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양성평등 지역거점을 가다/(2)경기 양성평등센터

올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한 지역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변화를 실현할 거점기관인 양성평등센터 4곳을 선정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전남여성가족재단, 인천여성가족재단,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등 4곳은 지역의 특색을 고려한 성평등 교육과 문화 확산을 위한 양성평등센터로서 역할을 한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지난 4월 개소식을 가진 경기 양성평등센터는 실질적인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성평등지수 하락세…성평등 의식·문화 문제
성평등정책 시민모니터단·남성 참여 프로그램 집중
모든 시·군에 성평등전문정책관 구성 필요성 제기

경기도, 성평등지수 하위권
경기도는 지난해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지역성평등지수 측정에서 하위지역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것도 중하위지역에서 한 단계 떨어진 것으로 2012년 상위권이던 것이 2014년에 중상위권, 2015년 중하위권으로 점점 떨어지더니 2017년 하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그 중 여성인권·복지 분야와 성평등 의식·문화분야가 가장 심각했다.

이에 대해 경기 양성평등센터(이하 센터) 안태윤 센터장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젠더 감수성 교육과 성별영향평가를 거친 정책이 성평등 문화 확산에 가장 중요한 만큼, 센터도 이와 관련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센터의 활동 방향을 밝혔다. 센터의 사업은 ▲성평등 교육 ▲지역 정책 모니터링 ▲성평등 의식·문화 확산 등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성평등 교육은 5명 이내의 성평등 소모임을 모집해 성평등 콘텐츠 개발, 성인지 의식 확산,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50개가 넘는 단체가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는데 내·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쳤고, 선정 후에도 소모임을 직접 찾아 활동 방향의 컨설팅도 했다. 선정된 소모임은 중·고교 교사로 구성된 ‘스쿨웨이브’는 학교 안에서 남녀차별 없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활동을 하고, 학내 페미니즘 세미나와 강연을 하는 ‘한페미’, 성평등한 일·생활의 균형과 직장문화를 조성하는 스터디 모임인 ‘SFA’, 서울예대 여학생으로 구성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제작 모임인 ‘아웃프레임’ 등 4곳이다.

또한 시민모니터단은 도와 시군의 성평등 정책에 시민의 참여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센터가 20시간의 교육을 거쳐 21명을 선발했다. 이들의 모니터링 활동은 보고서로 작성돼 도와 시군 담당부서에 제출돼 개선안을 협의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안 센터장은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는 생활체육교실을 예로 들면 강사가 고정된 성관념으로 성차별적인 언어를 구사한다거나 여성의 참여율이 떨어지는 종목에 필요한 시설이나 기구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모니터단이 활동하는 영역은 교통이나 공원시설, 취업, 교육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들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행점검 결과는 보고서로 발간돼 정책 제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물론 올해 처음 하는 사업이라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젠더공감 나우 NOW’는 다양한 직업군의 40~50대 남성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성평등 문화 확산, 남성 참여 중요
여성들의 참여만으로 성평등 문화 확산은 쉽지 않다. 남성들의 참여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경기도는 남성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나 활동이 크게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센터는 남성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인 ‘젠더공감 나우 NOW’를 시작했다. ‘나부터, 우리부터, 지금부터 성평등 실현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40~50대 남성들이 주로 참여했다고 한다. 직업군도 경찰, 공무원, 인권강사, 어린이집 원장, 회사원, 은퇴자 등 다양하다.

“사실 얼마나 많이 지원할지 걱정도 있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남성들이 참여해 새삼 놀랐다. 여성청소년계 수사관은 성폭력, 가정폭력을 맡았을 때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지원했다. 안전교육을 하는 소방공무원은 혹여 성차별적인 언어나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왔다. 거기에 모두들 수업 열의가 높아 두번 놀랐다”고 안 센터장은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여성가족부 차관이 교육장을 찾았는데 참여자들이 남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고 한다. 이번 달까지 3차에 걸쳐 젠더인문학포럼을 진행하고, 성평등 관련 문화·역사체험과 본인이 직접 느낀 참여 후기를 영상과 문집 제작을 11월까지 마칠 계획이며, 12월에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결과보고회도 가질 예정이다.

성평등한 저변 확대를 위한 활동가를 양성하는 것도 센터의 핵심사업이다. ‘젠더거버넌스 활동가 네트워크’는 경기도내 14개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과 주민자치위원 등이 참여하는데 각 지역에서 성평등 활동의 리더가 되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명절에 양가 중 어디를 먼저 찾고, 용돈을 얼마 드릴지 일상에서 누구나 접하는 상황극을 통해 스스로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 물론 전문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보완작업은 센터가 지원한다. 여성학 권위자 중 개방형 공모직인 성평등전문정책관이 있는 수원, 안양, 의왕 등 3개 시는 이 활동가들이 실제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는다.

안태윤 센터장은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완성도 있는 성평등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성평등전문정책관은 경기도 모든 시·군에 필요하다”며 “우선 올해는 3개 시 공무원과 합심해 성평등 활동가들을 지원할 계획인데 사업 시작단계인 만큼 이들의 활동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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