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 장현석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창업육성단장

농식품부·농협,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 시작
사업대상자 12곳 선정 완료…올 연말 오픈 목표

▲ 장현석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창업육성단장

순리란 말이 있다. 한자로 나타내면 따르다는 뜻의 ‘순(順)’자에 이치 또는 도리를 나타내는 ‘리(理)’자의 합성이다. 즉 순리란 말은 이치에 따른다는 뜻이다. 자연에는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일찍이 감지한 동양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을 지향했다.
하지만 서양은 자연의 법칙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순응하기보다 극복하기 위하여 과학문명을 발전시켰다. 한 예로 중력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임에도 서양의 과학기술은 이를 극복하려고 애썼고, 그 결과 라이트형제는 비행기로 날 수 있었고, 이후 불과 100년도 안 돼 암스트롱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갔다 올 수 있었다.

달나라에 가보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류의 꿈이었다. 하지만 동양은 이를 그냥 상상의 세계에 남겨뒀고, 서양은 꿈을 실현했다. 이 둘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어떠한 염원을 가로막고 있는 것에 대한 태도 차이일 것이다. 순리라 여겨지는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염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난관을 극복하려는 자세 말이다.

농업관계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염원은 우리 농촌이 활력과 활기가 넘치는 곳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쉽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흐름과는 상반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은 1970년대 이후 진행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위축되어왔다. 1980년 1000만 명이 넘던 농가인구는 2018년 231만 명으로 급감해 대한민국 총인구의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청년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서 2018년 기준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거의 절반인 44.7%에 이르러 활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농가평균소득은 2018년 4207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가구소득(6484만 원)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농업인구 비율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의 수준인 3%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며, 이는 우리나라 농업인구가 150만 명 이하로 감소돼야 함을 뜻한다. 더불어 농작업의 기계화, 규모화, 산업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리란 것은 자연법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물질적 풍요, 육체적 편안함, 쾌적한 편의시설과 문화공간, 많은 사람들과의 유대 등을 원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손쉬운 도시로 젊은이들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방치한다면 활기찬 농촌의 꿈은 더욱 요원해진다.

사회변화의 강력한 추세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같은 강한 인위적 작용이 필요하다. 실제로 농업·농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계속해서 시행해왔다. 농가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생산+가공+서비스가 결합된 6차산업 활성화 지원책, 농업·농촌 인구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책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공동으로 농촌 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농촌지역에 소재한 지역농협의 못 쓰는 양곡창고 등의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농촌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등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에 사업신청을 접수받아 6월에 총 12개소의 사업대상자 선정이 완료됐으며, 올해 연말 오픈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본 사업을 통한 기대효과는 청년창업과 농촌지역경제의 활성화다. 요즘 취업이 쉽지 않아서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의 오프라인 창업에는 점포 임대료와 리모델링비 등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서 젊은이들에게는 창업 또한 쉽지 않다. 따라서 젊은 창업자들의 초기부담을 덜어준다면 창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구의 감소 등으로 쓸모없게 된 농촌의 버려진 창고 등을 새롭게 단장해 재활용함으로써 농촌의 미관도 개선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올해 사업규모는 별로 크지 않아서 기대만큼의 충분한 유발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의 마중물이 막대한 물을 용솟음치게끔 하듯이, 올해의 사업 성공이 계기가 돼 향후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들의 지원이 확대되고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위해 농촌으로 몰려들게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이러한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명물이 되는 상업공간이 하나둘씩 생기다 보면 그곳에 방문하는 유동인구가 늘어나게 될 것이고 농촌의 지역경제 또한 더불어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거대한 운하도 조그만 도랑을 판 첫 삽이 있었기에 건설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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