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농산물 손실률, 선진국 10% vs 우리나라 최대 30%

▲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는 APC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농업인과 최저임금 상승, 노동법 개정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APC 토론회 현장.

유통비용 대부분 생산자가 부담…APC 이용 꺼려
산지유통 직접비용, 사회간접비용화 논의 시작점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농산물의 집하, 전처리, 선별, 저장, 운송을 산지에서 모두 책임지는 시설로 전국에 566개소가 만들어져 있다. 규격화된 고품질의 농산물을 출하해 농업인은 제값에 팔 수 있고, 소비자도 안전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공익적 기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APC를 이용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밭떼기 등의 농가 개별판매 비중이 64%에 달한다. 이는 농업인들이 APC 비용부담을 이유로 꺼려하기 때문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 유통구조가 농업인이 농산물 유통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게 더 큰 원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법 개정으로 APC 운영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주최로 APC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생산자·소비자·도매시장 모두 이득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APC의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립과 상품화 비용 일부만 지원해 대부분의 비용을 농업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최근 농협이 운영하는 APC 절반이 적자일 정도로 어려움이 커진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이번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 홍윤표 박사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홍윤표 박사는 농산물의 상품화 과정은 공익적 기능이 크기 때문에 생산자나 소비자가 아닌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박사는 “APC에서 상품화가 되면 생산자는 부가가치 향상, 시장대응력 강화, 수급조절 가능 등의 이점이 있고, 소비자는 안전한 식품, 편리한 구매, 기호 충족 등이 가능하다”면서 “도매시장도 물류비 절감, 온라인 경매 증가, 정가 수의계약 확대 등의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APC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상 선별만 담당하는 구조이다 보니 신선농산물의 손실률은 25~30%에 달하고, 비용으로 치면 연간 5조 원에 이른다. 농업선진국의 손실률은 5~1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격차다.

홍 박사는 “2011년 APC 역량진단 평가 결과,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와 수확후 품질관리 기술 미흡으로 풋고추 60.0점, 토마토 63.0점, 딸기 71.4점, 단감 73.3점 등 종합점수가 65.8점에 불과했다”면서 “주산지의 경계를 넘어 품목별로 브랜드와 마케팅을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딸기의 경우 생산액은 1조 원에 달하지만 통합마케팅 비중은 1667억 원에 불과했다. 논산, 진주, 밀양 등 주산지별로 브랜드와 마케팅을 따로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홍 박사의 주장이다.

APC 핵심비용 지원 턱없이 부족
농협 안재경 푸드플랜국장은 “다수의 농업인이 공동선별과 공동출하토록 하고, 산지농협이 APC 운영과 물류를 책임지며, 연합사업조직이 통합마케팅과 홍보 등을 맡게 하는 구조로 APC의 규모화와 시장교섭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APC 지원은 건립비 보조 431억 원(최근 3년 평균), 공동선별비와 물류기기 공동이용 지원 등 258여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올해 배정된 건 필요한 예산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동선별비는 929억9200만 원, 물류기기 공동이용은 449억9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부담 50%를 포함해도 431억500만 원이 부족하다.

안 국장은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용은 44.4%에 달하는데 이마저도 생산자가 대부분 부담하기 때문에 농업인은 APC를 외면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마늘과 양파, 최근 배추와 무처럼 수급조절이 힘들어져 그 결과 농산물 제값 받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통신과 전력을 공급하듯 농가가 연간 직접 부담하는 산지유통 직접비용 4561억 원 중 60%인 2923억 원은 사회가 부담하도록 하는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안 국장의 주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정삼 유통정책과장은 산지 조직화, 물류 효율화, 유통경로 다변화 등으로 유통비용을 줄이고 가격변동폭을 완화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지역농협과 농업법인 등 산지조직 2666개를 육성하고 있고, 지역단위 통합마케팅으로 산지유통도 규모화했다”면서 “도매시장 팰릿 출하, 올해 온라인 경매 등 거래제도를 다양화하며,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지역에서 이뤄지는 ‘지역 푸드플랜’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와대 박영범 농해수비서관도 “문재인 대통령은 양파와 마늘 등 작황에 따라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문제를 장기 보관이나 가격을 안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면서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APC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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