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64)

▲ 사진출처:배우 채정안 인스타그램 캡처

14세기 유럽귀족
한 옷에 두 가문
표시한 것에서 유래

속칭 반반(半半) 패션이라는 게 있다. 앞에서 볼 때 왼쪽과 오른쪽이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패션이다. 좌우의 색깔이나 무늬가 강한 대비를 이루기도하고, 왼쪽은 풍성한 플레어지만, 오른쪽은 몸에 꽉 끼는 원피스 형태라든가, 한 쪽 발은 핑크색, 또 다른 한 쪽 발은 파란색인 바지 등이 그 예다.

보통 옷처럼 좌우 대칭이 아니라 완벽하게 다른 옷 두 벌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 반반 패션의 특징은 색깔이나 소재는 물론 헴 라인 (hem line:드레스나 치마의 단)의 길이, 형태 등, 양쪽 디자인이 전혀 연관성 없이 완벽하게 다른 스타일이 합쳐져서, 하나의 옷을 완성한다. 양쪽 디자인이나 스토리가 다르면 다를수록 양쪽의 특징은 극대화돼 반반의 독특한 묘미가 더욱 커진다. 이런 반반 패션의 가장 큰 효과는 강한 자극을 주고, 다양한 스타일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멀티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옷이 14세기에도 있었다. 반반 패션의 등장 계기는 십자군전쟁이었다. 이 전쟁에 참가한 서유럽 기사들은 회백색의 금속 갑옷과 투구로 전신을 덮었다. 때문에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소속과 부대, 나아가 나라를 구별하는 표식(標識)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를 위해 독특한 도안과 색채로 만든 문장(紋章)이 등장한다. 문장에는 맹수, 바다생물, 천체, 꽃 등 여러 가지 도안이 사용됐다.

신기하게도 십자군 전쟁이 끝나고 문장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 무렵 유럽의 귀족들에게 ‘가문(家門)’이란 존재의 의미이고 자부심의 원천이었으므로 자랑스러운 자신들의 가문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바로 문장을, 한 가문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활용하게 됐다. 특별히 입고 있는 옷은 그 가문의 문장을 자랑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다. 옷에 화려하게 수를 놓아 가문을 자랑했다.

게다가 당시 결혼은 가문과 가문과의 결합, 특히 국가 간의 정략결혼이다 보니,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결혼이 약속되기도 했다. 결혼을 통한 그 대단한 세력(?)과의 결합도 나타내야 했다. 한 옷에 두 가문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옷을 둘로 나눠 오른쪽에는 남자의 가문, 왼쪽에는 여자의 가문을 넣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반반 패션(parti-colored costume)이 된 것이다. 이 유행은 14세기와 15세기를 대표하는 유행으로 전 유럽을 휩쓸었고, 16세기까지 이어지다 광대들의 옷에 그 자취를 남기고 유행에서 물러났다.

21세기에 반반 패션이란 엉뚱한 발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 뉴욕 패션위크에서 2015년 봄/여름 패션쇼였다. 마크 제이콥스, 장 폴 고티에, 줄리앙 다비드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반반 패션을 쇼 무대에 올리면서였다. 이를 본 패션계가 기발한 창작품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대중의 시선을 강하게 붙들고 싶은 유명 스타들이 이 반반 패션을 재빨리 받아들였고, 서서히 일반에게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일본의 야비한 경제 보복, 그리고 경제적 타격까지 우리들의 삶이 힘들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반반 패션으로 어려움 속에서 허덕이는 우리들의 울화를 발산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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