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수산대 졸업생 전북 정읍 ‘금호1농장’유금주씨

■ 기획특집 - 선·후배 청년 여성농부에게 듣는다

부모님 도우려 대학 중퇴하고 한농대 입학해 농부길

기계 다루는 일 어려워, ‘힘들 땐 아빠부터 찾죠’
영세농 옥죄는 ‘가금 휴지기제’  반드시 개선돼야

▲ 부모님과 함께 오리 3만수를 주도적으로 길러내고 있는 유금주씨

전북 정읍에서 오리 3만 수를 키우고 있는 청년여성농부 유금주씨(26·금호1농장)는 마을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인기가 최고다. 모두가 도시로 나가느라 정신없는 세상에 젊고 예쁜 아가씨가 농사를 짓는다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마을에 정착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유 씨는 정읍에서 태어나 초·중·고까지 나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농사일을 거들며 자랐다. 그래서 농사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대학은 전주에서 나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몸에 밴 농사가 자꾸 떠오르고, 결국은 한국농수산대학 축산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그리고 지금은 부모님을 도와 오리도 키우고 여러 농사일을 함께 주도적으로 해내고 있다.

야심도 크다. ‘금호1농장’이라 이름 지었다. 계속해서 2, 3, 4 농장으로 키워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결혼도 청년농부와 하고 싶단다. 부부가 함께 농사를 하며, 기업 못지않은 많은 일들을 창출하고 싶다는 포부다.

- 왜 농업에 투신하게 됐는지요?
처음부터 농사를 전문으로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농촌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었지요. 농사라는 것이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곳에서 일하는 직업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다 서서히 농사도 잘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많은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어릴 때는 시골이 싫었지만 지금은 시골이 아주 좋아요. 조용해서요. 조용한 곳에서 조용히 농사를 짓는 게 행복해요. 아직은 부모님과 함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그만큼 홀로서기도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큽니다. 처음 입학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다시 입학을 결심했던 것도 부모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요. 동식물을 좋아하고 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들이 즐겁습니다. 지금의 오리농장을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놓고 당당하게 또 홀로 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농업을 홀대하는 나라가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다’는 말을 믿습니다.

- 여성으로서 농업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계 사용하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저희 농장의 오리는 철근·콘크리트 축사와 하우스 축사의 평사사육방식이기 때문에 분뇨를 갈아엎는 로터리 방식으로 수분을 날려 악취를 감소시키고 있지요. 철근·콘크리트 축사의 경우 트랙터를 타고 들어가면 되지만 하우스 축사의 경우에는 축사의 높이가 낮아 경운기에 로터리를 연결해 로터리를 쳐야 됩니다. 무겁고 위험해서 지금도 편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전기설비나, 용접기술 같은 경우에는 교육을 통해서 또는 아빠한테 배우고 있어서 다른 큰 문제는 아직까진 못 느끼고 있어요.

- 농기계를 비롯해서 다 말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직은 아빠가 젊고 건강하셔서 제일 좋은 선생님이자 조력자 역할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배울 만큼 배웠으니까,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결국은 아빠를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복잡하고 힘들 땐 무조건 아빠한테 전화부터 하고 봅니다. 아빠가 옆에 있기 때문에 농사도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었고요. 부모님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자 선생님이에요.

-젊은 여성농부로서 농촌과 농촌여성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제안이나, 또는 관계기관이나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대부분 가금농장의 경우 계열화를 통해 사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농가에 피해가 많은 경영방식이에요. 투자하는 시설, 노동력에 비해 수입이 적은 구조입니다.
조류독감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지난 2018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오리농가 휴지기제의 여파로 오리업계의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오리 수급차질과 동시에 산업 전반에 걸쳐 피해정도가 심각했지요. 전국적으로 이 제도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오리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됐지요.

‘가금 휴지기제’란 AI고위험지역 소재 가금농가의 동절기 사육을 제한함으로써 AI발생 위험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대상은 3년 이내 2회 이상 AI발생농장과 반경 500m이내의 육용오리농가입니다. 그렇지만 축산업계는 휴지기제 시행으로 산업이 초토화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요.
‘국내 오리고기는 비싸고 등락폭이 크다’는 인식이 있어서 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에선 원료가격의 변동이 적은 수입산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입니다. 또 올해는 농가가 가져가는 수수료 인하를 하겠다는 모회사 입장 때문에 더더욱 경영상태가 악화됐습니다.
그래서 개인사육출하를 목표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휴지기제 말고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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