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연합회, 현장 목소리 담은 국회토론회 개최

정부는 2025년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 비중을 1.8%까지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농정착 지원금, 농지 임대 우선 지원, 농신보 우대 보증 등의 농지·자금부터 경영실습 임대농장, 강소농 프로그램, 선도농가 실습 지원 등의 교육과 체류형 지원센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는 청년농업인들이 많다. 특히 새로운 농법과 작목에 과감하게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길 원하는 농촌사회는 거대한 벽이다.

지난 8월27일 국회에서 2030 청년농업인 조직인 청년농업인연합회(이하 청연) 주최로 ‘청년농업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담다’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농업인들이 농업현장에서 겪는 갖가지 불합리한 문제와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였다.

▲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방식을 강요하는 구태의연함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농업·농촌으로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벽이다. 사진은 지난 8월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대농만 지원…세분화된 농정 펼쳐달라
◆남성·연장자 우위…성평등 교육 꼭 필요
◆세대갈등…근무여건·소득분배 등 정하자
◆질 낮고 형식적 교육…재미있되 평등해야

청연 강선아 회장은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의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은 존재는 청년농업인이지만 정작 필요한 정책과 환경은 부족하다”면서 “청년농업인들의 고충이 대안으로 제시돼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후주 소장

주제발표에 나선 청연 김후주 정책연구소장은 “집 주고 돈 주며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다면 결국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는 꼴”이라면서 ▲대농 위주 지원 ▲성차별 ▲세대갈등 ▲부실한 컨설팅과 교육 등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변화 더딘 농촌에 좌절
과거 농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는 규모를 키우는데 지원을 집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이 소농, 가족농 형태로 농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괴리가 생기고 있다. 국가지원이 큰 규모의 관행농법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자적 경쟁력을 가진 소규모 농업에 특화된 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김 소장은 주장했다.

전남 장성에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심보란씨도 같은 의견을 주장했다. 심 씨는 “친환경인증 비용을 지원받으려면 면적 990㎡가 돼야 하고, 친환경 자재 지원도 5ha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청년농업인들은 소외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부 수확량을 포기하고 친환경으로 농사지어도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못해 소득도 높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려 했는데 모양과 색이 좋고, 벌레가 갉아먹는 흔적이 없는 걸 갖다 달라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농정이 대농 위주에서 벗어나 세분화해 청년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원 홍천의 귀농 3년차 현윤정씨는 미혼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얘기했다. 현윤정씨는 “땅을 가지신 분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쓰기 꺼려해 농지 임대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면서 “심지어 구두로 임대하기로 해놓고 막상 계약하려니 남편이나 남자를 데려오라는 경우도 있었고, ‘결혼도 안 한 여자를 도와주면 동네에서 말이 나온다’는 말은 들은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 씨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귀농을 쉽게 한 편이라며, 가족도 없는 미혼여성이 귀농을 한다는 건 지금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여성을 낮게 보는 농촌의 고정관념도 청년여성농업인의 유입을 막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에 현 씨는 범죄 없는 마을, 정보화 마을처럼 마을회관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며 ‘성평등을 실천하는 마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장단 교육, 농협 조합원 교육, 귀농교육 때도 성평등 교육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바꿔야 청년 돌아온다
경기 여주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함께 짓고 있는 박주원씨는 승계농의 세대갈등에 대해 언급했다. 친환경농법을 못마땅해한 아버지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밭에 몰래 농약을 뿌릴 정도로 갈등이 컸지만 야콘 농사를 지으며 성과를 내자 각자의 농법을 인정하게 됐다고 한다. 월급이 아닌 용돈을 받으며 아버지 지시만 받다가 지금은 영농계획, 생산, 판매 등 모든 문제를 본인이 결정하고 책임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주원씨는 “승계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거점별 상담센터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협약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질 낮고 형식적인 농업교육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전의 임현구씨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알려주는데 효과적인 기존의 강의법은 청년 입장에서 흥미는 떨어지고 효율성도 낮은 교육”이라며 “교육을 듣고 싶어도 지방비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 사는 청년을 배제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은 청년들 시각에서 재미있되 필요한 이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임 씨의 주장이다.

김후주 소장은 ”오로지 소득을 높이는 교육은 많지만 농촌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교양을 높일 인문학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단순한 주입식 강의, 형식적 출석, 교육을 빙자한 행사 참여 대신 현장감 있고 실용적인 교육이 청년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시혜 경영인력과장은 “청년창업농을 위해 진입·정착·성장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농고와 농대생 정원을 늘리고 영농승계 교육 강화, 비농업분야 인재와 예비 귀농인을 장기 교육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청년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농지·자금·영농기술·컨설팅 등 패키지로 지원하고, 청년들의 강점을 살릴 첨단기술 활용, R&D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토론회에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기존 정책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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