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창- 동열모 본지 대기자

유태인의 ‘탈무드’처럼
효문화가 한민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정신문화의 지침 되길…

▲ 동열모 본지 대기자

최근 농촌여성신문에 실린 ‘농촌여성이 효문화 확산에 앞장섭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회원들의 단체사진에 눈길이 갔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한국효행청소년단이 손을 맞잡고 농촌지역에 효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효를 통한 정신문화 회복에 공동 노력하겠다’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부모를 공경하는 효는 유교문화의 핵심이며, 모든 덕성(德性)의 최고 가치인 동시에 정신문화를 대표하며 가정의 화평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효문화가 오늘의 산업사회에서 빛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우리 농촌여성들이 효문화의 복원에 앞장선다는 사실은 진실로 시의에 적합한 캠페인이다.

지난날 우리 농경사회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대가족이 한 지붕 밑에서 오순도순 화목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의 단순한 핵가족제도에서는 오히려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까닭이 무엇일까. 지난날 대가족제도에서는 어른을 공경하는 효문화가 지배했는데, 오늘의 핵가족제도에서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효문화가 이와 같이 쇠퇴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내면서 효사상을 깊이 연구한 홍일식 박사는 우리 한국의 효문화가 같은 유교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보다 본연의 전통을 유지한다고 역설했다. 홍 박사는 효에 대한 특성이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다분히 규범적이며 관념적으로 흐르는 반면, 한국에서의 효는 실질적으로 부모뿐만 아니라 조상까지도 공경하는 고유의 특성을 유지한다며 그 증거가 바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추석의 성묘행렬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효문화가 이제까지 서양의 물질문명에 밀려 골동품 취급을 받다가 ‘외로워 못 살겠다’는 현대사회에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특히 어린이를 위주로 하는 오늘의 핵가족시대에 노인들의 고독감이 날로 더해가는 추세에서 효문화의 가치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홍일식 박사는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홍 박사가 딸의 초청을 받고 스웨덴에 갔을 때였다. 그곳 TV 뉴스에 노인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에 그 까닭을 딸에게 물었더니 그 대답이 놀라웠다. ‘정부가 노인복지정책을 너무도 완벽하게 시행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부모를 정부에 의지하고 찾아오지 않아 외로워 못 살겠으니 제발 복지수준을 낮추라’는 시위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살면서도 외로워 못 살겠으니 차라리 배가 고프더라도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찾아오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한 것이다.

또한 독일에서 오페라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윤이상 박사가 그곳에서 더욱 유명해진 것은 그가 작곡한 오페라 <심청전> 때문이라고 한다. 윤이상 박사의 <심청전>이 뮌헨올림픽 전야제에서 공연됐는데,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딸의 스토리에서 한국의 효문화에 크게 감동받은 그곳 사람들이 “윤이상 박사는 인류문화가 지향할 21세기의 숙제를 풀어준 악성(樂聖)”이라고 찬양했다는 일화도 있다.

동양문화에 생소한 서구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노인들은 동양의 효문화를 신기하게 여기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서양인들의 눈에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에 감동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추석에 조상의 묘소를 향해 고속도로를 메우는 성묘행렬도 그들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효문화가 한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돼 유태인들의 ‘탈무드’와 같이 한민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정신문화의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우리의 효문화가 오늘의 산업사회에서 퇴색되는 현실에서 농촌여성들이 부흥시키려고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것은 진실로 시의적절한 민족적 과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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