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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생각■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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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6  1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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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 머금고
햇살 받으며 차례차례
피어나는 무궁화는
참으로 아름답다"

팔월 중순의 뜨거운 녹음이 병풍처럼 길고 짙게 둘러치고, 혼자서는 설 수 없어 돌담에 기대 늘어진 능소화, 그 아래 막 피기 시작한 연분홍빛 물봉선이 줄을 선다. 매미소리 ‘쏴’ 하고 울다 그친 배롱나무 그늘엔 떨어진 꽃잎이 물웅덩이에서 한 번 더 붉게 피어 그늘조차 환하게 붉은 꽃들이 웃고 있다.
괴산장날이라 장에 가보려고 현관 문을 나서는데 햇살이 내 얇은 웃옷 위로 불다리미질을 해 겉옷의 주름보다 오장육부 속에 박힌 곰팡이와 헝클어진 시간의 주름살을 단숨에 쫙 펴버린다. 도망자같이 햇살을 피해 자동차 안으로 숨어들어 에어컨 바람에 심호흡을 하고, 차는 더위를 피해 뭉텅이로 빠져나간 텅 빈 6차선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괴산읍에 가까워지면서 중앙분리대 길게 늘어선 화단에 뭔가가 보였다. 신호등에 멈춰서 창을 내리고 보니 무궁화가 피어있다.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친 탓도 있지만 그저 그런 작은 나무를 쭉 심어놓은 걸로 알았는데. 흰색과 분홍색 무궁화를 번갈아 심은 것이 괴산읍내에 들어가기까지 약 2㎞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섰다.

‘누가 나에게로 와서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몸짓이 되고 싶다.’ 
꽃이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시인 김춘수의 해명이다. 나는 무궁화를 언제부터 알았을까? 그 이름을 언제 불러 보았을까? 오래된 옛날 그때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직도 가사가 기억나는 초등학교 1~2학년에 불렀을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 음악책 속에 연분홍 무궁화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아래 굵직한 오선지에 음표가 그려져 있는, 나는 뜻 모르는 노래로 무궁화를 처음 불렀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좀 더 긴 노래로 무궁화를 불렀다. 다른 교실에서는 ‘아름답다 무궁화 우리의 무궁화 금수강산 삼천리 곱게 피어서~~~’ 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국가관이나 애국심보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무궁화를 불렀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엄마는 진해 중앙시장에서 수예점을 했었다. 진해 앞바다에 ‘제도’라는 섬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별장이 있었고 그 별장에서 쓸 방석, 테이블보·커튼 같은 것을 우리집에서 만들어 갔었다. 엄마는 자줏빛 비단천 한 복판에 분홍색 무궁화 한 송이를 꽉 차게, 그리고 꽃잎 아래 초록색 이파리를 수놓았다. 그 문양은 무척 근엄해 보였다. 테이블보나 커튼에도 크기만 다르게 동일한 모양으로 박혔다. 나는 대통령이 무궁화 문양을 쓰는 것이며 그것이 국권을 상징한다는 것을 그때 어렴풋이 알았었다.

대학 졸업 후 교편을 잡으며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이양하의 수필 ‘무궁화’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무궁화의 역사와 유래, 나라꽃이 되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와 운명을 함께 해온 평범하지만 그는 특별한 꽃임을 알았다. 그 후 심수봉이 부른 대중가요 ‘무궁화’ 속에서도 그 의미를 만났고 김진명의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도 아주 색다른 유쾌함으로 그를 만났다. 그리고 작년에 독립유공자이셨던 시아버님을 대전국립현충원 묘역으로 이장한 후 아버님 묘소에 참배를 갈 때,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지만 무궁화꽃 한 다발을 꽂아 드렸다. 

우리는 학교 입학이나 졸업 또는 생일 등 축하의 자리나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무궁화꽃을 잘 쓰지 않는다. 무궁화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의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민족이 너무 고단한 짐을 그에게 입힌 까닭이 아닐런지. 물론 무궁화는 빼어나게 아름답거나 화려하거나 향기롭지는 못하다. 그러나 여름날 아침 이슬 머금고 햇살 받으며 차례차례 피어나는 무궁화는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답다. 어제 피었던 꽃은 아니지만 오늘 그 자리에 또 다시 정갈하게 핀다. 나는 삼복에 절정을 이루며 붉게 피는 무궁화가 마음 든든하다. 나라 안팎이 시끄러워서인가. ‘무궁화’ 그대 이름을 오늘 다시 한 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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