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활속 발명이야기-글 왕연중·그림 김민재

606번째 실험에 성공
1910년까지만 해도 매독은 불치병이었다. 요즘의 에이즈만큼이나 무서웠던 병으로, 그 발병 원인이나 결과도 거의 비슷했다.
이 무서운 병의 치료제를 발명한 사람은 노벨상까지 받은 폴 에를리히다.
‘살바르산’으로 불리는 이 기적의 약품은 에를리히가 606번째의 실험에 성공해 얻은 것이라 해서 ‘606’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다른 생체조직은 상하지 않고 병원균만을 죽이는 화학약품의 발명에 힘을 기울였다. 즉, 그가 원하는 것은 실험동물에는 아무 해가 없이 오직 병원균만을 죽이는 화학약품을 얻는 것이었다.
에를리히는 화학약품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와 실험에 열중했다. 그가 실험해서 얻은 화학약품의 수도 계속 늘어갔다.

화학약품이 1호에서 시작해 121, 122, 290, 300호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신통한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화학약품이 418호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비소화페닐글리신이 만들어졌다. 이 비소화페닐글리신에는 아프리카의 수면병을 일으키는 트리파노솜균을 죽이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418호에 그치지 않고 실험을 계속했다. 화학 약품의 수도 600을 넘어서 601, 602, 606호에 이르렀다.
606호는 디하이드록시디 아미노 벤젠(염화수소)이었다. 이 화합물은 처음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불치병이라 불리던 매독 정복
그로부터 2년 뒤의 어느 날이었다. 606호의 재실험을 하던 에를리히 박사는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스피로헤타 병원균이 이렇듯 깨끗하게 살균되다니!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606호 화학약품이 지독한 매독 균인 스피로헤타 병원균을 강력한 힘으로 살균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매독이라면 변변한 치료약 하나 없어 한번 걸렸다 하면 고생 끝에 죽고 마는 그런 병이었다. 매독에 대한 두려움은 요즈음 사람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에를리히는 확신을 얻기 위해 수없이 실험을 거듭했다.
1910년 드디어 에를리히는 606호의 효과를 세계에 발표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세계는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가장 비극적인 불치병이라 하던 매독이 정복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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