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쭝이랑’농장 김일중 대표

■ 기획특집 - 청년 여성농부의 희로애락

▲ 청년여성농부 김일중씨가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딸기는 지금 농한기다.

농사보다 사람들 편견이 더 힘들어…
농업에서 마케팅의 중요성 점점 커져

“처음엔 저도 농사짓기 싫었어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딸기체험농장 ‘쭝이랑’ 대표 김일중 씨의 얘기다. 또래의 청년들처럼 솔직한 그녀는 대학 원서를 쓰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친구들에게 진로를 농업으로 정하는 게 어떠냐 물으니 하나같이 부정적인 얘기만 했어요. 새삼 놀랐어요.”
일중씨는 농업에 대한 부정적 얘기를 듣다 화가 났다고 한다. 일중씨의 부모님은 조랑말 농장을 운영한다.
“갑자기 오기가 생겼어요. 제가 그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야심차게 말했다.

# 나만의 농사를 하고 싶었어요
‘쭝이랑’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딸기체험 농장이다. 방문객들이 딸기를 수확하고 자신이 수확만큼 사 간다. 어느덧 5년 차 농업인이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동물을 키웠지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에요. 모두 제 힘으로 해야 했어요.”
한농대를 졸업했지만 사회초년생에게 농장 경영은 쉽지 않았다.
“수확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수확은 기본이에요. 농장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어요.”
왜 부모님과 함께 농장을 하지 않고 농사를 시작한 걸까.
“온전히 제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하는 일에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전공을 살려 나만의 농사를 하고도 싶었고요.”

# 농사보다 편견이 더 힘들어요
“이제 생산이 힘들지는 않아요. 사람들의 인식이나 편견이 더 힘들죠.”
‘쭝이랑’에 체험을 하러 오는 몇몇은 일중씨를 당연하게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의 일을 돕는다고 생각하거나 전문성을 의심하기도 한다고.
“젊은 여성이 농업에 종사하면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농업에서 아직 여성은 약자라는 인식이 더 크거든요.”
페미니즘 영향으로 각계각층에선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변화도 조금씩 일고 있지만 농업이 여성 인권에 있어서 가장 발전이 더디다는 것이 일중씨의 생각이다.

# 다양한 사람 만나고 싶어요
일중씨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소위 ‘인싸’다.
농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서 청년농업인 단체인 4-H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소모임 가입도 많이 했지만 직장인 위주라 모임이 대부분 주말에 이루어졌다. 주말이 가장 바쁜 일중씨는 저조한 참여로 제명당하기 일쑤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농장을 활성화 할 만한 아이디어가 생겨요. 그래서 여러 모임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하하.”

그녀는 최근 귀농한 사람들을 보면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디자인하시던 분이 귀농했는데 마케팅 감각이 남다르더라고요. 농업도 이제 브랜딩이 중요하거든요. 농업위주의 마케팅에선 한계를 느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은데 대부분 도시에서 이뤄져요. 주기적으로 받긴 힘들죠. 귀농인을 위한 농촌교육은 많은데 농촌인을 위한 전문 마케팅 교육도 늘었으면 좋겠어요.”

# 농업에서도 이제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녀는 더이상 농사에서 생산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수확한 열매가 잘 팔리지 않는 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 판매를 위해선 브랜딩이나 상품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 최근엔 경기도농업기술원 가공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딸기 원액을 구상 중이다. 탄산수에 타 먹을 수도 있고 소주에 타서 과일 소주로도 먹을 수 있다. 농산물을 어떻게 산업화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시원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CEO다웠다. 마지막으로 농촌의 인식개선방안에 관해 물었다. 농업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오기가 생겼던 그녀는 그동안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소비자들과의 교류가 중요해요. 농사하는 분들은 소비자들과 만날 길이 없어요. 교류가 늘면 농촌을 동떨어진 곳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소비자들도 더 현명한 소비를 하고 청년들의 농업진출이 늘 수도 있고요.”
어릴 적 산속에서 뛰어놀며 꽃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개구쟁이 소녀는 농촌의 미래를 생각하는 어엿한 농사꾼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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