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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어르신들의 BTS ‘국민안내양’■ 인터뷰 - 고향버스 안내양 김정연씨
엄윤정 기자  |  uyj44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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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6  10: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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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씨는 2010년부터 KBS 1TV '6시 내고향‘의 ’고향버스‘를 지켜왔다. 좁은 시골버스에서 그녀가 전하는 훈훈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국민드라마다.
노찾사 출신 제1호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며  뒤늦게 얻은 늦둥이 아들에게 푹 빠져 지내지만 버스에 올라 시골어르신들의 딸이 되고 며느리가 되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정연씨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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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안내양 유니폼 입는 순간
‘이 옷을 입으면 다시는 못 벗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죠. 그대로 적중했어요.
          
10년 방송 인터뷰를 관통하는 주제 ‘자식’
그게 과연 뭘까 궁금해 늦둥이 가져"

   
▲ 그녀에게 ‘국민안내양’이란 이름을 선물한 10년 된 유니폼이 낡아 최근 교체했다. 앞으로의 10년도 기대된다.

-20013년 ‘버스를 가장 길게 탄 연예인’으로 기네스에 기록됐다고 하던데.
“그러게요, 순수하게 버스로만 4만km는 달렸을 걸요.(웃음) 2010년 경상북도 상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시 내 고향’에 출연했으니 올해로 딱 10년째네요. 우리나라에 120개 군을 다 다닌 연예인은 아마 저 밖에 없을 겁니다.
경기 포천과 연천의 군사보호시설 지역 빼고는 전국 시골버스는 다 타봤어요.”

-시골을 ‘누비고’ 다니는 게 힘들지 않나?
“월요일 방송되는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의 방송시간은 ‘14분’이지만 보통 화·수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촬영을 해요. 새벽에 버스를 타면 밤 10시는 돼야 땅을 밞을 수 있어요. 요즘 방송 추세가 ‘완전 리얼’로 가다 보니 감동적인 장면이 나올 때까지 버스를 갈아타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대화를 나누는 게 다반사다 보니 안내양 유니폼이 견뎌내질 못해요. 진심으로 시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방송을 못했을 것 같아요. 주옥같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고 웃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요.”

   
▲ 그녀를 만나는 어르신들은 반가운 딸을 대하는 심정으로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안내양’이란 설정이 굉장히 독특해 보인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터미널은 다양한 사람이 모이니까 그들의 삶을 살펴보자는 기획의도가 있었어요. 그러던 중 PD가 ‘안내양 유니폼을 입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해 입게 됐는데, 안내양 유니폼이 처음부터 마음에 든 건 아니었어요. 소품으로 갖고 온 안내양 유니폼이 촌스러워 내키지 않았는데 첫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이 뜨거웠어요. 처음 안내양 유니폼 입는 순간 ‘이 옷을 입으면 다시는 못 벗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죠. 그대로 적중했어요. 처음엔 소품을 입다가 나중에는 제가 유니폼을 직접 제작하게 됐어요.”

-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나?
“경기 여주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초등학교 3학년 동희라는 여자아이와 청각 장애를 가진 엄마를 만났어요. 동희는 13년 만에 태어난 귀한 딸이었는데,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4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죠. 엄마는 딸에게 계속 ‘더 잘해 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동희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오히려 ‘고맙다. 엄마가 너무 좋다’고 해 가슴이 뭉클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지만 삶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낸 어르신들이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신이 확 들 때가 많죠. 두 손에 짐을 가득 들고 있는 어르신이 버스에서 물건을 내리실 때 가끔 던지기도 하는데 그때 ‘늙으면 꾀라도 있어야지’ 하세요.(웃음)
‘자식은 짝사랑이다’, ‘이방 저방 다녀도 서방이 최고다’ 인생살이가 담겨있는 이런 표현들이 전 참 좋아요.”

- 요즘은 늦둥이 아들 사랑에 푹 빠져 있다고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던 제가 46세에 늦둥이를 낳게 된 건 순전히 시골어머니들 덕분이예요. 10년 인터뷰의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자식’이었거든요. 장에서 물건을 사도 자식 주려고 사고, 자식 온다고 이불 사고, 자식 온다고 생선 사고, 엄마들이 다들 자식 때문에 산다고 하는데, 자식이 과연 뭘까 생각하다 뒤늦게 아들 태현이가 생겼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임신 6개월까지 시골버스를 탔는데 어르신들이 마치 자기 딸처럼 기뻐해 주시고, 안아주시고, 잘 했다고 엉덩이 두드려 주셔서 행복한 태교를 할 수 있었어요. 저 만큼 사랑 많이 받고 태교한 임산부도 아마 없을걸요. 사랑을 많이 받고 태어나선지 태현이 성격이 너무 밝아요.”

- 얼마 전 ‘인간극장’에 김정연씨의 사연이 방송 됐었다.
“저도 버스 승객들처럼 많은 사연이 있어요.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데뷔해서 13년간 라디오 진행을 맡았었죠. ‘세상의 아침’을 통해 TV진행자로 데뷔했지만, 세 번 만에 퇴출당했어요. 남편과 함께 여의도에 삼계탕 식당을 오픈했지만, 조류독감으로 문을 닫고 신용불량자가 돼 컨테이너 박스에서 자기도 했어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트로트 앨범도 내고,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란 책도 썼어요. 최근에는 강연도 많이 해요. 참고 버티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 8월부터 유니폼 색깔이 달라졌네요.
“KBS의 ‘6시 내 고향’과 ‘아침마당’은 시청률의 양대산맥이에요. 시골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처럼 SNS를 했다면 제 인기도 아마 방탄소년단 못지 않았을걸요.(웃음)
장사가 잘되는 집은 수리를 안 한다고 하잖아요. 시청률 떨어질까 안감까지 덧대가며 안내양 유니폼을 수선해 10년 입었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이번에 새 유니폼으로 바꿨어요. 냄비처럼 후루룩 끓진 않아도 뭉근한 뚝배기 같은 농촌 어르신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새 유니폼 입고 앞으로 10년 더 방송 할 계획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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