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양 ‘가천농원’ 조은애씨

■  기획특집 - 청년 여성농부의 희로애락

▲ 조은애씨는 도시에 없는 여유로움을 농촌에서 느끼고 있다고 한다.

청년 여성농부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여전’
부모세대와의 갈등 해소도 농촌정착 관건

젊고 게다가 여성이라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정부의 지원정책과 지자체의 귀농귀촌 시책 등에 힘입어 최근 청년들의 농촌행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농사일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농촌과 농업에서 희망을 찾아 도전하는 당찬 청년 여성농부들도 많다. 경북 영양에서 부모의 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조은애 씨도 그 주인공 중 하나다.

청년여성농업인으로 산다는 것은...
복숭아, 자두 농사를 하면서 그 외 밭작물 재배를 하는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위치한 가천농원의 조은애 씨는 30대의 젊은 여성농부다.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그녀는 농촌 생활이 싫어 서울로 올라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어쩌다가 다시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복숭아에 있었다.
영양에서 복숭아 농사를 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님이 남편에게 농장에서 따 준 복숭아를 건넸고, 남편은 복숭아를 먹고 그 맛에 반해 농사를 짓자고 했다. 그녀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남편을 따라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남편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사짓고 살자고 했을 때는 반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내려와 보니 고향이기도 하고 저에게 농사일이 적성에도 맞아 정착하게 된 거죠. 솔직히 도시에서 살 때보다 즐겁게 살고 있어요. 도시에서는 전쟁 같은 출근길에 사람에게 치이고, 밤 10시 돼야 집에 들어오니... 그런 생활을 3년 동안 하니까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농사일을 시작했지만 마음처럼 쉽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조은애 씨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농업인이라고 소개하면 ‘네가 무슨 농부냐, 뭘 알고 농사를 짓는 거냐’라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이런 소리 듣는 게 싫어 그녀는 지역의 영농 4-H회에 가입하고 경북농민사관학교를 다니며 기술을 익히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젊은 여자가 농촌에 와서 무엇을 할 거냐’ 하시고, 제가 농업경영주인데도 주변에서는 농촌에 와서 일 도와주는 딸로밖에 인식을 안 하세요.”

갈등과 상생 그리고 세대차이
부모님과 농장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농촌에서 세대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젊은 사람이다 보니 새로운 농법을 배운 그녀는 부모님과 농사짓는 방법에서 차이가 났다.
“저희 부부가 새로운 농법을 실천하고 있을 때, 옛날 방식만 고집하는 부모님은 ‘그렇게 해봤자 안된다. 내가 20~30년 해봐서 안다’ 고 하세요. 처음에는 새로운 농법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곤란할 때도 많았어요.”

세대차이로 갈등도 많았지만 청년농부들 덕분에 농촌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측면도 있다.
그녀는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여 경운기, 리어카 대신 운전하기 쉽고 안전한 동력운반기를 사용하고 있다. 주변 농가들은 새로운 농기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녀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된다. 또 접해 보지 못했던 황금호박, 땅콩호박을 재배하고 있으면 눈여겨보면서 ‘어떻게 하는 거냐. 나도 가르쳐 달라’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농촌에 들어와서 이렇게 되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르신도 처음에는 관심을 안 가지다가 제가 농사일을 계속하는 걸 지켜보고 나서 관심 가지게 됐죠.”

청년여성농업인이 바라본 농촌의 모습
농업 관련 교육이 있을 때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오래전부터 연락했던 분들에게만 연락을 하고 교육도 남성위주라고 그녀는 불평한다.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해서 그런지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제 연락처를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매번 연락은 아빠에게만 하죠.”
그래서 그녀는 직접 농업기술센터로 찾아가 교육이나 사업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먼저 요구한다. 여성들을 위한 교육도 간혹 있지만 보자기 만들기 교육, 한식 만들기 교육 등은 취미성격의 교육이라 농사일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또 여성 위주 교육에는 남성을 배제한다고 한다.

“제가 일을 나갈 때 남편이 밥을 해줘야 해요. 그래서 남편도 음식 만들기 교육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남자는 끼워주지도 않는다고 해요.”
아직까지 농촌에서는 남성여성에 대한 구분과 차별이 남아 있는 듯하다.
“교육프로그램이 여성, 남성 따질 거 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농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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