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박학순 한국작물보호협회 교육홍보부 이사

▲ 박학순 한국작물보호협회 교육홍보부 이사

"‘안전성’은 위해요인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그 양(量)에 좌우된다"

농약은 약효·약해, 독성, 잔류성 등 용도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100여 가지 이상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정부로부터 그 안전성을 온전히 인정받은 정밀화학 제품으로 사용법을 준수하는 한 안전한 자재다. 그럼에도 농약은 늘 사람이 직접 먹는다는 가정 하에 그 위험성이 침소봉대 되고 계량화 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까지 농약을 농업용도로 사용했을 때 과연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만큼 ‘유해한 예’가 실제로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헨리 키신저는 ‘석유를 지배하는 자는 국가를 지배하지만, 식량을 지배하는 자는 인류를 지배한다’고 설파했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대한민국이 인류를 지배하기란 언감생심이다. 곡물자급률 24%시대, 먹거리의 4분의 3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유기·무농약의 친환경농법과 GAP농법, 관행농법은 종사자의 가치와 철학에 비례해 나름의 영역에서 양립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경지면적 160만㏊가 무너지고 1천만을 상회하던 농가인구는 230만 명(전체인구 대비 4.5%)으로 줄었다. 그 여백은 오롯이 농약이 능동적이고 획기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전체 농산물 대비 4.1%의 친환경농산물이 급식품으로서 온전히 자리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리도 잘못되고 아쉬운가? 자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결코 친환경농산물의 당위성을 묻거나 위상을 폄훼하고자 함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말이다. 그 누구도 농업인에게 한낮 뙤약볕 들녘을 누비는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농약사용을 부정하려면 농약이 주는 갖가지 편의나 혜택을 동시에 농업인에게 제공해 줘야 마땅하다.

맛과 영양면에서도 차이가 없고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일반농산물에 대한 잔류검사를 강화함으로써 급식용이든 일반 소비용이든 대량 공급하게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 큰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소비자단체 등의 목표가 돼야 한다.

‘안전성’은 위해요인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그 양(量)에 좌우된다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친환경농산물이 과연 농식품 오염원의 0.2%에 불과한 ‘화학적 요인’을 빼고는 일반농산물에 견줘 내세울게 무엇이 있는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염원의 대부분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유해미생물이다. 화학물질이 아니라는 의미다. 단지 ‘건강’ 때문이라면 불행하게도 그건 소비자의 ‘심리 문제’이지, 실제 ‘농산물 안전’과는 별개다. 

21세기 첨단 시대를 살아가며 유독 농업분야에만 전근대적이며 비과학적 농법을 종용하고 맹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동차 사고가 두려워 소달구지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는 시각에 다름 아니다. 안전운전 수칙을 준수해 자동차가 주는 천혜를 향유하듯, 농약도 사용법을 준수해 그 혜택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농산물 중 잔류농약은 1일 섭취 허용량과 잔류허용기준, 안전사용기준이란 3종 세트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농약은 각종 병해충과 잡초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의약과 같은 수단일 뿐이다. 친환경농산물이냐 관행농산물이냐의 논쟁은 양립을 저해하는 견토지쟁(犬兔之爭)에 다름 아니다. 특정 농산물만이 안전할 것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비행기 이륙 시 앞좌석 손잡이를 꽉 잡는 것과 같다. ‘안심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실제 ‘안전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어차피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그 한계를 배워 잘 이용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위정자들과 소비자들의 혜안이 요구되는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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