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 국가대표를 만나다-경북 안동 제비원 최명희 대표

우리 전통식품은 한류의 또 다른 중요한 콘텐츠다. 밥상을 채우는 음식에만 머물지 않고 경쟁력 있는 산업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하는 전통식품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이번 호부터 전통식품 국가대표들을 만나본다. 첫 번째는 경북 안동의 제비원 최명희 대표다.

▲ 세월이 흘러도 전통의 장맛을 지키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는 제비원의 최명희 대표.

좋은 재료에 가마솥으로 메주 쑤는 ‘착한 고집’
‘DIY 고추장세트’ 개발로 소비자 반응 폭발적
미국 FDA 승인 받아 한인 대상 진출 목표로 하고 있어

100년을 이어온 장맛
전통의 장맛을 4대째 100년을 이어오는 전통식품 기업이 있다. 바로 경북 안동의 제비원 최명희 대표다. 안동 김씨 종갓집으로 시집온 시할머니가 만들던 전통장류 생산하고 있는 최 대표는 소두장 제조 가공의 대한민국 식품명인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옛날부터 팥을 넣어 만든 장으로 최 대표가 명맥을 잇고 있다.

“24살에 종갓집으로 시집와 시어머니로부터 장맛을 물려받았어요. 제비원을 세우고 직원 15명이나 되는 이렇게까지 큰 회사가 될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했어요. 지금은 아들이 식품명인 제51호 전수자로서 회사를 믿음직스럽게 이끌고 있어요.”

연매출이 50억 원 수준의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제비원이지만 4대째 내려오는 전통을 고수하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가스불로 하면 쉬울 일을 10개의 무쇠가마솥에 장작불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이불로 덮어 띄운다. 장작불로 때기 위해 9월까지 전국에서 헤아릴 수 없는 나무를 구하는 것도 큰 일이다.

1000개가 훌쩍 넘는 장독은 정월 길일에 메주를 띄워 1년 6개월 동안 열고 닫기를 반복해 숙성을 거친다. 시할머니가 하시던 전통의 방식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재료도 항암효과에 좋은 성분이 많은 안동 생명콩에 물과 소금으로만 메주를 쑨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게 좋은 재료에 대한 고집이다.

“가스로 콩을 삶으면 일은 쉽겠지만 화력이 세면서 뜸을 들이려면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는 게 제일 좋아요. 전기밥솥이 아무리 좋아도 가마솥으로 지은 밥맛을 못 따라가는 것하고 똑같아요. 전수자인 아들에게도 고생스럽더라도 집안 대대로 내려온 방법 그대로를 이어가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요.”

▲ 제비원 최명희 대표는 가스불 대신 무쇠가마솥으로 콩을 삶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모든 걸 예전 하던 그대로 해왔던 것처럼 하는 건 아니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싫어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랜 연구 끝에 냄새가 적지만 면역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바실러스 퓨밀러스균’이 살아있는 청국장을 개발했고, 지금은 한국유전자은행에 보관돼 있다.

다양한 변신 시도하다
제비원은 전통장류도 종류가 많지만 참마·쇠고기볶음·토마토 고추장, 청국장 가루와 환, 검정콩으로 만든 환과 가루 등 가격대와 무게를 달리한 제품군도 다양하다. 그리고 2017년도에 만들어 히트를 친 제품도 있다. 바로 DIY(Do It Yourself) 고추장세트로 조청, 고춧가루, 찹쌀 달인 물, 메주가루 4가지가 한 세트로 개발한 것인데 소비자 호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50년 넘은 장인의 조청과 안동의 고춧가루, 3개월 발효과정을 거친 찹쌀 달인 물이 들어가는 것인데 5분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라면 끓일 수 있는 시간에 전통고추장을 만들 수가 있는 거죠. 4인 가족이 1년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양이지만 가격은 사먹는 것에 비해 1/3정도밖에 안 돼요. 이 제품을 구매한 어떤 집은 직접 만든 고추장에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고 가족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네요. 작년에는 식품기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 제비원의 새로운 히트상품인 DIY 고추장세트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제품이 좋다고만 해서 구매하지 않고, 나와 가족이 함께 만드는데 의미를 둔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체험장 공간도 따로 만들어 25~30명의 단체 소비자의 예약을 받아 식품명인의 손맛을 고스란히 전수해 주고 있다. 3만 원 정도의 체험비를 받는데 실제로 값어치는 3배가 넘는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그래서 전국 주부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판로도 다양화하기 위해 12월부터는 몇 개월 동안 NS홈쇼핑과 공영홈쇼핑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거기에 학교급식도 제비원의 큰 소비처다. 6개월 주기로 계약을 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게 급식이지만 지금은 경기도,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의 많은 학교에 제비원의 장들이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장류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최명희 대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내수시장은 정체돼 있고, 안동에서 나는 최고의 재료에다 전통의 제조법을 고수하다 보니 원가는 대기업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해외시장 진출이다. 우선 한인들을 목표로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그 어렵다는 FDA 승인도 받아둔 상태다.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긴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 소비자만을 바랄 볼 순 없는 상황이라 도전해보기로 최 대표는 결심했다. 각종 서류와 정부 지원을 꼼꼼하게 알아본 아들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제비원은 보통의 전통식품 기업이 아니라 장인형 전통식품 기업이에요.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4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장맛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어요. 언제까지나 시할머니의 손맛을 지켜내며 거짓 없는 장을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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