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귀농귀촌, ‘3척’만 안 하면 성공한다송정섭 꽃담아카데미 대표, 농촌진흥청 화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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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9  10: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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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이 ‘3척’만 안 하면 성공한다.

내가 아는 거라고 참견하거나
의견제시가 강하면 원주민들은
경계하게 되고 결국 중요한 일엔
무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송정섭 꽃담아카데미 대표, 농촌진흥청 화훼과장

귀농귀촌.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이 ‘3척’만 안 하면 성공한다. 내가 아는 거라고 참견하거나 의견제시가 강하면 원주민들은 경계하게 되고 결국 중요한 일엔 무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아는 지인의 예를 보자.

농촌진흥청 출신의 작물병해충 전문가였던 그는 충북 괴산의 어느 시골로 귀농했다. 귀농한지 얼마 안 돼 마을 어른 한 분이 집 앞을 지나가며 마침 모과나무에 생긴 적성병을 보더니 대뜸 “자네 모과나무에 응애가 잔뜩 끼었네 그랴~”라고 하자 그게 응애가 아니라 적성병임을 잘 아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아, 그러세요.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르신이 자신의 집에 가더니 어떤 농약을 가져와 “이거 치게. 금방 나을 거여~” 하며 두고 가시더라는 것이다. 시골인심을 알게 된 좋은 사례라며 아는 척 했으면 얻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베이비부머세대들의 퇴직이 물결을 타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근데 이전과 두드러지게 달라지고 있는 게 귀농보다는 귀촌이 급속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귀농정책을 어떻게 펴나가야 하는지 방향과 지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즉 도시민들이 농산촌으로 오는 것은 농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우보다는 농산촌의 맑은 공기와 자연, 넉넉한 시골인심,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 농업인을 만들고 생산기반 확충을 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정서적으로 또는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꽃과 정원이 사계절 아름다운 농산촌마을 만들기나 넉넉한 인심과 함께 쉼과 힐링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농촌에서의 생활기준은 도시에서와 많이 다르다. 그 흔한 울타리나 대문도 없고 ‘우리’라고 하는 결속력도 강하다. 특히 잘되는 마을일수록 그런 연대감이 강해 마을 일은 울력(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 일을 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게 보통이다. 새로운 귀농인을 받을 경우에도 돈이 많거나 권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하려는 협동심이나 인성이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이런 시골마을에선 나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도시에서 배운 순리와 논리대로 선 긋고 말하고 살면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마을에서 살려면 거기서 정한 규정이나 오랫동안 내려져 오는 관행을 따르는 게 도리다.

우리 솔티마을은 국립공원 내장산 경계구역 안에 있어 자연환경이 빼어나고 청정성도 뛰어나다. 그래선지 정읍시 지정 농촌휴양마을(2016)이고 환경부 지정 국가생태관광지로 등록(2018)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우리 마을은 스스로 연금을 주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런 마을에서 살다보니 마을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수시로 생각한다.  2014년 내려와 첫 삽을 떴으니 그새 귀농 5년차가 됐다. 2016년부터 꽃과 정원교실(꽃담아카데미)을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마을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나는 마을의 생태관광 일을 총괄하고 있으며, 아내는 마을해설사(에코매니저)를 맡아 탐방객들의 안내와 마을숲 해설을 하고 있다. 어쩌다 마을에서 부르면 늘 ‘3척’을 안 하려고 신경을 쓴다. 즉 이장님이 부르거나 요청하기 전엔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요새 이장님은 마을에 외부 손님만 오면 나를 부르신다. 송박사가 옆에 있어야 든든하다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시절을 살면서 우리로 인해 마을이 큰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꽃담 방문객 증가, 솔티생태관광 활성화로 행복한 복지형 자립마을 만들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성공한 2라운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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