 문제를 살폈다. 바로 여성안심 무인택배 보관함이 대상이었다. 인천에만 45개가 있는 이 보관함은 고유주소가 있고, 안심번호 서비스로 본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걸 막지만 모니터링단의 점검 결과 개선할 점이 있었다. 야간엔 보관함만 밝은 조명이 비춰 오히려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그 주변을 밝게 한다든지, 턱이 높아 경사로를 만들어 드나들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박혜리 연구원은 “모니터한 결과는 시청 담당 공무원과 면담을 통해 개선안이 반영되도록 해 여성이 안전한 인천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도 한마디-박주은 센터장

“모든 학교에 ‘에꼴제’ 현판 걸렸으면”

에꼴제 프로젝트는 옹진을 제외한 모든 구에 1개 이상의 학교가 배치되도록 안배를 했다. 강의가 아니라 참여형 모듬별 수업이 학생들에겐 특색 있게 느껴져 호응이 높았다고 본다. 물론 차별화된 콘텐츠도 한 몫 했다. 에꼴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교에 현판을 붙이고 있는데 인천지역 모든 학교에 이 현판이 있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우리 센터의 사업들이 호평을 받고 있어 뿌듯하면서도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도 든다. 1년마다 지정을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법적근거가 없다 보니 재정당국이 불허하거나 다른 외부요인이 생겨 얼마든지 중단될 수도 있다. 예산도 빡빡해 소수인력이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언제까지 그럴 순 없다.

양성평등은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양성평등 효과가 분명한 만큼 정부의 지원 확대와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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