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24번의 농산물 수급위기 발생…매년 반복

“우리 농업은 어제가 오늘이고, 또 다시 내일이다. 그만큼 발전이 제일 더딘 분야가 농업이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농산물 수급정책의 문제점과 게선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의 서삼석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서 의원의 말처럼 최근 마늘과 양파 가격폭락을 포함해 2016년부터 24번의 농산물 수급위기가 있었고, 수매비축·산지폐기 등의 긴급조치는 무려 34번이나 발동됐다. 지난해 농산물 수급정책에 들어간 예산만 8400억 원에 달했지만 여전히 농산물 수급불안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불안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지난 6월 채소산업발전 TF를 구성해 관측 고도화, 유통구조 개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산지지원정책을 연내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자조금과 채소가격안정 지원, 농업관측, 계약재배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던 터라 새로운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예측할 수 없다.

▲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수급조절 주체 정부서 생산자단체로 바뀌어야
농협이 농산물 거래 50% 점유해 가격 조절토록
농민, 민관 합동 수급조절 기구 출범시키자는 주장도

정부 직접 개입은 역효과 커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동환 원장은 영세농 위주, 고령화 등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채소류 가격이 안정적인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정부의 계약재배, 수매비축, 산지폐기 등의 정책은 시장가격 안정화 효과가 미미했다”면서 정부의 직접적 시장개입은 가격 회복 후 과잉생산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기에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억제시키고, 오히려 상인들의 투기성 행동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점도 많았다.

이에 김 원장은 “일본은 1차적으로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졌을 경우에만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토록 해 수급조절의 주체를 정부가 아닌 생산자단체에게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생산자가 시장상황에 맞게 적정생산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정부는 직접 개입이 아닌 농가소득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현재 일률적으로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하는 정책 대신 주산지별로 수급 균형물량을 정해 넘거나 모자랄 경우 감액해 보전하는 것도 공급과잉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 원장은 “1년 주기의 통계청 자료 대신 실시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고, 산지유통인도 법인하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일시적인 소비촉진보다 식생활 교육, 수출 확대, 가공·외식용의 수입산 대체 등 수요를 확대하는 노력과 농협과 농업법인이 자율적 수급능력을 높여 개인판매보다 공동판매가 생산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해야 한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수급안정의 장·단기정책 필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병옥 연구위원도 정부의 산지폐기와 수매비축은 가격상승 효과가 5% 내외로 크지 않아 수급안정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 위원은 “정부 개입은 늘어나는 생산자 이익보다 감소하는 소비자 이익이 더 커 전체적인 사회후생을 감소시킨다”면서 “산지폐기와 수매비축은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를 대상으로만 하고, 가공 활용과 소비 촉진 등의 수급조절책을 쓴 다음 마지막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급안정책은 단기적으로 ▲적립금을 활용한 계약재배 지원 ▲세척·절임 등 산지 작업시설 지원 ▲수입산 안전검사 강화 ▲채소류 가격지표 개발 등과 장기적으로 ▲계약재배 단지 조성 ▲소비기반 확충 ▲채소류 가공기술 매뉴얼화 ▲정확한 관측·조사·분석 시스템 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고 최 위원은 밝혔다.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연맹 강선희 조직교육위원장은 “국내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도 소비자 물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에 가격이 폭등했을 때만 정부와 언론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농산물 수입을 주도했다”고 비판하며 “주요농산물의 공공성을 명확히 해 민관 합동기구를 출범시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관 합동기구는 중앙정부, 주산지의 지자체·농협·생산자가 참여해 공공수급, 최저생산비 보장, 수입산 대응 역할을 맡기자는 게 강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리고 “유통상인이 주도하고 있는 농산물 거래를 농협이 최소한 50% 이상을 맡도록 하고, 채소 재배지에 밀과 보리 등 주곡작물을 심으면 소득의 70%를 보장하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강 위원장은 주장했다.

aT 김권형 수급관리처장은 주요 채소류의 주산지와 비주산지를 구분해 수급정책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주산지는 적정 재배면적을 유도하고, 비주산지는 지자체와 농협이 재배확대를 방지하는 한편, 적합한 품목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또한 “무분병한 농산물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수입국의 현지생산 동향과 원가 분석 등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배추, 무, 양파 등의 수출 전문생산단지를 선정해 지원하고, 해외 판촉에도 적극 나서 일정한 물량이 해외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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